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 공개사과 할 때까지 밀착 감시"

여성단체들, 한나라당사앞에서 '맛사지 발언' 규탄 기자회견

등록 2007.09.20 16:17수정 2007.09.2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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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후보의 반복적인 '여성비하' 발언 규탄 20일 낮 전국 30여개 여성단체 회원들은 여의도 한나라당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대선후보의 '여성비하' 발언을 규탄하고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 권우성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과정부터 이명박 후보의 여성 비하 발언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여성단체들이 참았다. '나아지겠지' 하면서, 대통령 후보로서 새로운 시대정신과 철학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를 가졌는데…" (남윤인순 한국여성연합 상임대표)

"이명박 후보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시정하려는 노력 없이 변명만 하고 있어 실망이다.…이 후보가 자신의 잘못을 모른다면, 앞으로 대선은 새로운 한국을 구상하는 선거가 아니라 여성들에게 엄청난 실망을 주고, 후보의 발언 때문에 국민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끔찍한 시간이 될 것이다." (오매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마사지걸' 발언으로 여성을 비하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해 여성계의 비난이 쏟아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 등 전국 36개 여성단체들은 20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이 후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 후보의 발언은 누가 봐도 여성을 상품화, 대상화시킨 것으로, 대통령 후보로서의 격과 자질을 의심할 만 하다"며 ▲여성 유권자를 향한 공개 사과 ▲성평등사회에 대한 철학과 비전, 정책 제시 등을 이 후보에 촉구했다.

이들은 "그동안 여성단체들은 술자리의 여성비하적 대화가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했다"며 "그럼에도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술자리에서 구태한 모습으로 여성을 비하하고, 이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은 채 발뺌하는 것은 대통령 후보다운 태도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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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비하 발언 이제 그만! 20일 오후 여의도 한나라당사앞에서 열린 이명박 후보의 여성비하 발언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이명박 후보의 입에 반창고를 붙이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여성 비하하는 이명박 후보의 입에 반창고를!"


남윤 대표는 기자회견 도중 이 후보의 여성비하 발언 사례들을 열거했다. 이 후보는 1월 21일 경선 과정에서 상대방 후보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향해 "애를 낳아본 여자만 보육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다", 8월 3일 정우택 충북지사와의 관기 발언 등으로 문제가 된 바 있다.

남윤 대표는 특히 '마사지걸' 발언에 대한 이 후보쪽의 답변에 대해 "여성단체가 제기한 공개질의 내용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후보가 '인생의 지혜'를 소개하면서 이런 발언을 하게 된 그의 인생철학과 관점에 대한 문제제기였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이 후보를 대신해 '마사지걸'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한나라당은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기회가 주어져서,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한 해명을 내놓았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인 오매씨는 "이 후보쪽의 공식 답변에 실망을 금치 못 하겠다"며 "(이 후보의 발언은) 남성들이 스스로를 유사 성매매라 할 수 있는 '마사지걸' 소비자라고 가정해서는 안 되고, 또한 여성을 안주삼아 품평할 자격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은 "이런 기자회견 자체가 부끄럽다"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책과 비전을 논의해야 할 시점에 왜 우리가 대통령 후보에게 사과를 듣기 위해 이 자리까지 와야 하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배 사무국장은 "여성을 비하하고 여성 인권에 대한 관점이 없는 후보가 지지율 1위라는 것은, 한국 여성이 어렵게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이 후보는 공식 사과하고, 여성관과 철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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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사앞에서 열린 이명박 후보의 반복적인 '여성비하발언' 규탄 기자회견장앞으로 직장인들이 지나가며 구경하고 있다. ⓒ 권우성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 후보의 여성 비하 발언이 더 나오지 말라는 의미로, 입 모양 조형물을 만들어 반창고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입술 모형 아래에는 '나, 이경박'이라는 문구를 달아 이 후보의 입임을 암시했고, 윗입술 부분에는 "얼굴이 덜 예쁜 여자가 서비스가 좋아", "얼굴이 덜 예쁜 여자에게도 고른 기회를 줘야" 등 이 후보가 했던 발언을 붙였다.

이들은 앞으로 이 후보의 공식 사과가 있을 때까지 그의 발언과 행동을 '밀착 감시'하고, 도덕성과 자질 등을 검증해 이를 국민에게 알리는 유권자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28일 일간지 편집국장들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인생의 지혜'를 이야기하던 중 "(현대건설 재직 당시 타이) 현지에서 오래 근무한 선배는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가장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르더라,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손님들을 받았겠지만 예쁘지 않은 여자들은 자신을 선택해준 게 고마워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하게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명박 #마사지걸 #한국여성단체연합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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