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을 정치공학의 시각으로 보지마라

파멸의 가짜경제대 상생의 진짜경제

등록 2007.10.01 10:22수정 2007.10.0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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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후보의 ‘사람중심 진짜경제’론이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사람 중심의 경제정책을 주장해 온 많은 전문가들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주장일 뿐이었는데, 일반인들에게는 꽤 큰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된 데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국가적 의제에 관해 합리적 토론의 장이 마련되지 않았던 탓이 크다.

 

특히 토건 중심의 개발을 주장하는 지배적 세력들에 의해 장악된 언론과 정치, 관료, 전문가 집단이 정해진 결론에 따라 짜맞춘 정보를 공급하고 있는 현실에서 일반 국민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문국현 후보는 지금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민주화 이후 20년, 외환위기 이후 10년이 지난 오늘 한국사회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의 ‘사람중심 진짜경제’론이 힘을 얻을수록 한국의 개발세력이 수십년 동안 구축해 놓은 틀은 서서히 무너질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기업인으로 살아온 이력과 함께 봉사하는 삶이 보여주는 진정성으로 인해 그의 주장은 사뭇 충격의 강도가 다르다.

 

지식인들 사이에서 그의 의미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다소 의외다. 아마 대통령 선거나 개혁세력의 안위만을 고려하는 정치공학적 시각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필자는 문국현 후보가 향후 3개월 동안의 활동으로 인해 우리가 얻을 성과는 아마 개혁적 보수 세력과 개혁적 진보 세력이 앞으로 30년간 노력해도 얻지 못할 정도로 크다고 생각한다.

 

문국현 후보는 지금 진실을 가리키고 있다. 현명한 독자라면, 이제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진실은 참혹하다. OECD국가들과의 비교 자료를 항시 보는 전문가들이라면 수시로 그 끔찍한 현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온 국민이 그 진실을 정확히 보는 순간 우리는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의 문제1 -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성장

 

문국현 후보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이른바 좋은 일자리로 알려지고 있는 그런 일자리들이 외환위기 이후 대폭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실상은 이렇다.

 

<표1> 기업 규모별 고용추세 (단위 : %)

구분
1~9인
10~49인
50~299인
300인 이상
합계
1000인 이상
1996년
40.4
21.8
18.6
19.3
100
10.4
1998년
43.9
21.1
18.5
16.4
100
8.3
2000년
45.6
23.8
18.6
12.0
100
5.2
2002년
45.1
24.2
18.5
12.2
100
5.3
2004년
44.7
23.4
19.2
12.6
100
5.4
2005년
44.0
24.4

19.8

11.8
100
5.2

자료 : 통계청, 사업체 기초통계조사보고서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한국은 크게 성장하였다. 그런데 300인 이상 대기업이 고용하는 비중은 줄어들고 있으며, 외환위기 이전 19.3%에 달하던 비중이 2005년도에는 11.8%까지 줄어들었다. 특히 마지막 줄에 참고로 첨부한 것처럼 1,000인 이상을 고용하는 대기업의 경우는 거의 절반수준으로 그 비중이 줄어들었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강제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빅딜을 통해 합병을 장려했고, 그 결과 독과점이 강화된 대기업부문은 외형이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이익도 크게 늘었다. 많은 대기업의 주식가격이 10배 이상 뛰었고, 대기업들은 막대한 내부 유보이윤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고용은 줄어든 것이다. 2000년 이후 구조조정이 끝났다면 외형이 성장하고 수익성이 높아짐에 따라 당연히 고용이 늘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앞으로도 대기업에서 더 이상 고용이 늘어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대기업의 좋은 일자리는 불과 12% 수준에 불과한 수준에서 고착되었고,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88%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문제2 : 경쟁력을 상실한 중소기업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제공하는 일자리의 현황은 어떤가? 정권마다 중소기업 진흥을 주창하고 나섰지만 현실은 참담하다. 진실은 다음 표가 말해 준다. 이 표를 주목해서 보자. 문국현 후보의 핵심적 주장이 바로 이 표에 담겨 있다.

 

<표2>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노동생산성 격차의 국제비교 (단위:%)

(대기업을 100%로 했을 때 중소기업 생산성 비율)

구분
한국
일본
미국
독일
이탈리아
OECD
2002년 자료
34.5
53.2
58.3
63.1
65.2

자료 : 한국개발연구원(2005) ‘혁신주도형 경제로의 전환에 있어서 중소기업의 역할’

 

한국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34.5%에 불과하다. 독일이나 이탈리아에 비해 거의 절반수준이다. 가장 유사한 산업구조를 가진 일본과 비교해도 60% 수준에 불과하다. 생산성이 이렇게 낮다는 것은 그만큼 임금도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은 평균적으로 대기업 임금의 55% 수준에 불과하다. 88% 임금근로자의 형편이 그렇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문제 3 : 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는 중소기업

 

