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이 한국에 남기고 간 교훈

[생활속 희망경제] 안일한 상품 권유와 대충 가입하는 금융 문화

등록 2007.10.29 09:55수정 2007.10.2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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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세계 2위 갑부인 워런 버핏이 한국을 방문했다. 비록 반나절 정도의 짧은 체류였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 투자의 기본을 되새기게 하는 좋은 말들을 함축적으로 해주었다. 그가 전한 가장 대표적인 조언이 아는 기업과 주식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으면 투자하지 않으며 단기와 중기적인 경제전망은 무시하고 좋은 기업에 장기 투자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단순하지만 명확한 투자철학이 담긴 그의 메시지는 최근 들어 투자대상에 대한 내용은 자세히 검토해 보지도 않고 수익률만 쫓아가는 투자자들이 꼭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부분이다.

 

아는 상품에만 투자해야...

 

얼마 전 우리은행에서 판매한 원유파생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원금의 반 가까이 손해를 보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5월과 6월에 판매된 만기 6개월짜리 '우리파워오일파생상품 투자신탁'이었으며 원유가격과 연동되어 예금금리보다 다소 높은 연 9.3%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연 9.3%의 이자가 지급되려면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가격이 최초 기준가 대비 40% 넘게 상승하지 않아야 한다. 반면 기준가 대비 40%를 초과해 상승하면 투자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최근 들어 WTI 가격이 90달러를 넘는 등 유가가 예상 밖으로 많이 상승하자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6개월 전만 해도 유가가 WTI 선물가격 기준으로 64~65달러 정도였으니까 유가가 이렇게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 못하고 이 상품을 출시한 것으로 생각된다. 

 

유가에 대한 섣부른 예측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에 비해 그리 높지도 않은 연 9.3%의 이자(정확히 말하면 연 9.3%의 수익률이 맞다)를 받는 데 대한 대가가 너무 크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간과한 것이다.

 

복잡한 상품일수록 숨겨진 수수료도 많다

 

투자상품은 항상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원금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가 져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당연히 맞는 말이다. 더군다나 원금 손실이 발생하여 투자자들이 항의 할 것에 대비하여 판매 금융회사들은 상품가입 시 투자자들로부터 "원금 손실이 발생할 것을 투자자들이 인지하고 모든 책임은 투자자들이 진다"는 문서에 자필 서명을 받는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간접투자 상품(파생상품 포함)에 가입할 때 정확히 알고 가입해야 하며 조금이라도 마음에 내키지 않거나 이해가 안가는 상품 구조라면 가입에 신중해야 한다.

 

가입할 당시 판매직원들이 정확한 투자 위험과 손실률에 대해 설명을 했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가격 예측에 대한 안이함을 떠나서 상품에 가입하는 금융소비자들에게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최대 수익률은 연 9.3%이지만 최악의 경우 원금 대부분을 손해 볼 수 있습니다"라고 정확히 전달했느냐는 반드시 따져보아야 한다. 상품 판매에 급급해 연 9.3% 수익률만 강조하고 손실 부분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별로 높지 않다"는 방법으로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분위기를 조장했다면 판매 방식에 있어서도 분명 잘못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몇 달 전 KOSPI(종합주가지수)와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ELS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이 원금의 90% 가까운 손실을 본 예가 있었다. 이 ELS상품도 잘되었으면 연 8%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으나 불행하게도 기대수익률의 11배에 해당하는 손실을 투자자들이 떠안아야 했다. 기대수익률에 비해 손실률이 너무 높은 것이다. 막연하게 잘되면 연 8%이고 못되면 본전이 아닌 '고위험 저수익(High Risk, Low Return)' 상품들인 것이다. 

 

더군다나 파생상품과 연계된 상품들은 구조도 복잡할 뿐만 아니라 상품 내에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들이 많이 숨겨져 있다. 중간에 환매할 경우 환매수수료도 대부분 투자금액의 1.5%가 넘는다.  여러 가지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것들이 많은 것이다. 단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투자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2009년 2월 시행 예정인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효되면 더욱 다양한 투자상품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어도 오랜 기간 꾸준한 사랑을 받은 투자상품들은 단순하고 투명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 주식형 펀드이다. 

 

주식형 펀드는 운용수수료 체계와 자산운용 방식이 투자설명서에 명확히 나와 있고 투자자들은 자신의 돈이 어디에 투자되고 있으며 투자원금 대비 투자손익이 얼마인지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굳이 복잡하고 어려운 상품을 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단기 자금은 욕심을 내지 말고 안전한 금융상품에 예치하고 장기 자금에 한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단순하고 투명한 투자상품을 이용하면 된다.

 

워런 버핏이 얘기한 "아는 기업에 장기 투자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대로 자신이 이해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금융상품에 장기 투자해야 한다는 투자의 원칙을 실천하는 금융소비자들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2007.10.29 09:55ⓒ 2007 OhmyNews
#워런 버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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