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외고 시험지 유출, 조사하면 줄줄이"

[인터뷰] 연봉 18억원 포기한 스타강사 이범씨가 본 '외고 파문'

등록 2007.11.14 09:19수정 2007.11.1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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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범씨는 외고자사고-학원 복합체가 탄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범씨는 외고자사고-학원 복합체가 탄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윤근혁

이범씨는 외고자사고-학원 복합체가 탄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윤근혁

"외국어고(외고) 시험지 유출이요? 이미 학원계에서는 진작부터 알고 있던 사실입니다."

 

연봉 18억원을 포기한 '스타 강사'로 세상에 알려진 이범(38·와이즈멘토 이사)씨는 13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포외고의 입시 부정은 전체 외고로 보면 일부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목고 전문학원인 J학원은 김포외고, A학원은 서울 B외고, C학원은 경기 D외고와 거래관계가 있다는 말은 이미 알 만한 학원 강사들은 알고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이날 <연합뉴스>가 익명의 학원 강사를 인터뷰 한 '서울지역 외고도 시험지 유출' 보도를 뒷받침해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범씨의 머릿속은 요즘 외고와 자립형사립고(자사고)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유명 학원강사 출신이 사교육을 배불리고 있는 이들 특수 고교제도를 반대하는 논리는 오히려 생생했다.

 

그런 그와 지난 5일 오후 2시간에 걸쳐 인터뷰한 데 이어 13일 오후에도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가 뱉어내는 사교육과 보수신문에 대한 비판은 날카로웠다.

 

- 김포외고 시험지 유출, 이 학교만의 문제인가.
"진작부터 알 만한 학원 강사들은 시험지 유출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다. 김포외고는 J학원과 손을 잡았고 A학원은 서울 B외고, C학원은 경기 D외고와 거래관계가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이들 학원들은 해당 외고에 학생들이 지원하도록 유도했다."

 

이범씨는 학원과 외고 이름을 실명으로 거론했다.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라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 명확한 물증이 있는 것인가.
"대치동 학원물을 먹은 사람이라면 거의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증은 당사자가 아니면 확보할 수 없는 것이다. 경찰이 본격 조사에 들어가면 줄줄이 드러날 것이라고 본다. C특목고 학원 원장은 입시설명회 때마다 D외고 누구랑 친해 핵심 정보를 갖고 있다고 자랑해왔다."

 

- 특목고 학원과 외고가 왜 이처럼 가까워진 것인가?
"외고끼리도 서열화되어 있다. 기준은 서울대에 얼마나 많이 보내느냐다. 어차피 외고는 자체 교육능력보다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뽑는 게 관건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외고는 학원과 유착해서 넌지시 정보를 제공하고 학원은 우수한 학생들을 그 외고에 많이 지원시켜 합격하도록 유도한다. 외고와 학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자사고 100개, 자사고-학원복합체 탄생하는 것"

 

- 이명박 대선 후보가 내놓은 자립형사립고(자사고) 100개 증설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자사고는 사교육업체와 복합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에 군산복합체가 있듯 자사고-학원복합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미 서울에 한 사교육업체가 자사고 설립 허가를 사실상 받아놓은 상태다."

 

 

- 사교육 번창의 정도가 어느 정도일 것으로 보나?
"150명을 뽑는 민족사관고(민사고)가 불러일으키는 사교육 수요가 전국에 걸쳐 5만명이다. 이런 자사고가 수도권에 10개만 생긴다고 생각해보라. 사교육 세상이 되고 교육의 공공성은 조종을 울릴 것이다."

 

- 자사고를 설립하려면 재단전입금을 학생 수업료 대비 20%를 내야 한다. 사학 쪽에서는 밑지는 장사라고 생각하지 않겠나.
"민사고만 놓고 보자. 이 학교가 실시하는 수학경시대회와 여러 캠프는 몇 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업은 100억 원의 매출을 내야 겨우 순이익 몇 억원이다. 앞으로 사교육업체가 자사고를 세운다면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

 

이범은 누구?

1997~2003년 7년간 과학 강사로 일했다. 연봉이 18억 원이라 해서 더 유명해졌다. 2003년 10월 우리 사교육 현실에 적지 않은 회의를 느껴 학원 강사를 그만두고 2004년 2월부터 무료 인터넷 강의를 하고 있다.

요즘 <한겨레>에 공교육 강화를 외치는 글을 쓰고 있는 그는 역설적이게도 <조선>과 <동아>에도 논술 관련 글을 쓴 바 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그는 "일부 신문의 교육기사 상당수가 돈으로 거래된 기사"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억대의 연봉을 포기하고 교육 공공성을 외치고 나선 그 또한 이 구조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 정부는 외고 존치와 폐지 여부를 내년으로 넘긴 상태인데.
"외고야 없애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 가능하겠나. 대입명문고가 된 것을 고치는 방법은 이 학교 교육과정에서 3개 이상의 다중언어 습득교육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부 언론이 특목고, 자사고 입학을 놓고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언론사들이 사교육에 뛰어들고 유력 신문이 선봉에 서 있다. 외고 모의고사를 주최하는 한편 학원 강사들로 하여금 특목고 입학 기사를 쓰도록 한다. 이는 광고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 나쁜 짓이다. 자신들의 논조가 곧 장사가 되는 일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news.eduhope.net)에 쓴 것을 상당  부분 깁고 더한 것입니다. 

2007.11.14 09:19ⓒ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news.eduhope.net)에 쓴 것을 상당  부분 깁고 더한 것입니다. 
#이범 #외고입시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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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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