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당 선거인단 대리접수 파문

전수조사 결과 4만6000여명 "참여한 적 없다"... 당 출입기자들에게 확인전화 오기도

등록 2007.08.30 18:20수정 2007.08.3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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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민주신당의 선거인단 대리접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회동을 갖고 대리접수 문제를 공동대응키로 한 대선예비주자들. 왼쪽부터 유시민, 한명숙, 이해찬, 신기남 후보.

민주신당의 선거인단 대리접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회동을 갖고 대리접수 문제를 공동대응키로 한 대선예비주자들. 왼쪽부터 유시민, 한명숙, 이해찬, 신기남 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신당의 선거인단 대리접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민주신당)의 이목희 국민경선위원회 부위원장은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28일과 29일에 실시한 국민경선 선거인단에 대한 전수조사에서 4만6000여명이 선거인단 신청 사실을 부정해 선거인단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애초 총 접수자는 열린우리당 승계당원 중 선거인단 참여의사를 밝힌 6만5000여명을 합쳐 96만여명이었다, 이중 승계당원(6만5천여명)과 인적사항(주소, 이름, 주민번호, 전화번호) 미비, 중복신청자 17만여명을 걸러내 전수조사 대상은 72만여명으로 확정됐다.

이중 전수조사에서 선거인단 신청 사실을 부인한 4만6000여명은 6.4%에 해당한다.

인적사항 미비와 중복신청이 대리접수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볼 경우 전체 대리접수 사례는 22만여명으로 늘어난다.

이해찬·한명숙 후보 등이 주장해온 대리접수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친노주자들을 중심으로 대리접수 의혹이 제기되자 국민경선위원회는 28~29일 이틀 동안 선거인단 전체에 대해 자동전화시스템(ACS)를 통해 본인 등록 의사를 확인했다

선거인단에 가입하지 않은 민주신당 출입기자들에게 전수조사 확인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30일자에서 자사 기자에게 민주신당 국민경선위의 전수조사 번호(02-3780-8888)가 찍힌 확인전화가 걸려왔다면서 열린우리당을 담당하면서 당에 제출했던 인적사항을 도용해 당사자도 모르게 선거인단에 가입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신당의 확인전화는 기계음성의 녹화음으로 '안녕하십니까. 선생님께서는 민주신당의 선거인단으로 접수되셨습니다. 선거인단 등록에 참여하신 적이 없다면 1번, 참여하셨다면 전화를 끊으셔도 됩니다'라는 메시지가 왔다. 인터넷 매체인 프리존뉴스도 자사 기자에게 같은 일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 부위원장은 <동아일보> 기자의 경우 "확인 결과 해당 기자는 선거인단에 가입된 적이 없다"면서 "다른 사람의 인적사항에 그 기자의 휴대전화 번호만 적혀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오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인단 등록은 주소, 이름, 주민번호, 전화 4가지를 기재하도록 돼 있다.

이 부위원장은 "기자의 전화번호가 적힌 선거인단 등록자를 찾고 있다"면서 "프리존뉴스 기자의 경우도 그 경위를 확인하고 있는데, 만약 불법사실이 확인되면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본인 신청 사실을 부인한 응답자들에 대해 "본인이 처음부터 가입의사가 없었거나, 선거 참여 권유 과정에서 확실한 의사가 표현이 없었는데 중간 모집에 나선 사람들 이름을 집어넣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실패·결번도 모두 선거인단에 포함

a 27일 오후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자 정책토론회에서 후보들이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학규, 유시민, 김두관, 천정배, 한명숙, 신기남, 정동영, 추미애, 이해찬 후보.

27일 오후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자 정책토론회에서 후보들이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학규, 유시민, 김두관, 천정배, 한명숙, 신기남, 정동영, 추미애, 이해찬 후보.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전수조사 방식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부위원장에 따르면, 전체 대상 72만여명중 통화성공은 56만여명이고, 통화실패 9만4000여명, 결번 6만4000여명이었다. 그런데 통화실패자와 결번으로 나타난 15만여명은 그대로 선거인단에 포함됐다. 처음부터 통화에 성공해서 '참여한 적이 없다'고 확인된 사람만 선거인단에서 제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통화성공자의 상당수도 확인전화 중간에 전화를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위원장은 '통화성공자 중 선거인단 등록에 참여했다고 밝힌 숫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결국, 실제 확실한 참여의사를 가진 숫자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정확한 의사파악을 위해서는 전수조자 질문문항도, '등록에 참여하신 적이 없다면 1번, 참여하셨다면 전화를 끊으셔도 됩니다'라는 게 아니라, '등록에 참여했다면 1번, 참여하지 않았다면 2번'같은 식으로 돼야 하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부위원장은 "실제 참여여부와 관계없이, 전화 조사에서 '선거인단으로 접수~'이런 말만 나오면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게 다반사"라면서 "최대한 답변을 얻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정투표 가능성 없어 별문제 아니라지만...

그는 대리접수 논란에 대해 "실제 투표에서 부정투표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실제투표에서는 본인확인을 거쳐 본인 의사에 따라 투표를 하기 때문에 허수들이 가입한 것이 별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신당은 이런 판단 아래 전수조사 결과를 근거로 선거인단을 67만 5838명으로 확정하고 이들 중 1만 명의 예비선거인단을 확정했다. 이들에게 예비후보자 홍보물도 발송할 예정이다.

그러나 전수조사에서 통화실패자와 결번이 모두 포함되는 등 정확하게 투표의사를 가진 선거인단의 숫자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투표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해찬 후보쪽은 "대리접수 그 자체도 정치개혁에 역행하는 것이지만 한나라당은 70% 투표율로 후보가 결정됐는데, 만약 우리는 30% 정도 투표율이 나온다면 선거는 사실상 끝난 것"이라면서 "선거인단수가 적더라도 정확하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직능단체들과 유리한 법안 처리 등을 매개로 단체회원 명단을 넘겨받는 거래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본인의사에 반한 대리접수는 개인정보 도용이라는 문제점도 있다.

정당사상 처음으로 모바일투표 도입

한편 민주신당은 이번 경선에서 정당사상 처음으로 핸드폰을 이용한 '모바일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신당의 국민경선위는 30일 이같이 밝히면서 "민주신당 경선 모바일 투표에 참여하려는 유권자들은 당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휴대전화 인증절차를 거쳐 신청하면 된다"고 안냈다. 모바일투표 참여자는 투표 당일 당이 보낸 전화문자메시지를 받아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후보를 선택해 투표하면 된다.

민주신당은 2002년 민주당 경선때 제한적으로 도입했던 인터넷 투표도 실시하기로 했다. 모바일과 인터넷 투표는 10월 10~13일 사이에 실시되며 선거인단 모집, 경선반영 비율은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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