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패, 비보이와 한판 놀다

[공연현장] 김덕수 예인인생 50주년 기념공연

등록 2007.09.06 15:07수정 2007.09.0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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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덕수 신명나게 설장고를 치고 있다.

김덕수 신명나게 설장고를 치고 있다. ⓒ 김영조


대한민국 사람치고 누가 김덕수를 모를까? 사물놀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 그를 세계화한 장본인이 아니던가? 하지만, 난 그를 그 정도로만 알았다. 실제 공연을 본 적이 없던 탓이다. 그래서 어쩌면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어제의 공연으로 그에 대한 평소의 생각이 모두 깨지는 것을 느꼈다. 그를 사물놀이에만 집착한 사람쯤으로 알았던 나는 한편의 공연으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9월 5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충무아트홀에서는 (사)사물놀이 한울림․(주)난장컬쳐스가 주최하고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김덕수 예인인생 50주년 기념공연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홍보를 위한 소책자엔 "사물놀이는 시작에 불과했다"라고 포효했고, "콘서트드라마(Concertrama) 연희극", "길"이란 문구도 보인다.


공연은 "태초에 하늘과 땅이 있었고, 인간은 그 위와 아래를 섬기며 자연과 함께 어울렸다"로 시작한다. 영고·동맹·무천을 상징하는 흥겨운 난장이 벌어진다. 무대를 시작하는 화려한 길놀이이다. 그리고 축제와 기원, 그리고 아픔이 이어진다. 어제에 이은 오늘. 그곳엔 눈물이 있고, 만남과 창조가 있다. 마지막 내일 그곳엔 해원과 풀이, 그리고 상생이 살아 숨 쉰다. 마지막 모든 연희자와 연주자가 아나가 되어 상생의 기운으로 신명난 판을 열며 무대를 끝을 장식한다.

a 제천의식 삼한시대에 행해졌던 제천의식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길놀이

제천의식 삼한시대에 행해졌던 제천의식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길놀이 ⓒ 김영조


누가 뭐래도 이 공연의 정점은 상모꾼과 비보이가 벌이는 한판 놀음이다. 12발 상모를 쓴 풍물패는 해금에 맞춰 상모를 돌리다 색소폰에 맞춰 탭댄스를 추는 춤꾼과 티격태격하더니 신나게 놀아댄다. 그러다 나중엔 비보이를 만나 비보이의 현란한 동작에 맞춰 화려한 상모놀이를 보여준다. 우리의 문화가 세계와 어울렸음이다. 김덕수 그의 말대로 바뀐 세계에서 그 세계와의 만남과 통섭을 펼치는 것이다.

예전 한 국악공연에서 가야금과 비보이가 불협화음을 내는 것을 보고 개탄했었지만 이날의 풍물과 비보이는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었다. 다른 세계의 문화가 이렇게 기막힌 모습으로 하나가 되다니 이것이야말로 평화이고 공존이 아닐까? 우리 인간세상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모습이 아닐까?

청중은 숨죽이며 공연을 즐기고 있다. 생황 소리에 맞춘 김사량의 춤, 힙합 듀오 스퀘어의 힙합 공연, 드리프터즈 크루의 비보이 공연 등의 서양문화와 말뚝이·이매·미햘의 탈춤, 육자배기·아리랑의 민요, 동해안 무속 지전춤·김정희의 소리, 상쇠의 부포놀이 등 우리의 것이 하나가 되어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또 10여 명이 함께 일궈낸 신명의 설장구놀이 역시 청중들을 압도한다.

a 사물놀이 김덕수 외 8명의 신들린 듯한 사물놀이

사물놀이 김덕수 외 8명의 신들린 듯한 사물놀이 ⓒ 김영조


공연 내내 김덕수의 장고와 함께 폭풍처럼 아쟁과 드럼·키보드 등을 연주하던 '프로젝트 시나위 위(爲)'는 공연을 환상으로 몰고 간 주범이었다.


