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손학규는 한나라당 경선했어야"
정동영 "당권밀약설? 달새?... 음해말라"

손학규 빠진 채 이해찬-정동영 '부산 혈투'

등록 2007.09.21 17:51수정 2007.09.2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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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후보가 불참한 가운데 정동영, 이해찬 후보가 지난 19일 SBS 주관 TV 토론회를 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후보가 불참한 가운데 정동영, 이해찬 후보가 지난 19일 SBS 주관 TV 토론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손학규 후보가 빠진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정책토론회에서 이해찬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혈투에 가까운 맞짱 토론을 벌였다.

21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해찬 후보가 정동영 후보측의 '당권밀약설'과 조직·동원 선거 의혹 등을 제기했고, 이에 정 후보가 "마타도어로 음해하지 말라"며 반박하는 등 두 후보가 정면으로 부딪혔다.

포문은 이해찬 후보가 열었다. 특정 주제가 없는 '상호 자유토론'에서 이 후보는 "손학규 후보가 (토론회에) 안 나오면서 한 기자회견을 보니까, 가장 큰 이유가 '구태정치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었다"며 "신당을 만들어서 좋은 정치를 하자고 했는데, 경선 과정에서부터 구태정치가 일어나 국민들의 시선이 차가워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후보는 "정동영 후보의 책임이 크다"면서 "제가 경선을 시작하면서 절대 대리접수를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했는데, 정동영 후보는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결국 몸싸움까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 불참한 손학규 후보에 대해서도 "지난번 SBS토론회와 달리 오늘은 당에서 하는 토론회이기 때문에 후보가 의무적으로 나와야 한다"며 "후보이면서 토론회에 안나오는 것은 (경선에) 복귀한다면서 경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어 "이렇게 경선이 망가지게 된 것에 대해 정 후보가 사과하고, 손 후보도 경선을 무시하는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해찬 "정동영, 안방에 손학규 불러놓고 반칙" 맹공

이에 대해 정동영 후보는 "정동영에게 구태정치라고 하는 것은 단호히 반대한다,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완전국민개방경선을 하기로 합의했다. 입구는 낮추고, 출구는 그 분들이 선거인단 의지가 있는지 확인해서 낮추자는 것이 어떻게 구태냐"고 반박했다.


이어 정 후보가 "정동영은 새정치를 구현해왔다"며 "5년전 노무현을 지켜냈던 정치행보, 돈과 선거를 끊어낸 장본인이 정동영"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찬 후보가 "제게 주어진 시간이니까, 답변을 그만 하라"고 잘랐지만, 정 후보는 "저도 제 시간을 많이 드리지 않았느냐"며 날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 후보는 이어 "손 후보가 측근들이 잘못 보고해서 오해했을 수도 있으니까, 우리가 서로 모여서 서운한 것 있으면 풀고, 고칠 것 있으면 고쳐서 당당하게 하자"며 후보간 3자 회동을 제안하는 등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이해찬 후보는 손 후보와 정 후보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특히 이 후보는 "원래부터 손 후보는 우리당 경선에 참여하기 보다는 한나라당 경선에서 정정당당하게 치르고 본인이 부족하면 이 다음에 하는 게 정당 정치의 원리"라며 "그래서 경선 불복을 법으로 금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 후보는 손 후보를 초대했다고 했는데, 초대해놓고 조직선거, 박스선거를 하다보니까, 손 후보가 화가 난 것"이라며 "안방에 불러놓고 반칙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손 후보가 토론회에 불참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두 후보간 설전이 막 열기를 띠기 시작한 가운데, 이번에는 서로에게 정해진 시간이 없이 발언하는 '맞짱토론'이 시작되면서 거침없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정동영 후보는 "신정아 사건 때문에 지난 한 달간 온통 신문 방송에 그 기사 뿐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손 후보가 칩거에 들어가고 신문 톱 기사가 신당으로 넘어왔다"며 "국민의 관심이 넘어왔으니, 이제 경선판만 깨지지 않으면 흥행에도 성공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정 후보는 이어 "5년전 1승15패를 하면서 경선을 지켰을 때 저에게 고마워했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핵심들이 정통(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이라는 자발적 서포터스를 만들었다"며 "조직도 없고 연고도 없는 울산에서 제가 압도적으로 1등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자발적 서포터스의 열정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해찬 후보는 "그 때부터 지금까지 5년동안 그렇게 열렬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대선을 준비했는데, 지지율은 왜 그렇게 낮냐"고 쏘아붙였다.

