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우릴 응원 하는 것 같아!"

단풍구경을 위해 나선 길에서 만난 겨울

등록 2007.10.25 17:02수정 2007.10.25 17:16
0
원고료로 응원

10월 21일 일요일, 우리 가족은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산을 찾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택한 곳이 치악산입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향은 흐름이 넉넉했습니다. 모두 빠져나간 도로를 한가하게 질주한다는 것, 정말 상쾌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주 한가롭고 여유롭게 달려 치악산 가까이 다가왔는데,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는 아직도 푸름을 버리지 않고 한여름 그대로인 겁니다. 아내와 함께 치악산 정상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으며 곧 올라갈 생각을 했던 참인데, 아쉽습니다. 하긴 이 시간에 와서 얼마나 올라가겠냐만 말이죠.

 

길에 나서면 언제나 목적지는 변할 수 있는 법, 별 수 없이 강릉 쪽으로 더 달려보기로 했습니다. 아마도 그쪽은 지금쯤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산이 예쁘게 변해있을 겁니다.

 

a  이쯤에서 잠깐 눈을 들어 가을 하늘을 바라봅니다. 얼마 만에 올려다보는 하늘인지?

이쯤에서 잠깐 눈을 들어 가을 하늘을 바라봅니다. 얼마 만에 올려다보는 하늘인지? ⓒ 방상철

이쯤에서 잠깐 눈을 들어 가을 하늘을 바라봅니다. 얼마 만에 올려다보는 하늘인지? ⓒ 방상철

잠깐 휴식을 취하고 떠난 길, 드디어 횡성을 지나니 단풍으로 물든 산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고속도로 길가에도 단풍나무들이 그들의 붉음을 자랑하고 있었고요. 이제 어디로 갈지 정해야 합니다. 고민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지요.

 

결국, 적당한 산을 찾다가 찾아간 곳이 제왕산입니다. 제왕산은 예전에 한번, 대관령 '신재생에너지 전시관' 쪽에서 올라가 본 경험이 있는지라, 무작정 그곳으로 달렸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찾아간 그곳은 이미 가을이 아니었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불어대는 세찬 바람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아! 이곳은 벌써 겨울이 시작된 것입니다.

 

정말, 거짓말 조금 보태서, 손만 잘 펼치면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강풍이 저희 몸을 휘청거리게 합니다. 하여간 여기까지 온 이상 산에는 올라보고 가야겠지요? 제왕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영동고속도로 준공 기념비까지 오르는 길, 한겨울에도 와봤지만 오늘처럼 세찬 바람이 분 기억은 별로 없었습니다. 마치 동화 속 ‘해와 바람의 내기’에서 바람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고 온 힘을 다해 불어 대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옷깃을 꼭 부여잡고, 바람에 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play

대관령에서 미리 맛본 겨울 ⓒ 방상철

▲ 대관령에서 미리 맛본 겨울 ⓒ 방상철

 

저희는 기념비까지 간신히 올라가서 제왕산을 향해 뻗어있는 숲 속 길로 재빨리 들어갔습니다. 그래도 숲 속은 나무들이 막아줘서 비교적 낫습니다.

 

a  능경봉이 보입니다. 저 능경봉은 강릉시 왕산면 왕산리와 성산면 오봉리,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사이에 있는 높이1,123m의 산으로 대관령 남쪽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라고 합니다.

능경봉이 보입니다. 저 능경봉은 강릉시 왕산면 왕산리와 성산면 오봉리,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사이에 있는 높이1,123m의 산으로 대관령 남쪽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라고 합니다. ⓒ 방상철

능경봉이 보입니다. 저 능경봉은 강릉시 왕산면 왕산리와 성산면 오봉리,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사이에 있는 높이1,123m의 산으로 대관령 남쪽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라고 합니다. ⓒ 방상철

 

어느덧 길은 제왕산과 능경봉 정상으로 나뉘는 길에 도착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제왕산은 두 번이나 가본 곳이니, 못 가본 '능경봉'에나 올라 봐야겠습니다.

