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집 차려준 여러분, 사랑해요

떡볶이 아줌마, '막걸리 아줌마' 되다... 일산에 3일 가게 열어

등록 2007.08.25 17:35수정 2007.08.28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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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인천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던 당시 송영애 시민기자. ⓒ 오마이뉴스 김귀현

IMF때 남편의 직장생활이 순탄치 않아 갓 돌 지난 아들을 떼어놓고 길거리에서 떡볶이 장사를 한 지 어느덧 7년이 됐습니다. 둘째 아이를 낳고 잠시 쉰 뒤 다시 시작했으니 계산해 보면 거의 7년이란 세월을 노점에서 보냈습니다.

그 동안 많은 설움을 겪었습니다. 단속반에 쫓기는 꿈을 꾸며 헛소리를 하다가 남편이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기도 했고, 물을 쓸 곳이 없어 포장마차와 한참 떨어진 집에서 낑낑거리며 물을 나르며 장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바가지에 볼일 보던 날들이여, 이제 안녕~

용변이 급한데 아무리 돌아다녀봐도 문 열린 화장실이 없어 포장마차를 비워 둔 채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인 집에 가서 볼일을 보고 오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자리를 옮긴 포장마차는 집과 너무 멀어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소변을 볼 곳이 없어 포장마차 안에서 바가지에 해결했다는 건 <오마이뉴스>에서 저의 글을 읽은 독자들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때로는 하루 일당을 줄 테니 자기랑 하루 놀아달라며 보채는 남자들도 있었고 가게를 얻어준다며 제게 치근대는 할아버지의 유혹도 있었습니다. 길에서 장사를 하다 보니 자존심 따위는 버려진 지 오래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유혹에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작가는 아니지만 저는 글을 써서 돈을 벌기도 하고 제 글을 본 사람들에게 용기를 얻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절 보고 희망을 얻었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았습니다. 그렇게 돈을 버느니 차라리 굶어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자존심을 뭉개고 힘든 나날들을 견디고 또 견뎠습니다. 힘겨운 나날들 속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잘 풀리지 않는 남편에게 잔소리도 많이 했고 아직 어린 아들과 딸에게 따뜻한 밥 한 끼도 챙겨주지 못하면서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밀린 빚에, 세금에 나아지지 않는 살림살이였습니다.

떡볶이 아줌마, 막걸리집 꿈 이뤘어요

그런 뜻밖의 기회가 왔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이달의 뉴스게릴라로 뽑힌 후 뉴스게릴라를 찾아서 인터뷰에서 "다음에도 떡볶이 장사를 하실 건가요?" 하는 기자의 질문에 "아뇨, 나중엔 밥도 팔고 막걸리도 팔며 서민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식당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는 '떡볶이 아줌마, 막걸리 아줌마가 꿈'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왔고 <오마이뉴스>의 많은 독자들이 돈을 모아 막걸리 집을 차려주자, 차리면 꼭 가겠다는 사람들이 제게 힘을 줬습니다.

그런 제게 꿈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고 그 꿈만 같은 일이 현실로 일어났습니다. 많은 분들이 돈을 모아 투자를 했고 전 정말로 막걸리 집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분들이 많아 우여곡절 끝에 집까지 일산으로 이사했고, 8월 3일에 장사를 시작했으니 벌써 22일째입니다.

장소는 경기도 일산 동구 밤가시마을 1단지 국민은행 건너편 '금산집'입니다. 다 <오마이뉴스> 덕분입니다. 2년 전 <오마이뉴스> 이은화 시민기자 덕분에 알게 된 <오마이뉴스>. 내 인생을 바꾼 너를 진정으로 사랑합니다.
#송영애 #떡볶이 #막걸리집 #뉴스게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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