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천의 바람은 차갑다

[경북 상주 팸투어 참가기 2]

등록 2007.11.09 10:58수정 2007.11.0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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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경북 상주 성주봉 휴양림 계곡

경북 상주 성주봉 휴양림 계곡 ⓒ 김준희

경북 상주 성주봉 휴양림 계곡 ⓒ 김준희

 

일행이 간밤에 잠을 잔 곳은 성주봉 자연휴양림이다. 상주시 외곽 성주봉 자락에 위치한 휴양림이다. 계곡이 있고 그 계곡 주변으로 여러 개의 숙박시설과 야영장 등이 있다. 야영장에서 1km를 올라가면 해발 640m에 자리잡은 전망대에 닿을 수 있다.

 

아침 8시가 되자 일행이 하나둘씩 밖으로 나온다. 휴양림의 방은 크기도 여러 가지다. 우리가 묵은 곳은 그중에서 작은 방이다. 난방시설을 틀어놓으면 바닥이 뜨끈뜨끈하다. 하지만 쌀쌀한 웃풍까지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이불을 덮고 누우면, 바닥은 따뜻한데 얼굴은 차가워지는 현상이 생긴다. 밖에서 만나는 햇살이 반가워지는 아침이다.

 

이 휴양림 주변으로 한참 공사가 진행중이다. 몇 년 후에 이 계곡 주위로 '한방산업단지'라는 시설이 들어선다. 오늘의 첫 번째 일정은 바로 그 단지를 방문하는 것이다. '한방산업단지'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한방'을 소재로 한 종합레저타운 또는 테마파크 비슷한 개념으로 바라보면 좋을 것 같다. 2011년 완공이 목표라고 한다.

 

성주봉에 들어서는 레저타운, 한방산업단지

 

a  경북 상주 한방자원개발센터

경북 상주 한방자원개발센터 ⓒ 김준희

경북 상주 한방자원개발센터 ⓒ 김준희

 

이 단지의 총 면적은 약 76만 제곱미터다. 그러니까 대충 23만평 정도 되는 면적이다. 이 넓은 공간에 들어설 시설도 다양하다. 성주봉 계곡을 중심으로 좌측으로는 한방생태마을과 유기농재배지가 들어서고 우측으로는 한방건강센터, 한방촌, 테마체험관, 한방공원, 휴양촌 등이 건설될 예정이다.

 

휴양촌에 콘도가 들어서면 기업의 연수장소나 가족단위 휴가에 적당한 장소가 될 것 같다. 이 단지는 상주시내에서 차로 약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데 교통문제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도로를 확장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한방생태마을에서 공동생활에 필요한 시설은 공사비로 건설하고 개별가구는 분양한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유기농으로 약초를 재배하고 가공하게 되는데, 유기농으로 약초를 재배한 경험이 있는 농가들이 우선적인 대상이 되고 심사를 거쳐 10여 가구가 입주하게 된다.

 

공사현장은 완전히 비포장도로다. 단순한 비포장도로가 아니라 계곡을 따라서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 길이다. 버스는 연신 덜컹거리면서 올라가고 그때마다 내 몸도 흔들린다. '한방자원개발센터'라는 건물 옥상에서 밖을 내다보았다. 먼지 날리는 넓은 공사장이 보이고, 그 너머로 숲이 우거진 산이 있다. 칠봉산이다. 봉우리가 7개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011년에 이 단지가 완공되면 성주봉 자연휴양림과 한방산업단지가 합쳐져서 이른바 시너지효과가 발생할지 모른다. 지금도 성주봉 자연휴양림의 연평균 이용객은 5만명에 육박한다. '한방'을 테마로 한 종합레저타운은 이 단지가 처음이라고 한다.

 

점심식사를 위해 화북면으로 이동했다. 우리가 갈 목적지는 상주시내에서 차로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다. 창 밖으로는 나무가 우거진 숲이 보이고, 멀리 속리산도 보인다. 상주는 분지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곳이다. 상주 시내는 경사가 없는 평지이지만, 그 평지를 둘러싸고 있는 3개의 산이 있다.

 

갑장산(연악산), 노음산(노악산), 천봉산(석악산)이 그 산들이다. 버스가 달리는 곳마다 감나무가 많이 있고, 감을 따고 있는 사람들도 보인다. 지금은 상주가 곶감으로 유명하지만, 상주에 곶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주 배도 유명하고 포도 재배도 많이 하고 있다.

 

전국에서 귀농인들이 모이는 곳, 화북면

 

a  전통방식으로 감을 말리는 모습.

전통방식으로 감을 말리는 모습. ⓒ 김준희

전통방식으로 감을 말리는 모습. ⓒ 김준희
a  청화산방 뒤로 청화산이 보인다.

청화산방 뒤로 청화산이 보인다. ⓒ 김준희

청화산방 뒤로 청화산이 보인다. ⓒ 김준희

 

버스는 한 시간을 달려서 화북면에 도착했다. 해발 430m가량의 산자락에 여러 채의 농가가 세워져 있다. 뒤쪽으로는 청화산이 보인다. 조선시대 때 <택리지>를 저술한 청담 이중환 선생이 이곳에 한동안 머물렀다고 한다. 지금은 전국각지에서 이곳으로 귀농하는 사람들이 많다. 모두 이 지역에 연고가 없는 사람들이다.

