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사연이 있는 금산 막걸리집

막걸리집이 그녀에게 밝은 미래를 선물해 주었으면...

등록 2007.08.27 09:47수정 2007.08.2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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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일산 막걸리집에서 뜻 깊은 모임이 있었다. 문학카페에서 만난 문우가 얼마 전 막걸리집을 오픈했기에 카페에서 축하 모임을 하게 된 것이었다. 내가 그녀를 알게 된 것은 4년 전 라디오에 인터뷰가 나온 그녀의 방송을 듣고 난 뒤부터이다.

그녀는 그해 떡볶이 아줌마의 아픈 일상을 그린 생활 글로 전태일 문학상 우수상을 받았고, 그 수상으로 말미암아 라디오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다. 그녀는 어느 문학카페를 알게 되면서 글쓰기를 시작하였다고 했다.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나는 그 카페를 찾아가게 되었고, 그렇게 하여 그녀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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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를 위해 모인 '민들레 역' 가족들의 즐거운 시간 ⓒ 서미애

나이는 나보다 여덟 살이나 아래였지만 그녀가 살아온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도 나와 닮았는지.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잘 읽어주는 언니 동생 사이가 되었다. 그녀는 또 다른 문학카페인 '민들레 역'이라는 곳으로 나를 인도했다. 그곳에는 살아온 정서가 비슷한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들이 빛나는 곳이었다.

떡볶이 장사를 하며 그녀가 겪는 아픈 일상들을 보며 함께 마음 아파했고, 그 감동들이 어느 공모전에서 입상할 때는 또 축하의 자리도 함께 했었다. 내가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게 된 것도 그녀 덕분인데 그녀가 <오마이뉴스>에 털어놓는 이야기는 카페에서 보지 못한 더한 아픔들이 녹아 있어 마음이 찡할 때가 많았다.

<떡볶이 아줌마의 아픈 하루>라는 책도 펴낸 그녀는 그 책에서 다 내보이지 못한 아픔들을 <오마이뉴스>에 내보이곤 했는데, 가스비를 내지 못해 아이가 먹을 라면을 끓이다 가스가 끊긴 이야기며,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기에 어딘가에 가입할 때마다 각각 기록을 해서 결혼기념일 축하 메시지가 1년에 몇 번씩 온다고도 해서 가슴 한 편이 저리게도 했다.

그런 그녀가 지난 5월 <오마이뉴스> 이달의 뉴스게릴라로 뽑히고, 게릴라 취재를 나온 기자에게 막걸리 집을 차리고 싶다는 말을 했던 것이 기사로 올라왔다. 평소 그녀의 기사를 접한 독자라면 누구나 가슴이 많이 아팠을 것이고, 그런 뜻을 지닌 독자들이 후원금을 모아 막걸리 집을 차리도록 도와 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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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바탕에 하얀 글씨가 깔끔한 금산집 간판 ⓒ 서미애

그녀의 절박한 사연이 어떤 독자들에게는 정말 저렇게까지 하는 의구심으로 꾸며낸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그녀의 삶이 그토록 절박했음은 근처에 사는 '민들레 역' 카페지기님이 막걸리 집을 개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도와주면서 더 잘 알게 되었다. 그녀가 그렇게까지 어려울 줄은 정말 몰랐다며 그분도 놀랐으니 여러분의 오해도 이해는 간다.

일산이 초행길인 나는 카페에 올라온 안내를 따라 착실하게 갔다.

지하철 3호선 대화 행을 타고 정발산역에서 내려, 공원 맞은편으로 나와 택시를 타고 밤가시 마을 1단지 앞에서 내렸다. 밤가시 마을 맞은 편 원두막이라는 과일집과 김밥집 사이로 난 길을 따라 60m쯤 들어가니 '흰돌부동산' 간판이 먼저 보이고, 그 옆이 바로 '금산집'이라는 까만 바탕에 하얀 글씨의 깔끔한 간판이 '시원한 얼음막걸리와 맛있는 안주 있어요'하며 반겨주는 것 같았다.

모두 24명의 문학 가족들이 자리를 함께 해준 축하의 자리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어느 시인은 써온 축시를 낭독해 주며 그녀의 새 출발에 축복도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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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막걸리 한 잔 쭉 들이키면 더위가 싹~~ ⓒ 민들레역 카페

잔을 비우며

- 지은이: 흙돌 심재방

사연이야 어떻든
중요한 건
우리가 이렇게 마주함이다

기뻐서 한 잔
슬퍼서 한 잔

어금니 깨물고 살아온 날들
어느 듯 이마엔 주름이 패고
세월은 아프지만
추억은 아름답구나

삶이란 기뻐도 눈물
슬퍼도 눈물
눈물같은 잔을 비운다
잔을 비워도 술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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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시를 읽어 주시는 심재방 시인님 ⓒ 서미애

그녀는 이제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떡볶이 아줌마에서 막걸리집 주모로 새로운 인생길을 개척하게 되었다.

아이들만 상대하던 떡볶이 아줌마에서 갑자기 막걸리집 주모로 대변신을 하였으니 처음엔 서툰 점도 많으리라. 그러나 척박한 땅에서도 꿋꿋하게 자라나 노란 꽃을 피우고 하얀 씨방을 훌훌 날려 보내 또 아무 곳에나 뿌리를 내리는 질긴 생명력의 민들레처럼 그녀의 강한 의지와 생활력도 새로운 곳에서 뿌리를 잘 내리리라 믿는다.

"일산에 계시는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들은 경기도 일산시 동구 밤가시 마을 국민은행 건너편 뒷골목에 있는 금산집에 한 번 찾아가 보세요. 시원한 막걸리와 매콤한 닭발, 그 외 맛있는 안주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녀의 이름은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송영애 기자입니다."
#막걸리집 #송영애 #떡볶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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