 

a  능경봉까지 겨우 1.1km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왕복 2시간이나 걸렸습니다.

능경봉까지 겨우 1.1km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왕복 2시간이나 걸렸습니다. ⓒ 방상철

능경봉까지 겨우 1.1km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왕복 2시간이나 걸렸습니다. ⓒ 방상철

a  나무들은 벌써 단풍잎을 다 털어내고, 헐벗고 있었습니다. 아! 가을아! 어디 갔니?

나무들은 벌써 단풍잎을 다 털어내고, 헐벗고 있었습니다. 아! 가을아! 어디 갔니? ⓒ 방상철

나무들은 벌써 단풍잎을 다 털어내고, 헐벗고 있었습니다. 아! 가을아! 어디 갔니? ⓒ 방상철

a  그래도 낙엽 밟는 소리가 참 정겹습니다. 아내는 먼저 훌쩍 올라가 버리고 아들과 저는 낙엽만 밟으면 천천히 산을 올랐습니다.

그래도 낙엽 밟는 소리가 참 정겹습니다. 아내는 먼저 훌쩍 올라가 버리고 아들과 저는 낙엽만 밟으면 천천히 산을 올랐습니다. ⓒ 방상철

그래도 낙엽 밟는 소리가 참 정겹습니다. 아내는 먼저 훌쩍 올라가 버리고 아들과 저는 낙엽만 밟으면 천천히 산을 올랐습니다. ⓒ 방상철

a  어디가 길인지? 분간 할 수 없을 정도로 낙엽들 세상입니다. 마른 낙엽 밟는 소리 아시나요? 정말 상쾌합니다.

어디가 길인지? 분간 할 수 없을 정도로 낙엽들 세상입니다. 마른 낙엽 밟는 소리 아시나요? 정말 상쾌합니다. ⓒ 방상철

어디가 길인지? 분간 할 수 없을 정도로 낙엽들 세상입니다. 마른 낙엽 밟는 소리 아시나요? 정말 상쾌합니다. ⓒ 방상철

a  완만한 경사 길에서 벗어나 이제 좀 가파른 길을 오릅니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완만한 경사 길에서 벗어나 이제 좀 가파른 길을 오릅니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방상철

완만한 경사 길에서 벗어나 이제 좀 가파른 길을 오릅니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방상철

a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니 이곳은 정말, 벌써 겨울이로군요.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니 이곳은 정말, 벌써 겨울이로군요. ⓒ 방상철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니 이곳은 정말, 벌써 겨울이로군요. ⓒ 방상철

정상까지 오르는 길에 우리를 계속 쫓아오는 바람. 아이는 바람이 우리에게 힘내라며 응원을 보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이 말에 수긍하며 함께 힘을 내 봅니다. 드디어 눈앞에 능경봉 정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a  드디어 능경봉 정상입니다. 이 곳은 11월이면 올라올 수 없는 곳입니다. 산불 예방 때문에 등산 금지 구역이 되거든요.

드디어 능경봉 정상입니다. 이 곳은 11월이면 올라올 수 없는 곳입니다. 산불 예방 때문에 등산 금지 구역이 되거든요. ⓒ 방상철

드디어 능경봉 정상입니다. 이 곳은 11월이면 올라올 수 없는 곳입니다. 산불 예방 때문에 등산 금지 구역이 되거든요. ⓒ 방상철

저 멀리 강릉 시내가 조그맣게 보입니다. 산허리는 이제 조금씩 단풍이 들기 시작했고요. 아마 다음 주 정도면 예쁘게 물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는 정말 짧은 가을이 될 것 같습니다. 여름이 너무 길었다니까요.

2007.10.25 17:02ⓒ 2007 OhmyNews
#대관령 #능경봉 #제왕산 #바람 소리 #가을여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행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 혹은 여행지의 추억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쿠데타 막다 옥살이, 63년 만에 무죄 받아든 아들의 한탄 쿠데타 막다 옥살이, 63년 만에 무죄 받아든 아들의 한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