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7.09.21 11:32수정 2007.09.2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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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두고 짜증나는 교통체증에도 고향을 찾는 이들을 보며 마음 한 편에 착잡함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그중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부티김롼(39)씨는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할 뿐 아니라, 언제 임종을 할지 모르는 노모 때문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
부티김롼씨는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하여 일할 때 만난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여 네 살배기 아이를 두고 있는 이주여성이다.
그저 다른 사람들처럼 고향 사람 만나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던 딸이 외국인과 결혼하겠다고 하자, 처음에는 반대를 하셨다는 노모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있듯이 결국 결혼을 허락했다고 한다. 그리고 오순도순 살아가는 딸 내외의 초청을 받고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했다.
그나마 노모에 대한 초청이 가능했던 건, 부티김롼씨가 아이를 낳고 국적을 취득하여 가능한 일이었다. 그전에는 출산 후 몸을 풀 때조차도 노모를 초청할 생각을 하지 못했고, 손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도 사진을 통해서만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입국 후 손자의 재롱에 마냥 즐거워하시며 하루하루를 보내시던 그 노모가 지난 8월 말 욕실에서 미끄러지면서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머리를 다쳐 입원했을 때 급성심근경색이라는 진단을 받았던 노모는 입원 중 뇌경색, 심근경색, 폐렴이 추가로 발생했다. 노모는 현재 고대 안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있다.
노모가 언제 운명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티김롼씨는 자신의 초청을 받고 한국에 왔던 노모가 자신 때문에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눈물로 간병을 하고 있다. 또한 유교적 풍습이 강한 베트남에서 형제들이 부모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불효를 저지르게 하는 것 또한 자신의 책임이라면서도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다.
언제 운명하실지 모르는 노모를 모시면서 죄책감에 가슴 졸이는 부티김롼씨는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했다가 산재를 당하고 출국했던 경험이 있는 남동생이 와서 노모의 임종을 살피고, 시신을 모셔갈 수 있었으면 하지만 사증발급을 받아 초청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부티김롼씨는 “추석 때 송편을 먹고 즐겁게 지내는 걸 원하지 않아요. 엄마가 남동생이 올 때까지 돌아가시지만 않아도 자책이 덜할 것 같아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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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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