그런데 많은 한국의 중소기업은 다른 기업에 납품을 하는 기업들이다. 즉, 하도급 기업들이다. 통계에 의하면 대략 중소기업의 60% 이상이 다른 기업에 납품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하도급기업이 대다수인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이렇게 대기업과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대기업에 종속적인 한국 중소기업의 하도급 특징에서 기인한다. 또 대기업과 거래하는 많은 중소기업은 하나나 둘 정도의 대기업과 거래한다. 이는 그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로 직접 진출하기 힘든 대부분의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대기업의 하도급을 맡는 것 자체가 안정적인 매수처를 확보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로 인해 하도급 비리가 만연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가격 후려치기 등을 통해 중소기업이 망하지 않을 만큼 수탈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중소기업에 압력을 가한다. 정부의 감시감독은 허울뿐이고 법규 위반 대기업에 대한 조치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중소기업은 그나마 거래처를 잃을까봐 신고조차 꺼리고 있다. 그 결과 중소기업은 비용절감에 열중하지 않을 수 없고, 원가절감에 나선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노동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 다음 그림은 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림1> 중소기업의 고용비중 및 대기업과의 임금격차 추이

통계청
ⓒ 통계청

자료 : 통계청, 광공업 통계조사 보고서

 

이 그림은 앞서 인용한 한국개발연구원(2005) 자료에서 재인용한 것이다. 광공업만을 분석한 것이라서 비율이 조금 다르지만, 추세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상시적인 비용절감으로 인해 고용불안에 떠는 동시 임금격차도 점차 커지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문제 4 : 세계화 시대 동반 몰락의 자본중심 가짜경제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생산성 향상은 꿈도 꾸지 못한 채 하루하루 연명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가 노동자들을 교육시키라고 많은 재원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그조차도 쓰지 못한다. 다음 표도 핵심적인 통계이다. 참담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통계다.

 

<표3> 기업규모별 직업훈련 정부지원금 비율

150인 미만
300인 미만
500인 미만
1000인 미만
1000인 이상
지원금 비중
17.7
6.8
4.5
7.3
63.7
근로자 비중
65.2
8.7
4.8
6.2
15.1

자료: 노동부, 고용보험 재직자 훈련 지원 기준, 2005

 

고용보험 대상자 중에서 15%에 불과한 대기업 노동자들이 정부 지원금의 63.7%를 받아가고 있다. 직업교육을 시키면 정부가 지원금을 준다고 하는데도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신청도 못하고 있다. 그들에게 직업교육이란 사치에 가깝다. 이런 노동자들에게서 기술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

 

아마 중소기업의 열악한 상황을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생산성 향상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저 비용절감을 위해 내몰리는 노동자들의 처지를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세계화시대에는 한국경제의 파멸을 의미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중소기업이 비용을 절감하기에 바쁜 나머지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다가 외국의 어느 기업이 더 싸게 좋은 물건을 만들어내는 순간 대기업은 순식간에 거래선을 바꿔버린다. 기술을 습득해서 생산성을 증가시킬 기회를 주지 않던 대기업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순간 그대로 내친다. 그것이 바로 세계화시대 자본의 법칙이다. 어느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매 순간순간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경영자나 노동자나 모두 합리적으로 행동한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지속적으로 중소기업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버렸다. 결국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는다. 빈곤층이 늘어나면서 소비가 줄어들게 되니, 대기업도 영향을 받는다. 대중소기업을 막론하고 파멸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한국경제는 이미 오랫동안 그런 파멸의 길을 걸어왔고, 우리 국민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지금도 그런 파멸의 길을 향해 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문국현 후보가 느끼는 절박성이다. 보장된 편안한 삶을 던지고, 그가 출마선언에서 밝혔듯이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이유다.

 

문국현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을 뿐이다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재벌중심 경제는 우리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자리의 대다수를 제공하는 중소기업을 보아야 한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면, 하도급 기업이 제공하는 좋은 제품을 값싸게 사용하는 우리 대기업의 경쟁력도 높아진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살아나는 것이니 ‘진짜경제’라고 부를만 하지 않은가?

 

문국현 후보는 묻고 있다. 우리 노동자들이 독일의 노동자나, 이태리의 노동자들보다 자질이 떨어지는가? 그 어떤 나라보다도 교육열이 뛰어나 중고등학교에서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고, 대학진학률도 가장 높은데 그런 교육을 받은 노동자들이 왜 독일이나 이태리 노동자들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는가?

 

문국현 후보는 지금 진지하게 문제를 지적하고 있을 뿐이다. 그는 비정규직은 지식의 무덤이라고 주장한다. 비정규직으로는 생산성을 높일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중소기업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국가 최우선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우리는 희망을 논할 수 없다. 이러한 그의 통찰력은 기존의 정치세력과는 확연히 다르다. 성장만을 주장하는 세력이나 반세계화를 부르짖거나 노동자의 보호만을 주장하는 세력의 국가최우선과제와는 분명 다르지 않은가? 진정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무엇인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제 정치공학적 시각에서 벗어나 문국현 후보를 보자.

덧붙이는 글 |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문국현 예비후보의 정책자문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7.10.01 10:22ⓒ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문국현 예비후보의 정책자문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문국현 #진짜경제 #사람중심 #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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