 

전국에서 귀농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 바로 이곳 화북면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친환경적인 농사를 짓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 곳에 오는 사람들은 약초를 재배하고, 오미자, 삽초 등을 키운다. 곶감도 있다. 이곳에서도 감을 말려서 곶감으로 만든다.

 

다만 이곳은 해발 400미터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전통방식으로 자연바람에 말려서 곶감을 만들기가 더욱 수월하다. 낮은 지역에서는 곶감을 말리는 도중에 곰팡이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단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유황을 피우는 일도 있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그런 걱정 없이 자연적인 방식으로 곶감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만든 곶감에는 특유의 하얀 분말이 많이 생긴다고 한다.

 

우리가 향한 집은 '청화산방'이라는 곳이다. 이곳의 사장님은 화북면에서 이장일도 함께 하고 있다. 비닐하우스에서는 감을 말리고 있고 한쪽으로 커다란 항아리에서 뭔가를 발효시키고 있다. 무엇을 발효시키고 있을까?

 

가까이 가서 항아리를 들여다보았다. 무, 생강, 오미자, 오디 등을 흑설탕과 함께 섞어서 항아리에서 발효시키는 중이다. 100일이 지나면 1차 발효가 된다. 그다음에 불필요한 부분을 걸러내고 다시 100일 동안 2차 발효를 시킨다. 발효 중인 원액을 조금 맛보았다.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이 난다. 이렇게 만든 원액을 병에 담아서 전국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이런 원액뿐만 아니라, 자연산 송이와 다슬기를 발효시켜서 만든 송이 고추장, 다슬기 된장 등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일행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식사를 했다. 식단도 전부 자연식이다. 고기는 없고 각종 버섯과 자연산 나물, 깻잎, 메밀전 등이 식탁을 장식한다. 버섯밥과 된장국 그리고 생수 대신에 발효원액이 놓였다. 이거야말로 정말 웰빙식단 아닐까.

 

이곳의 사장님은 아토피 체험 명상학교라는 것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도시에서 살면서 아토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한 체험코스다. 이렇게 공기 좋은 곳에 와서 자연식 위주로 생활하다 보면 아토피는 저절로 없어진다는 것이 사장님의 지론이다.

 

삼백축제 준비로 바쁜 북천시민공원

 

a  청화산방의 푸짐한 점심

청화산방의 푸짐한 점심 ⓒ 김준희

청화산방의 푸짐한 점심 ⓒ 김준희
a  삼백축제 준비 중인 북천시민공원

삼백축제 준비 중인 북천시민공원 ⓒ 김준희

삼백축제 준비 중인 북천시민공원 ⓒ 김준희

 

푸짐하게 밥을 먹고 상주 시내로 향했다. 11월 9일부터 11월 12일까지 상주시내 북천시민공원에서 열리는 '상주낙동강삼백축제' 장소에 가보기 위한 것이다.

 

북천시민공원에는 강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행사기간에도 이렇게 바람이 심하게 분다면 어떻게 야외행사를 주관할까. 북천에는 갖가지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11월 1일부터 한 달 동안 '낙동강설치미술제'라는 행사가 이곳에서 열린다. 그 행사를 위한 미술품들이다. 이 미술제에는 국내외에서 약 40여 명의 작가들이 출품했다고 한다.

 

이 미술제는 삼백축제의 사전행사 형태로 열리는 것이다. 이번 삼백축제의 컨셉은 '소근소근 전래동화'라고 한다. 상당히 특이한 컨셉의 축제다. 축제기간 동안 '콩쥐의 노래', '호랑이와 곶감' 같은 이야기를 극단에서 공연한다. 전래동화 애니메이션, 동화책 전시 및 읽기체험, 희귀 전래동화 전시, 아동문학가와의 만남, 노래이야기 마을 등의 행사가 기간 내내 열린다.

 

동화관련 행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삼백농산물 전시, 우리배 한마당, 황토염색 체험, 민요대회, 애견묘기대회 등 지역축제라고 하면 떠오를 만한 행사들도 함께 열린다. 다만 기존의 지역축제와는 차별된 행사를 만들고, '동화마을 상주'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동화라는 컨셉을 정했다고 한다. 물론 이 컨셉은 앞으로도 매년 계속될 예정이다.

 

북천시민공원의 행사장을 마지막으로 다시 버스에 올랐다. 시간은 어느덧 4시가 넘었다. 예정보다 1시간 이상 지체된 셈이다. 북천의 바람은 차갑다. 나는 버스에 올라서 의자에 몸을 묻었다. 1박 2일 투어만으로 상주에 대해 얼마나 알 수 있을까.

 

나는 그저 상주의 유명한 장소들, 그중에서도 일부만을 대강 훑어보고 가는 셈이다. 서울로 출발하는 시간이 늦어져도 신경쓰이지 않는 것은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상주에서 서울까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금은 4시 30분. 늦어도 7시에는 서울에 도착할 것이다.

2007.11.09 10:58ⓒ 2007 OhmyNews
#경북 상주 #한방산업단지 #청화산 #삼백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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