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결전- 104회(7화 9회)

쿠데타 - 9

등록 2007.11.12 08:28수정 2007.11.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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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건 쿠데타야.”

 

서강대교 진입로를 통제하고 있는 소위는 표신혁을 잡아 자신의 앞에 세워 놓은 채 킬킬대며 웃었다.

 

“그래, 총소리가 들리던데 갑자기 사람을 쏘아 죽여서 죄책감이라도 든 거야? 넌 군인이고 총을 들었어. 사람을 쏘아 죽이는 건 군인의 숙명이야.”

 

“그건 전쟁시에만 통용되는 말입니다.”

 

표신혁은 소위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소위는 불량스러운 태도로 담배 두 개비를 꺼내들어 자신이 하나를 문 뒤 한 개비를 표신혁에게 건네주고 불까지 붙여 주었다.

 

“그래 맞아. 다시 말하지만 이건 쿠데타일 뿐이야. 그것도 아주 한심하고 뜬금없는 쿠데타지. 사단장이라는 인간은 모든 군이 총궐기 했다고 떠드는데 그런 건 같지는 않아.”

 

소위는 담배를 뻑뻑 빨다가 담뱃불이 꺼진 걸 뒤늦게 알고서 다시 담뱃불을 붙인 뒤 말을 이었다.

 

“이 쿠데타가 진압되면 장교인 나는 멍청이들의 불놀이에 동조한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몰라. 하지만 넌 그저 시킨 대로 했다고 하면 그만이야. 더 이상의 책임은 누구도 묻지 않아.”

 

표신혁은 뒤늦게야 소위의 입에서 약간 술 냄새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넌 이 다리를 지나가고 싶으냐?”

 

표신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조금 있으면 저쪽에서 널 데리러 올 텐데 그때는 뭐라고 말하지? 흐흐흐.”

 

소위는 벌떡 일어나 표신혁에게 다리 저편을 가리켰다.

 

“가고 싶으면 가.”

 

표신혁은 말없이 일어나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차 속에서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는 운전자들 사이를 빠져 나갔다. 소위는 표신혁의 뒷모습을 보며 수통 안에 든 소주를 한 모금 들이켠 후에 중얼거렸다.

 

“보내 줬다고 그냥 토끼면 나중에 죽여 버릴 거야, 씨발놈.”

 

표신혁은 다리를 건넌 후 잠시 숨을 고르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차 속에서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사람들의 얼굴 하나하나가 그의 눈에 점이 찍히듯 들어왔다. 하나같이 피곤에 지치고 짜증난 표정들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다리를 건너려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의 행렬은 다리 저편에서 막힐 것이 뻔했다. 표신혁은 버스 위로 올라갔다.

 

“여러분! 쿠데타입니다!”

 

표신혁은 그 뒤로 자신이 무슨 말을 외치고 있는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쿠데타는 충동적으로 보였고 표신혁 또한 충동적으로 보였다. 처음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표신혁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급기야 인터넷으로 방송까지 되면서 표신혁의 말은 힘을 얻어가기 시작했다. 표신혁은 사람들 앞에서 크게 노래를 불렀다. 아무도 그 노래를 몰랐지만 그 거친 음정은 사람들을 격동시키고 있었다.

 

우리의 후손들이 태어난 후에 전설처럼 우리를 이야기하리라

그때는 찢겨 피묻은 깃발이 남아 해방의 강산 위에 나부끼리라

아아 오늘도 우리는 간다. 선배들의 핏자국 서린 이 길을

노래 부르며 서로를 일으키면서 애국의 한길을 간다.

 

“갑시다 국회로! 이대로 총칼에 굴복한다면 역사의 치욕이 될 것입니다!”

 

모여드는 사람도 있었지만 차를 몰고 가던 사람들은 그 즈음 겨우 뚫리기 시작한 반대 차선으로 차를 돌리기에 바빴다.

 

“오빠. 우리도 가자. 차를 여기 두면 안 되잖아.”

 

경수는 차에 올라타더니 차를 도로가로 좀더 바짝 붙여 두었다.

 

“어? 오빠 뭐하는 거야?”

 

“빙빙 돌아서 막히는 길로 가기에는 어차피 기름도 거의 없어. 꼴을 보니 당장 주차위반 딱지 붙여 견인 해 가진 않을 것 같고, 심지어 지하철도 막혔다고 하지 않냐. 저 사람 따라서 쿠데타인지 뭔지 끝내놔야 길이 쫙 뚫리지 않겠어?”

 

“언제 끝날지 알고 그래. 참 오빠도 단순하네.”

 

“그보다도 멋있어 보이지 않아? 목에 힘주던 정치인들이 우글대던 국회의사당을 우리가 나서 구원해 준다는 게?”

 

“그건 그렇고 배고파. 뭘 해도 밥은 먹어야 할 거 아니야.”

 

그리고 보니 경수도 배가 고프긴 한가지였다. 마치 그런 사람들을 기다렸다는 듯이 김밥과 음료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밀려있는 차량들 사이를 오고가고 있었다. 경수와 영희는 김밥을 사먹으며 겨우 점심을 때울 수 있었다. 어느덧 표신혁의 뒤를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국회로 가자!”

“나라를 구하자!”

 

쿠데타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행렬은 점점 더 늘어났고 마침내 서강대교를 가득 메운 인파가 멈춰 서 있는 차량 사이를 비집고 나가 국회로 밀려들어가기 시작했다.

덧붙이는 글 |
1.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2007.11.12 08:28ⓒ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1.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소설 #쿠데타 #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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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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