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순정만화처럼

연극 '강풀의 순정만화'를 보고

등록 2007.09.14 11:35수정 2007.09.1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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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강풀의 순정만화 연극의 한 장면

강풀의 순정만화 연극의 한 장면 ⓒ 강풀의 순정만화

▲ 강풀의 순정만화 연극의 한 장면 ⓒ 강풀의 순정만화

인터넷 최고의 히트 만화인 <강풀의 순정만화>를 연극 무대에 올린 것은 지난 2005년 10월이다. 초연 당시 관객들에게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기발한 연극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아날로그적인 느낌의 따뜻한 공연'이라는 평을 받았던 <강풀의 순정만화>는 제목만큼이나 가슴 설레는 작품이다.

 

원작 <강풀의 순정만화>는 고교생 수영이와 띠동갑인 직장인 연우의 사랑 이야기이다. 사랑을 통한 구원을 그리고 싶었다는 만화가 강도영의 말처럼 수영이와 연우는 사랑을 하면서 각자의 내면을 치유한다. 새아버지, 새오빠와 가족이 되었지만 여전히 엄마만을 가족으로 인정하던 수영이가 아버지와 오빠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나 부모님 없이 홀로 외롭게 큰 연우가 더 이상 외로워하지 않게 된 것은 두 사람의 사랑이 빚어낸 선물이다.

 

다른 한편으로 수영이와 연우의 사랑 사이에 연상녀 하경과 고교생 숙의 사랑이 엇갈려 있다. '엇갈려 있다'는 표현을 오해하지 마시길, 삼각관계나 사각관계는 '순정만화'에 어울리지 않은 소재이니 말이다. 사람들의 인연이 둘 만의 관계 속에서만 이뤄지는 법이 없기에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이들 네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돕는다. 수영을 위해 눈을 뿌렸던 연우 덕분에 하경과 숙이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갖게 되는 것처럼 서로의 삶에 대한 작은 관심이 은연 중에 각자의 마음을 위로한다.

 

연극 <강풀의 순정만화>에는 원작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애틋함과 가슴 설렘이 그대로 담겨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확인하기까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배우들의 독백으로 이어진다. 사실 말로 표현하는 사랑이라는 것은 '사랑'의 단면에 불과하기에 이들의 독백이야말로 뭉클한 사랑의 감정을 절절하게 표현하는 수단으로 충분하다. 더욱이 그림과 글에 의존해 표현됐던 사랑이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 대사에 버무려지면서 더욱 더 맛깔스러워졌다.

 

동일한 이야기로 전개된다지만 분명 연극은 만화와는 다른 연극만의 재미를 선사한다. 먼저 만화라는 2차원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3차원의 무대에 가져오는 과정에서 코믹한 설정이 생겼다. 예를 들면 처음 수영과 연우가 만나게 되는 공간인 엘리베이터는 배우들의 움직임만으로 마치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또 거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붕어빵 아주머니는 학생이 달아나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무대 끝으로 들어간다. 짧은 시간에 다양한 공간을 펼쳐내는 무대를 보고 있자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다음으로 기존의 연극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화가 배꼽잡는 웃음을 선사한다. 원작이 인터넷 상에서 연재되던 만화임을 고려한 설정으로 연극 <강풀의 순정만화>의 배우들은 마치 채팅창을 펼쳐놓은 듯한 대화를 구사한다. '샤방샤방'과 같은 표현은 기본이고 여러 종류의 의성어, 의태어들이 대화와 몸짓의 여백을 채운다. 이는 메신저에 익숙한 세대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연극에는 만화 속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한 사람이 있다. '제7의 인물'로 불리는 이 사람은 장면 곳곳에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여 감초처럼 웃음을 선사한다. 어느 장면에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는지는 직접 확인하시라~

 

연극을 보는 내내 울고 웃었다. 우리들 삶이 희노애락의 반복이듯이 연극 <강풀의 순정만화> 역시 짧은 시간 동안 관객들을 향해 사랑의 희노애락을 펼쳐보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 '꿈꾸는' 사랑을 말하고, '지나간' 사랑을 보여줬으며, '현재의' 사랑을 느끼게 했다. 사람이 희망일 수 있는 것은 사람 안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 아니던가.

 

세상의 찌든 때를 털어버리고 싶다면, 순수했던 지난날의 사랑이 그리워진다면 연극 <강풀의 순정만화> 속으로 빠져보시길 바란다. 대학로 인아소극장에서 8월 31일부터 진행되는 <강풀의 순정만화>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같이 사랑의 막을 올린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갓피아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9.14 11:35ⓒ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갓피아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강풀의 순정만화 #강풀 #순정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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