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평에서 백두산 입구에 이르는 두만강 강변로(?)의 모습그저 백두산과 천지만 찍고(?) 올 요량이 아닌, 북한 땅과 호흡하며 의미 있는 여행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이곳이 제격이다.
서부원
남평 마을을 막 벗어난 비탈진 오르막에 서면 북한 땅 무산(茂山) 시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오지 중의 오지인 이곳에 철광이 개발되면서 철도가 놓이고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만들어진 북한의 내로라는 광업도시입니다. 네모반듯한 바둑판 모양의 도로를 보면 여느 도시와 다를 게 없지만, 칠 벗겨진 콘크리트 건물에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낡은 집들, 나무 전봇대에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전깃줄 등은 켜켜이 쌓인 가난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한편, 부르면 들릴 듯한 강 건너편에는 북한 주민들의 '나른한' 일상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빨래하는 아낙네, 그 곁 바위에 걸터앉아 책 읽는 사람, 낚시하는 노인, 의심 가득한 눈으로 우리를 응시하는 아이들, 그리고 어깨에 총을 둘러 맨 채 감시의 눈을 번득이는 군인들. 잠시나마 이곳 언덕배기에 서면 북한의 복잡다단한 현재와 주민들의 일상이 다 보입니다.
모자이크 모양의 산비탈 다락밭에 매달린, 을씨년스러운 잿빛 도시에 담긴, 나아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흐르는 두만강의 거무튀튀한 강물에 비친 북한의 현실은 가엾기 그지없습니다. 그것은 북한 동포에 대한 값싼 동정도 아니고, 가슴에 불타오르는 뜨거운 민족애도 아닙니다. 단지 한 뼘 강을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중국과 북한의 사뭇 다른 풍경이 낯설고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한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