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삶을 살아온 지식인, 그 진실한 고백

등록 2007.10.21 16:40수정 2007.10.2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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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 한길사

<대화> ⓒ 한길사

진실된 삶을 살아온 자는 당당하다. 부끄러움이 없다. 거짓된 삶을 살아온 자는 항상 거짓되다. 진실 앞에서 서면 추해진다. 당당한척 하지만 가장 추락한 자신을 보여준다. 당당한 삶을 살아온 한 사람이 있으니 '리영희'다.

 

'리영희' 그는 누구인가?  <전환시대의 논리>로 1970년대 청년들에게 진리를 향한 외침을 부르짖게 했다. <우상과 이성> <분단을 넘어서> 등등 그가 내 놓은 글들을 진실을 향하여 당당한 삶을 추구했던 이들에게 지적 사유를 하게 했고, 나는 그가 남겨 놓은 글 앞에 무릎 꿇고 읽고 또 읽었다. 그는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아왔다. 그가 2005년 3월에 임헌영과 나눈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을 대담형식으로 담은 <대화>를 내 놓았다.

 

<대화>를 읽어가면서 든 생각은 사람은 대화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진실하지 않으면 대화할 수 없다. 자신을 다 드러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을 반추하는 대화는 녹록하지 않다. 가식을 담을 수 없다. 리영희 선생의 <대화>는 지식으로 살아온 자신의 삶이 무엇인지 말한다. '전문가'가 아닌, 시대가 고민하는 것을 자신과 일체시킨 삶이었다. 자신의 삶을 이렇게 말한다.

 

"나의 삶을 이끌어준 근본이념은 '자유와 책임'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더욱이 진정한 '지식인'은 본질적으로 '자유인'인 까닭에 자기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정에 대해서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존재하는 '사회'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는 믿음이었다."(본문 7쪽)

 

전문지식을 자본에 팔고, 권력에 팔고, 명예에 파는 지식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은 그 지식을 팔아 권력을 만들고, 스스로 기득권에 들어가 결국 지식장사꾼으로 살아갈 뿐이다. 리영희는 자신을 지식장사꾼이 아니라 자유와 책임으로 시대의 고민과 가치가 무엇인지 깨닫기를 원했고, 그렇게 살아왔다고 말한다.

 

지식인은 지식장사꾼이 되면 그는 지식을 배반한 자가 된다. 지식을 배반한다면 그 지식은 자신을 죽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죽인다. 리영희가 살았던 대한민국은 자유를 통제했고, 자유를 향한 외침을 탄압했다. 그는 그런 환경을 '반인간적 환경'(8쪽)이라 했다. 인간이 인간이 아닌 세상은 죽은 세상이다. 죽임이 난무하는 세상은 삶이 가치가 없다. 인간과 자유, 평등과 진실은 거짓될 뿐이며, 기득권에 항거하는 사악한 존재일뿐이다.

 

그 험혹한 대한민국 사회를 살았던 리영희의 삶이 <대화>에 녹아 있다. 대화를 통하여 한 지식인이 험혹한 사회를 어떻게 도전과 응전을 통하여 살아왔는지를 알게 된다. 험혹한 세상을 만드는 구성원들 중에는 전문가 지식인들, 지식을 팔아 살아가는 지식장사꾼들이 존재했음을 또한 알게 될 것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청년과 학생, 지식인들에 의해서 '사상의 은사'로 불리운 것을 과분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사상의 은사는 리영희 자신의 삶을 험혹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럴수록 야만의 권력은 나에게 '의식화 원흉'이라는 이름의 굴레를 씌워 핍박의 고삐를 조였다. 이 시기, 거짓(허위)로 덮인 깜깜한 한국의 하늘에 희미하나마 한 줄기 진실과 이성의 빛을 비춰주려는 나의 글과 사상이 '야만의 지배'를 물리치려는 선령한 인간들의 눈물겨운 싸움에 힘이 되었는지, 또 이 시대 한국사의 전진에 얼마만큼의 기여를 했을지 아는 알지 못한다. 어쨌든 1990년대에 이르러 나라에 광명이 비치게 되었을 때, 나는 허약한 한 지식인으로서 미미하나마 나의 사회적 책임과 시대적 소임을 다한 것으로 자위했다."(본문 8쪽)

 

사악한 권력은 진실을 말하는 자를 오히려 사악하다 말한다. 그 사악함에 어떤 지식은 진실을 판다. 진실을 팔아 권력과 하나 된다. 야만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야만을 거역해야 할 지식인이 오히려 야만이 진실을 지배하는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리영희 그는 야만이 지배하는 세상을 거역했다. 그러기에 그는 의식화 원흉으로 지배권력이 핍박했지만 사상의 은사로 칭송받았다. <대화>는 리영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임헌영과 대화하면서 자신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 시대 대한민국은 또 다른 전문가 지식인, 지식장사꾼이 되기 위하여 공부한다. 지식을 통하여 사회와 국가, 인민을 위하여 사용하기 보다는 자본에 팔려 자신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대화>는 그리 달갑지 않은 책이다. 하지만 우리가 더 험혹한 세상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대화>를 읽음으로 작은 밑거름이 될 것은 분명하다. 리영희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내가 할 역할은 다 했고, 남은 역할은 내가 변치 않고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있어주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 나라, 사회의 변화와 전진을 지켜보면서, 혹시 요구가 있으면 몇 마디를 해주는 것으로 족하지. "족한 줄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성현의 가르침은 지금 바로 나에게 한 말이라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자서전 같은 것을 마다했지.(본문733쪽)

 

인간은 언제든지 변절할 수 있다. 끊임없이 자기를 견책하지 않으면 변절할 수 있다. 리영희 선생은 끝까지 자신이 살아온 삶을 배반하지 않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조금 사회가 원하다면 미력한 보탬을 하겠다는 말에는 숙연함마저 든다. 그렇다 그가 살아온 삶이 그랬기에 자신을 높이지 않는 그 모습이 아름답다.

덧붙이는 글 | <대화> 리영희 저/임헌영 대담 | 한길사 | 2005년 03월
'예스24' 블로그에 게재된 글에 몇 가지를 덧붙였습니다.  

2007.10.21 16:40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대화> 리영희 저/임헌영 대담 | 한길사 | 2005년 03월
'예스24' 블로그에 게재된 글에 몇 가지를 덧붙였습니다.  

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리영희, 임헌영 대담,
한길사, 2005


#리영희 #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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