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대법원장을 고발한 까닭

[기고] 국민감사 청구키로 한 정영진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등록 2007.10.01 13:10수정 2007.10.0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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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문 위의 '정의의 여신상'.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법전을 들고 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문 위의 '정의의 여신상'.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법전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법의 여신은 천으로 눈을 가리고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손에는 칼을 들고 있습니다.

천으로 눈을 가리고 있는 것처럼 인간의 신분이나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저울을 들고 있는 것처럼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무사하게 '법대로' 사법권을 행사하여야 하는 것이 사법 기관의 기본 책무입니다.

그런데 많은 국민들은 과연 우리나라에서 사법 기관인 법원, 준사법기관인 검찰이 '법 앞의 평등' 원칙에 따라 법대로 적용을 하여 왔는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사법기관이 '법대로 법' 적용을 하지 않는 경우 국민들의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은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국민들의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의 정도는 지난 번 재벌총수들 관련 재판 후 인터넷에 '사법부는 자폭하라'는 네티즌 청원까지 등장하였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할 수 없고, 국민들이 스스로 나서서라도 실효성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법대로' 재판이나 사법행정을 하지 아니하여 사법불신을 초래한 법관 등은 준엄한 문책을 받아야 합니다. 막연히 비난만 할 뿐 실천적 대책을 제시하지 않는 주장은 공허한 주장입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죽은 양심입니다.

이에 저는 이러한 저의 주장에 대한 실천으로서 우선, 법관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문책수단인 법관징계와 관련하여 '법대로' 법 적용을 하지 아니한 혐의가 있는 대법원장님 및 대법관님들 전원에 대하여 9월 27일 형사고발 또는 수사의뢰를 하였고, 대법원에 대하여 부패방지법상의 '국민감사청구'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행동 없는 양심은 죽은 양심입니다


대법원장님에 대한 고발내용은 '론스타 사건'과 관련해 검찰 고위 간부들과 만찬회동을 했던 법관을 징계하지 않았고,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조아무개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징계절차를 밟지 않고 사표수리에 그치는 등 직무유기 혐의가 있다는 것입니다.

대법관님들에 대한 수사의뢰 내용은 우선 대법관님들 역시 해당 법관에 대한 징계청구권자로서 같은 직무유기 혐의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대법원장님이 위법한 고등법원부장판사 승진인사를 하여 온 행위는 대법원장님 본인에 대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데, 대법관님들이 이에 대하여 징계청구를 하지 않은 직무유기 혐의가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감사청구는 부패방지법에 의하여 공공기관의 사무처리가 법령위반 또는 부패행위로 인하여 공익을 현저히 해하는 경우 300인 이상의 국민들이 하는 것입니다.

제가 청구하고자 하는 내용은 우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징계혐의 법관들에 대하여 엄정한 법관징계를 하지 않는 행위는 위법하므로 시정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사법개혁차원에서 지난 1994년 7월 27일 일반 법관의 직급제가 폐지되었고, 2004년 1월 20일에는 법관보수에 있어서도 직급별 호봉제가 아닌 단일호봉제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형식만 승진 발령이 아닌 전보 발령으로, 실질적인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를 대법원장님이 실시하여 온 것은 위법하므로 시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규칙 등에 '고등법원 부장판사급'이 규정되어 있고, 사법부 내 데이타베이스 시스템인 법관조회 결과에서도 '직급으로서의 고등법원 부장판사' 표시가 있으며, 사법부 내외에서 고등법원 부장판사직을 운전기사와 전용 승용차가 제공되는 차관급의 고위직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것이 상위직급이 아니고 보직 개념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인 정치제도로서 국민 각자가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 주인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여야 발전하는 것입니다.

잘못된 법집행과 관련하여 비난만 할 뿐 다른 아무 것도 하지 않아서는 '법 앞의 평등', '법의 지배'가 제대로 실현될 수 없습니다. 얼마 전 국민 참여 재판제도까지 입법화된 마당에 법집행 과정에 국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리오니 뜻이 있으신 분들은 이 글 끝의 <국민감사청구인 연명부>에 인적사항을 기재한 후 서명 또는 날인하여 "서울 서초구 우면로 100 (우편번호 137-737) 서울중앙지방법원 정영진 판사" 앞으로 송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엄정한 법관징계 등에 대한 국민감사청구인 연명부>

번호
성명
주민번호
전화번호
주소
서명












* 참고로 형사 고발건이나 국민감사청구건이나 저는 가능하면 사법부 내부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그 동안 수차례 사법부 내부 통신망에 이와 관련된 글을 올리고, 대법원장님에 대한 징계청원, 국가청렴위원회 신고까지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장님이나 법원행정처로부터 전혀 반응이 없어 부득이 이번 조치를 취하게 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징계청원, 국가청렴위원회 신고까지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장님이나 법원행정처로부터 전혀 반응이 없어 부득이 이번 조치를 취하게 되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정영진 판사, 대법원장 상대 검찰 고발

정영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이용훈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을 상대로 직무유기 혐의를 들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정 판사는 이 대법원장에 대해 "지난해 론스타 영장 기각사태와 관련해 법원과 검찰의 고위 간부 간 만남에 대해 징계청구를 하지 않았다"며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조아무개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징계처리하지 않았다"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법관들에 대해서도 "징계청구권자로서 대법원장의 위법한 고등부장 승진인사 행위 및 각 직무 유기 혐의에 대해 징계청구를 하지 않았다"며 이를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번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한편 론스타 대표 유희원씨에 대해 지난해 11월 17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으로부터 4번 기각되자, 이 대법원장과 유씨간의 친분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영장 기각이 있기 일주일 전 법원과 검찰의 고위 간부 4명이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과 관련해 4인 회동을 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검찰 고발뿐만 아니라 국가청렴위원회에 부패행위신고서를 지난 7월 제출했다. 청렴위는 "신고 내용을 검토한 결과 부패행위와 관련이 없는 사안으로, 종결처리 됐다"고 통보했다.

검찰 고발과 청렴위 신고 등이 있기 전, 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 게시판에 대법원장을 비판하는 글을 수차례 올려 징계가 청구됐다. 정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위원회 회의는 5일 대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론스타 #정영진 부장판사 #국민감사청구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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