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태양초 만들기에 성공하다

열심히 말린 홍고추, 고운빛깔의 고추가루로 변하다

등록 2007.10.19 09:54수정 2007.10.19 13:2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건 따로 빠주세요."
"왜 다른 집 심부름이에요?"
"아니요. 이건 내가 직접 말린 태양고추에요. 이만하면 성공이지요?"


고추를 한 번 훑어 본 주인은 "그러게요, 이만하면 성공이고 말고요"라고 한다. 김장고추로 사용할 고추를 10근 샀다. 그 고추를 빠면서 40일 정도 잘 말린 빨간고추도 가지고 갔다. 농사 지은 빨간고추가 가루가 되어 나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a 홍고추가 가루가 되어 나오는 순간 ...

홍고추가 가루가 되어 나오는 순간 ... ⓒ 정현순


물고추를 말리기 시작하고 얼마 안 지나 비를 맞았다. 비를 맞은 후 선풍기에 말려 어느 정도 잘 말라 가고 있었다. 우리집은 동남향집이라 오전에는 앞베란다에 오후에는 뒤 발코니로 옮겨가면서 말렸다.

하루 하루 잘 말라가는 고추를 보니 부자가 된 것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올케가 와서 그것을 보더니 "예전에 어머니도 이렇게 실에 꿰어서 고추를 말리곤 하셨는데 그게 그렇게 힘들더라구요"라고 말해, 난 또 한 번 걱정을 했었다. 다행히도 햇볕이 좋아서 그 후로는 별 탈없이 잘 말라주었다.

a 다듬은 태양고추 ...

다듬은 태양고추 ... ⓒ 정현순


이번에 고추를 말리면서 완전 태양초는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잘 마른 고추는 흔들면 고추씨가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또 고추꼭지는 노란빛이 돌고, 태양초가 아닌 것은 푸른빛이 돈다. 잘 말라 사각사각 소리가 나는 고추꼭지를 땄다. 고추꼭지를 따면서 조금 상한 고추도 버릴 수 없었다. 상한 부분만 잘라버리고 잘 다듬었다. 사온 고추를 다듬을 땐 조금 상한 것은 아무 망설임없이 버리곤 했었다.

하지만 직접 농사지으면서 농사짓는 일이 많은 정성과 노력이 들어 간다는 것을 알기에 함부로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고추를 빻는 것을 찍자 방앗간 주인은 "오늘 잠은 다 잤네요. 그게 그렇게 신기해요. 자 어서 찍어요"한다. "신기하고 말고요. 내 생애에 최초로 태양고추를 만들었는데요."


a 왼쪽은 사온 고추, 오른쪽은 완전 태양고추 ...

왼쪽은 사온 고추, 오른쪽은 완전 태양고추 ... ⓒ 정현순


사온고추와 태양고추를 나란히 놓고보니 색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고운 빨간 태양고추가루를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방앗간 주인이 "정말 곱다. 이건 손님올 때 쓰시면 되겠어요"한다. "나도 그럴 생각으로 따로 빻은 거에요. 빛깔이 정말 예쁘네요." 가루를 만져보니 마치 밀가루처럼 뽀송뽀송했다.

a 고운색깔의 태양고추 ...

고운색깔의 태양고추 ... ⓒ 정현순


집에 돌아와서 플라스틱통에 덜어놓았다. 하얀 플라스틱통에 담아놓으니 더 빨갛게 보였다.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도 "고추 말려서 이렇게 빠온 거 보니깐 아주  제법이야"한다. "그럼 힘들게 농사지은 사람도 있는데 잘 해야지" 했다. 옆에서 남편이 농사짓는 것을 보면서 나도 많이 배우고 느낀다.


직접 농사 지은 농작물은 농작물 그 이상이란 것도 실감하고 있다. 친구들 중에 농사지어 보내주시는 부모님들이 계신다. 그들이 하는 말은 "우리들은 이렇게 좋은 것을 보내주지만 우리 엄마는 쭉정이만 먹어"했었다. 쭉정이도 버릴 수가 없는 그 마음을 이제는 충분히 이해 할 수있게 된 것이다.

빛깔 고운 태양초로 만든 음식을 먹고, 건강 할 가족들을 생각하니 내 마음도 뿌듯하다.
#태양고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로 사는이야기를 씁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2. 2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3. 3 '명품백 불기소'에 '조국 딸 장학금' 끌어온 검찰 '명품백 불기소'에 '조국 딸 장학금' 끌어온 검찰
  4. 4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