이 후보는 이어 "정치는 국민과 당에 대해 진실하고 신의를 지켜야 한다"며 "이처럼 혼탁한 경선은 처음봤다, 왜 신당이 당권에 대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느냐"고 '당권밀약설'을 꺼내들었다.

정동영 "같은 당 동지들에게 '달새'라니..." 역공

특히 이 후보는 지난 14일 정동영 후보 지지를 선언한 '김한길 그룹' 의원 14명을 겨냥, "6개월 사이에 당을 4번이나 바꾼 사람들이 어떻게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지지, 사랑을 받을 수 있겠냐"며 "그 분들을 두고 '철새'도 아니고 '달새'라고 하더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이에 정 후보는 낮지만, 잔뜩 노기가 서린 목소리로 "당을 같이 하는 동지들에게 그렇게 심하게 말하면 듣는 사람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느냐"며 "그 분들을 어떻게 '철새'니, '달새'니 매도하나. 이해찬 후보가 대선후보가 되면 그 분들이 도울 마음이 나겠느냐"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이해찬 후보는 '김한길 그룹'이 탈당 과정에서 제기한 '배제론'을 비판하며 맞섰다. 또한 "새롭게 당을 만들었으면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게 해야 하는데, 박스떼기, 대리접수가 어떻게 가능한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정동영 후보도 역공에 나섰다. 정 후보는 "부산경남 지역에서 20만명의 선거인단이 신청했는데, 제일 많은 게 이해찬 후보측"이라며 "그 분들이 다 본인이 직접가서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정 후보는 이어 "대리접수와 정동영을 등식화 시키지 말라. 박스떼기를 정동영이가 했다고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해찬 후보도 "몸싸움을 벌였던 사람이 정동영 캠프에서 핵심적으로 일하는 사람인게 다 밝혀졌다"고 맞불을 놨고, 정 후보도 "부산경남에서 선거인단이 하나하나 다 직접 접수했다고 생각하냐"고 반박하면서 설전을 벌였다.

특히 이해찬 후보는 정 후보의 텃밭인 전북지역 선거인단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이 후보는 "전북에서 40만명이 등록했는데, 생활체육회가 개입하고 그 예산으로 하고 있다는 게 전북도의회에서 밝혀졌다"며 "창피해서 얘기 안하려고 했는데 자꾸 감추고 딴 얘기하니까…(얘기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정동영 후보는 "본질과 가지가 있다"면서 "지엽말단에 속하는 대리접수냐 아니냐를 얘기하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다, 누워서 침을 뱉으면 자기 얼굴에 떨어진다"고 쏘아붙였다. 

'당권밀약설' 거친 공방 계속

정 후보의 공격이 계속됐다. 정 후보는 "이 후보가 '손학규 후보는 한나라당에서 경선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이(해찬)-손(학규) 연대'는 무슨 얘기냐"고 추궁했다. 또 "당권밀약설은 근거없은 마타도어다, 중진이면 품격이 있어야 한다"며 "상대 후보를 해칠 것 같으면 그렇게 아무렇게나 발설하는 것이 바로 구태정치"라고 이 후보를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이해찬 후보는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는 의원) 14명 모임에 참석했던 의원으로부터 ('당권밀약설'에 대해) 들었다"고 반박한 뒤, '이-손 연대'에 대해서는 "손 후보가 우리당의 대선후보가 되는 것은 민주개혁 진영에 타격을 받는다"며 일축했다.

"한나라당에서 3등하던 후보가 정체성도 변하지 않고 한나라당에 있을 때와 똑같은 공약으로 본선에 가면 한나라당 1등과 3등이 싸워서 그 대선을 어떻게 이기나. 그렇게 되면 그 허망감을 가지고 우리 지지자들에게 뭐라고 얘기할 수 있나. 그런 사태가 일어나면 안된다."

이에 정동영 후보는 "당권밀약설은 더 이상 말하지 말라, 있을 수 없다"면서 "음해, 마타도어를 가지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은 한나라당에서나 있을 수 있는 얘기"라고 받아쳤다.

한편 손학규 후보는 경선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칩거에 들어갔다가 이날 경선에 복귀했지만, "국민들에게 경멸의 재미만 주는 말꼬리 잡기, 낡은 이념 싸움, 낡은 패거리 싸움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이날 토론회에 불참했다.
#이해찬 #정동영 #손학규 #광주경선 #달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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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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