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이 만든 학교는 회장님 세금감면용?

경제개혁연대, 36개 법인 분석결과... 지배권 강화 포석도

등록 2007.08.30 15:52수정 2007.08.3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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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해 6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서 이해찬 국무총리와 전경련 회장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서 이해찬 국무총리와 전경련 회장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내 주요그룹이 공익적 목적을 위해 만든 각종 문화재단 등이 총수일가의 세금 감면용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이들 법인들의 이사 가운데 상당수가 총수일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것으로 조사돼, 독립성도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공익법인 관련법 개정안을 두고, 총수일가의 문화재단 등을 통한 그룹 지배권 강화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삼성, 4개 법인에서 9개 계열사 지분 보유

경제개혁연대는 30일 '재벌소속 공익법인의 계열사주식보유 현황 및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사대상은 25개 재벌그룹 소속의 36개 공익법인이며, 이들이 가진 81개 재벌 계열사의 명단과 지분율도 함께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익법인이 계열사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그룹은 삼성이었다. 4개 법인에 9개의 계열사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어 동부와 롯데그룹이 1개 법인에 7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태광과 금호·SK·두산·한화 그룹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이들 법인들이 가지고 있는 전체 81개 계열사 가운데 주식 5% 미만이 60개사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상 세금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주식 출연 한도가 5%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대신 5%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는 21곳이고, 이들 가운데 10곳이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다.


최한수 경제개혁연대 연구팀장은 "공익법인이 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선 상당한 수준의 우호지분"이라며 "농심과 롯데제과 등 일부는 5%를 넘어서 총수일가의 안정적 지배권 확보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익법인별 총수일가의 영향력 순위

총수일가

영향력

순위

공익법인 명

소속

기업집단명

총수일가의 영향력(총수일가 영향력 하에 있는 이사 수/
전체 이사 수)

소속 기업집단의

자산규모 순위

1

정석물류학술재단

한진

100.0%

12

율촌재단

농심

100.0%

51

3

정석학원

한진

91.7%

12

4

LG연암학원

엘지

85.7%

5

LG연암문화재단

엘지

85.7%

5

6

인하학원

한진

83.3%

12

7

동부문화재단

동부

80.0%

21

21세기한국연구재단

한진

80.0%

12

9

천안북일학원

한화

71.4%

15

일주학원

태광산업

71.4%

45

11

수당재단

삼양

66.7%

55

12

오운문화재단

코오롱

63.6%

39

13

사랑과선교

대성

60.0%

52

14

대림학원

대림

57.1%

26

15

죽호학원

금호아시아나

55.6%

18




ⓒ 경제개혁연대
공익법인은 재벌총수 일가의 세금 감면용?

또 공익법인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의 경우 삼성전자를 비롯해 CJ, 롯데제과 등 그룹 핵심계열사 뿐 아니라 워커힐, 삼성에버랜드, 대홍기획 등 비상장회사지만, 자산가치가 높은 기업까지 망라돼 있다.

만약, 공익법인이 보유중인 주식을 매각해 현금화 한다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천억원대의 현금 자산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계열사 주식은 매각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주식에 대한 배당금도 많지 않다. 이 때문에 공익법인들이 가지고 있는 계열사 주식들은 법인의 활동과 운영에는 거의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 팀장은 "결국 재벌 총수일가와 계열사는 배당도 거의 없는 주식을 출연해서 세제 혜택을 얻는 반면에, 공익법인은 본연의 공익목적 사업 수행을 위한 실질적인 재원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들 공익법인은 얼마나 총수일가로부터 독립돼 있을까. 현행법상 공익법인의 이사회에는 이들 총수일가와 관련된 이사가 5분의 1을 넘을 수 없도록 돼 있다. 재계에선 이 규정을 들어 이들 법인들이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공익법인은 대부분 총수일가의 영향력 아래... 독립성 의문

하지만 이 역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날 보고서에 나타난 33개 법인의 이사장 구성을 살펴보면, 총수일가가 직접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경우가 19명(57.6%)이었다. 여기에 전현직 계열사 임원을 포함해, 총수일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이사장은 모두 28명으로 84.8%에 달하고 있다.

공익법인 전체 이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체 이사 261명 가운데 총수일가와 전직계열사 임원이 각각 41명(15.7%)과 35명(13.4%) 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모두 118명이 총수일가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최 팀장은 "총수의 부인 등 그룹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총수일가나 전직 계열사 임원들이 이들 법인의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원들은 이것으로 그룹과 관계를 유지하고, 총수일가는 이들을 통해 해당 공익법인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직 계열사 임원 가운데 공익법인 이사를 함께 유지하는 경우도 19명이나 됐다. 주로 학교 법인이 많았다. 이유는 학교법인의 경우 전현직 이사에 대해 별도로 자격 제한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과 농심, 엘지가 총수영향력 가장 커... 삼성은 하위권

33개 공익법인 이사장의 구성 현황

구분

이사수 (명)

비율(%)

총수의 영향력 하에 있는 이사

총수 일가

19

57.6

현직 계열사 임원

5

15.2

전직 계열사 임원

4

12.1

기타(총수의 영향력 하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사

5

15.2

합계

33

100.0

ⓒ 경제개혁연대
33개 공익법인 이사의 구성 현황

구분

이사수 (명)

비율(%)

총수의 영향력 하에 있는 이사

총수 일가

41

15.7%

현직 계열사 임원

35

13.4%

전직 계열사 임원

23

8.8%

19

7.3%

기타(총수의 영향력 하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사

121

46.4%

미확인

22

8.4%

합계

261

100.0%

ⓒ 경제개혁연대
그룹별로 보면 한진과 농심·엘지·동부그룹 등의 공익법인들이 사실상 총수 지배 아래에 놓여 있었다. 재계 1위 삼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특히 총수 일가 영향력이 매우 높은 상위 10개 공익법인 가운데 4곳이 한진그룹 소속이었다. 이들 4곳은 정석물류학술재단·정석학원·인하학원·21세한국문화재단 등이다.

나머지는 엘지그룹의 LG연암학원과 LG연암문화재단, 농심의 율촌재단, 동부의 동부문화재단, 한화의 천안북일학원, 태광의 일주학원 등이다. 이들 10개 공익법인 가운데 8곳의 이사장은 아예 총수일가가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삼성그룹의 경우는 삼성문화재단이 총수 영향력 20%를 보였다. 삼성공화국 논란 이후 나온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의 경우엔 영향력이 0%로 조사됐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결국 재벌 총수일가가 공익법인의 이사회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들 일가가 법인의 운영에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상속증여세법 개정, 재벌개혁 후퇴

문제는 이처럼 공익재단에 대한 투명성이나 독립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관련 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는 것. 지난 28일 정부가 내놓은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보면, 공익법인의 기업 주식 취득 제한을 현행 5%에서 20%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소장은 "재벌총수 일가의 불법 경영권 세습 관행이 여전하고, 지배구조 개선이 미흡한 상황에서 정부가 공익법인 관련 법을 완화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 공익법인의 주식보유한도를 늘린다면, 상속증여세 부담 없이 총수일가의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시켜주는 꼴이 될 것"이라며 "이는 지난 10년간의 재벌개혁 성과를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재벌개혁 #공익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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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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