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그들은 정말 쓸데없는 풀일까?

[달팽이가 만난 우리꽃 이야기 154] 미국가막사리

등록 2007.10.23 14:26수정 2007.11.05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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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미국가막사리 국화과의 식물로 습지와 길가에서 많이 만날 수 있다.

미국가막사리 국화과의 식물로 습지와 길가에서 많이 만날 수 있다. ⓒ 김민수

▲ 미국가막사리 국화과의 식물로 습지와 길가에서 많이 만날 수 있다. ⓒ 김민수

가을 길을 걷다 보면 꽃 같지도 않은 것이 꽃이랍시고 무성지게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도깨비 풀을 닮은 가막사리, 도심에서 만나는 것들은 대부분 미국가막사리다. 이름에서 이미 눈치를 채셨겠지만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그들이 이 땅에 뿌리 내리게 된 내력이야 다른 귀화식물들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일년 초의 미국가막사리, 그가 이 땅에 퍼져 흔한 존재가 되었고,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꽃이 되었다.


잡초는 원하지 않는 장소와 시기에 사람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재배하는 작물 이외의 식물을 지칭한다. 어느 누구도 미국가막사리를 심고 가꾸는 이 없으니 그도 잡초의 반열에 들어갈 것이다.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 농부를 귀찮게 하는 풀, 꽃가루를 통해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풀, 초식동물들조차 먹길 피하는 그런 풀들 모두를 잡초라고 한다.

 

a 미국가막사리 잡초로 분류되는 그들의 생명력은 강인하다.

미국가막사리 잡초로 분류되는 그들의 생명력은 강인하다. ⓒ 김민수

▲ 미국가막사리 잡초로 분류되는 그들의 생명력은 강인하다. ⓒ 김민수

그런데 잡초는 정말 무익하고 해롭기만한 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보잘 것 없고 쓸모없어 보이는 잡초도 나름대로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 그들의 속내가 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어떤 식물은 독성분을 많이 가진 것들이 있는데 대부분 그 독성분으로 인해 연구대상이다. 독을 잘 사용하면 우리가 불치병으로 여겼던 병을 극복할 수 있는 신약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한방에서도 이 독을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사람에게 유익을 주는 것이다.

 

잡초는 생명력이 강하다. 그러므로 애써 심은 작물들과 햇볕, 수분, 양분 등 생육공간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아무래도 사람의 손길을 탄 것들보다 강하기 때문에 애써 심은 작물들의 생육을 방해하고 때로는 생장억제물질을 통해서 다른 식물들을 고사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농부들에게는 적과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a 미국가막사리 그들도 가만히 보면 예쁜 구석이 없지 않다.

미국가막사리 그들도 가만히 보면 예쁜 구석이 없지 않다. ⓒ 김민수

▲ 미국가막사리 그들도 가만히 보면 예쁜 구석이 없지 않다. ⓒ 김민수

그러나 잡초가 사람에게 꼭 해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미생물의 먹이와 서식처로 이용되기도 하고, 수식(水蝕)과 풍식(風蝕)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토끼풀과 병꽃풀, 누운주름잎 등은 강우로 인한 토양 유실을 막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고마리 같은 경우는 수질정화작용이 뛰어나다. 갈대와 부레옥잠, 부들, 가래 역시도 수질개선과 정화에 효과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 외에 한약재로 쓰이는 것들도 다양하다. 밭에서 잘 자라는 쇠비름의 경우도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지만 한방에서는 장을 깨끗하게 하고 피를 맑게 하는 약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미국가막사리는 외래잡초다. 그의 친구들은 미국개기장, 미국자리공, 달맞이꽃, 서양민들레, 서양등골나물, 쓰레기나물 등이 있는데 우연찮게도 '미국'이 붙은 외래잡초가 많다. 아마도 한국전쟁 이후 미국에서 곡물원조를 할 때 곡물에 섞여 들어온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이들의 퍼져 나가는 모습을 보면 제국주의의 속성을 닮아 있는 경우가 많다. 색안경을 끼고 봐서가 아니라 몇몇 외래잡초를 제외하고는 이 땅의 식물들을 거의 초토화시키는 경우가 왕왕 있다. 물론 달맞이꽃처럼 아예 우리 꽃처럼 자리잡은 꽃도 있고, 코스모스처럼 우리네 정서에는 들어와 있지만 영원히 외래종이라는 딱지를 떼지 못하는 꽃도 있다.

 

a 미국가막사리 그들이 우리 땅에 뿌리를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을까?

미국가막사리 그들이 우리 땅에 뿌리를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을까? ⓒ 김민수

▲ 미국가막사리 그들이 우리 땅에 뿌리를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을까? ⓒ 김민수

요즘 서울 근교의 길가나 야산에는 서양등골나물이 한창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마치 하얀 눈이 내린 듯 풍성한데 그들의 영역은 길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숲을 한 걸음 두 걸음 잠식해 간다는데 문제가 심각하다. 그 작은 꽃들마다 씨앗을 맺고 퍼져 나갈 것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미국자리공의 쓰임새에 대해서 알려진 바는 없다. 땅의 뿌리를 내리고 있으니 흙의 유실을 막아주는 역할은 기본적으로 하겠지만 미국자리공대신 우리 풀이 감당할 수도 있었던 일들이다. 여기까지 오면 정말 미국자리공은 없어져야 할, 없애버려야 할 천덕꾸러기인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다. 그의 유해성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은 바에는 그가 가진 효능에 대한 연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아무 이유없이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아무 효능이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경각심을 일깨워줄 수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런 경각심을 얻기 위해서 모든 잡초들을 약초를 대하듯, 곡물 대하듯 하라는 것은 무리가 뒤따른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잡초를 무조건 없애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a 미국가막사리 갈고리형의 씨앗은 옷에 잘 달라붙는다.

미국가막사리 갈고리형의 씨앗은 옷에 잘 달라붙는다. ⓒ 김민수

▲ 미국가막사리 갈고리형의 씨앗은 옷에 잘 달라붙는다. ⓒ 김민수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무한경쟁사회를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 중에서도 잡초 같은 사람들이 생기게 되었다. 스스로 잡초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무한경쟁에서 한발 앞서나간 사람들에게 잡초 취급 당한 이들이 있다.


경쟁의 뒤안길에서 어깨를 늘어뜨리고 살아가는 사람들, 가까스로 경쟁의 대열에 끼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헉헉거리고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잡초라고 함부로 대할 것인가? 아니, 그들이 있어 이 세상이 살만한 세상인 것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들로 인해 우리가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살아간다.


경쟁의 대열에서 이탈한 사람들, 그들은 자의건 타의건 간에 경쟁이라는 운동장에서 뛰는 이들에게는 잡초처럼 여김을 당한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그 잡초들의 생명력과 끈기를 믿는다. 이 가을 흔하디 흔한 잡초가 쓸모없어 보이지 않는 이유다.

2007.10.23 14:26ⓒ 2007 OhmyNews
#미국가막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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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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