여자보다도 섬세한 남자, 변형태!

[캐릭터 열전 ⑥] 다른 남성과 차별화를 이룬 완소남 캐릭터

등록 2007.08.21 10:44수정 2007.08.2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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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멋지지만 재벌 2세가 아닌 형태다. ⓒ IMBC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들이 세심해지고 있다. 남성성이 무뎌지고 중성적으로 변해가는 것이 요즘 트랜드인 모양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진짜 중성적인, 즉 여성적인 목소리에 섬세한 손동작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성들과 서슴없이 어울려주고, 함께 무언가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어떤 한 부분은 여성보다 섬세한 면을 가진 그러한 남자들이다. 그중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잘 보여주는 남자 변형태(이정진 분). 드라마 <9회말 2아웃>의 주인공 변형태가 그러한 인물이다.

다른 남자, 그 이름 하여 변형태!

변형태. 나이 서른에 잘 나가는 광고기획사 기획자. 본인도 나이 서른이지만 무척이나 잘 나가는 전문 직업에 종사하는 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위치에 놓인 난희(수애 분)의 30년 지기 친구이자 애인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사실 사랑에 있어 난희만큼 경력이 화려하다.

극 초반에 여러 여자들과 염문을 뿌리는 모습이 등장하지만 알고 보면 순정파다. 첫사랑 성아(황지현 분)를 잊지 못하고 방황하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회사 후배 지선(박세영 분)과 스캔들을 일으키더니 급기야 그녀에게 난희가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고백하는 남자다.

그렇다면 이 순간 다른 드라마 속 남자들과 다를 게 없잖아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모든 여성들의 희망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르다. 속칭 ‘날라리’과에 속할 것 같지만 30년 동안 우정을 지키며 난희를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 참 착한 남자다. 거기에 아무런 말없이 떠나간 여자를 기다리는 모습도 순정파의 모습이 엿보이기도 한다.

회사에서는 능력있고, 적절하게 후배도 챙겨주기도 하고, 선배에게 응석을 부리며 일을 도와달라고 말할 줄도 아는 정도. 거기에 우선적으로 기획자로 훌륭하다. 이 부분 또한 꿈을 찾아가는 난희와 달리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전문인답게 극중에서 자세하게 일하는 모습이 펼쳐져 판타지만 만족시켜주는 그런 역할이 아닌 어느 정도 현실성이 더해진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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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다른 남성들처럼 가오를 잡다 무리하게 버텨 다치기도 하지만 연고를 바를 때 만큼 애처럼 구는 형태다. ⓒ IMBC

결국 외모도 출중하고, 몸짱이며, 회사에서 인정받는 직원으로서 착하기까지 한 이 남자를 어느 여자가 좋아하지 않겠는가. 30년 친구인 난희도 형태를 보면서 종종 남몰래 화학적 반응을 일으킬 정도인데 말이다.

재벌 2세가 아니어서 더욱 '완소남'인 형태

그런데 우선적으로 이 남자 재벌 2세가 아니다. 그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출신으로 제주도에 태어나 잘 나가는 광고기획사에 입사해 열심히 일한 덕분에 남들과는 다른 서른의 생활을 유지하는 정도다. 비록 넓은 집에서 살지만 알고 보면 월세를 꼬박꼬박 내야하는 처지 정도.

이 점이 다른 여타의 남자 주인공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요즘 '완소남' <커피프린스 1호점>의 한결(공유 분)도 멋진 남성이지만 대충 5년 동안 유학하고 돌아와도 멋진 집에서 살 수 있는 재력을 지닌 동인식품 사장의 손자다. 그래서 형태와는 사뭇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면을 볼 때 형태는 현실성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는 친숙한 인물로 탈바꿈되고, 시청자들로부터 캐릭터가 설득력을 얻었다. 왜 그런 사람 있지 않은가. 줄곧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 모 대기업에 근무하며 그렇고 그런 사람들과는 다르게 억대 연봉을 받으며 잘나가는 사람들.

물론 그런 부류가 우리 주변에 흔치 않은 경우에 속하지만 적어도 이 땅에 재벌 2세가 널린 것처럼 묘사된 여타의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보다는 훌륭한 캐릭터가 아니겠는가. 그들은 매번 방황한 끝에 여자를 만나 안정을 찾고 일에 잠깐 매진하다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사랑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우리의 완소남 형태는 그렇지 않다. 아무렇게나 일을 대충해도 잘리지 않는 재벌 2세가 아닌지라 사랑은 사랑이고 일은 일이다. 사실상 현실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사랑이 삐거덕거리거나, 사랑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괴로워하지만 일에 지장을 줄 정도로 행동하지 않는다.

형태도 첫 사랑을 잊지 못하고, 방황하지만 그것은 회사 밖에서 볼 수 있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그러한 모습이 펼쳐진다. 일에서만큼은 완벽할 정도로 해내고 프레젠테이션을 열심히 준비하기 위해 며칠 몇 날을 야근하고 철야를 한다. 그래서 형태는 얄미운 남자지만 좋아할 수밖에 없는 남자이기도 하다.

섬세하면서도 치졸한 남자, 형태!

또한 다른 남성 주인공들처럼 속칭 ‘가오’를 잡지 않는다. 매우 치졸한 구석도 있고, 소심하기도 하며 친구에게 삐치기도 한다. 서슴없이 육두문자를 날리며 30년 친구 수애에게 당당하게 ‘미친년’이라고 말하는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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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육두문자를 날리는 치졸한 남자지만 세심하기도 하다. ⓒ IMBC

또 어떠한가. 여자친구의 카운슬러로서 보호자 수준에 행동을 하는 남자다. 난희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 제일 먼저 그 사실을 알고 걱정해 주며 아침밥을 먹으며, 저녁 식사를 하며 때론 포장마차에서 술 한 잔 마시며 그녀의 괴로움에 기꺼이 동참하고 수다를 떤다.

사실 보통 현실 속 남자들이 그러한데, 워낙 남성성이 강하게 표현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많다 보니 형태가 신선하고 새롭기만 하다. 여자 셋과 혼자 만나도 그에 대적할 만큼 언변을 가졌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기도 하는 이 남자.

집안 청소도 잘하고 밥도 잘하며, 특히 난희보다 더 깔끔을 떨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희를 무척이나 잘 챙겨주고 보살펴 주는 모습이 참 섬세하다. 어떨 때는 여자보다도 더 섬세한 면을 많이 가진 변형태.

그래서 이 남자는 다른 완소남보다도 더 친근한 완소남의 캐릭터를 지녔다. 비록 시청률이 낮아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지만 극중 형태 역을 소화해 내는 이정진에게는 어느 정도 플러스 요인이 되어줄 만한 캐릭터가 아닐까 한다.
#9회말투아웃 #변형태 #이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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