이날 공연에서 김덕수는 그의 진가를 한껏 발휘했다. 그것은 공연을 온통 자신의 무대로만 이끈 것이 아니라 모든 연희자와 연주자의 속에 머무르며,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중심 구실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폭풍우 몰아치듯 온몸으로 사물놀이나 설장구 공연을 한 뒤에도 어김없이 반주석에 와서 그는 장구를 두드리고 있다. 적지않은 나이에 어디서 그런 힘이 솟구치는가? 그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인임을 확인하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김덕수는 이 공연과 함께 신나라(회장 김기순)을 통해 덩더궁·비나이다·육자배기와 흥타령 등이 들어 있는 김덕수 예인인생 50주년 기념 음반 '길'을 냈고, 출판사 김영사(박은주)를 통해서 <글로벌 광대 '신명으로 세상을 두드리다'>란 제목의 책을 펴냈다.


a 버나돌리기 버나돌리기를 하는 풍물패들의 손끝에 청중의 눈이 모아진다.

버나돌리기 버나돌리기를 하는 풍물패들의 손끝에 청중의 눈이 모아진다. ⓒ 김영조



감동의 공연에 아쉬운 대목은 무대공연의 한계일지도 모르지만 공연이 끝나고 나서 청중과 함께 한바탕 땀을 흘리는 대동 한마당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요구는 지나친 것일까?

이 공연은 오는 9일까지 계속된다. 세계화(글로벌)는 그저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확고한 정체성 속에서 우리 것을 알고 즐기면서 세상을 호흡하는 것이 진정한 세계화다. 이 가을엔 김덕수 예인인생 50주년 기념공연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에서 한바탕 신명을 쏟아내고 세계화의 한복판에 서 보면 어떨까? 그리고 그들의 혼이 무엇인지 한 번 느껴보자.

a 일고화락 북과 장고의 향연

일고화락 북과 장고의 향연 ⓒ 김영조


         
a 지전춤과 소리 동해안 무속 지전춤과 김정희(오른쪽 장구를 치는 이) 소리

지전춤과 소리 동해안 무속 지전춤과 김정희(오른쪽 장구를 치는 이) 소리 ⓒ 김영조


        
a 공연반주단  공연 내내 신들린 반주를 한 장구 김덕수(앞줄 오른쪽 두번째)와 아쟁 신현식 외 프로젝트 시나위 위(爲)

공연반주단 공연 내내 신들린 반주를 한 장구 김덕수(앞줄 오른쪽 두번째)와 아쟁 신현식 외 프로젝트 시나위 위(爲) ⓒ 김영조


         
a 설장고 김덕수 외 8명의 설장고 공연

설장고 김덕수 외 8명의 설장고 공연 ⓒ 김영조


        
a 상모놀이와 탭댄스 해금에 맞춰 상모놀이를 하는 풍물패와 색소폰에 맞춘 탭댄스의 기막힌 화음

상모놀이와 탭댄스 해금에 맞춰 상모놀이를 하는 풍물패와 색소폰에 맞춘 탭댄스의 기막힌 화음 ⓒ 김영조


        
a 풍물패와 비보이 상모를 돌리는 풍물패와 비보이의 화려한 동작이 어울려 청중을 사로잡았다. 청중들은 이 장면이 공연의 절정이라고들 했다.

풍물패와 비보이 상모를 돌리는 풍물패와 비보이의 화려한 동작이 어울려 청중을 사로잡았다. 청중들은 이 장면이 공연의 절정이라고들 했다. ⓒ 김영조

덧붙이는 글 | ▶ 공연문의 : (사)사물놀이 한울림 (02)2232-7952 www.kimduksoo.com

이기사는 다음,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공연문의 : (사)사물놀이 한울림 (02)2232-7952 www.kimduksoo.com

이기사는 다음,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덕수 #풍물굿 #사물놀이 #50주년 기념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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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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