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면서도 본다, 왜? 재미있으니까!

[TV야 뭐하니?] KBS 월화드라마 <못된사랑>

등록 2007.12.12 21:16수정 2007.12.1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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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사랑> ⓒ KBS

<못된사랑> ⓒ KBS

 

한때는 드라마라고 하면 무조건 '멜로드라마'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어느 때보다 다양한 드라마가 많이 나와 드라마를 사랑하는 내게 기쁨을 주었다.

 

<하얀거탑>같은 전문 직종을 다룬 드라마뿐만이 아니라 <마왕> <경성스캔들> <얼렁뚱땅 흥신소> 등 시청률은 낮아도 호평을 받는 드라마들을 정말 재밌게 보았다. 하반기 들어 '사극 열풍'이 '사극 돌풍'이 되고 있는 가운데, 그 틈바구니에서 정통멜로가 부활한다고 해서 시작 전부터 관심이 갔다. 바로 권상우의 컴백 작품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못된사랑>이다.      
 
정통멜로의 부활? 글쎄….

 

1, 2회는 현재로부터 5년 전, 주인공들의 첫 만남과 그들이 왜, 어떻게 변해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 되었다. 용기(권상우 분)와 조앤(차예련 분)은 엘리베이터에서 격렬하게 키스를 하고 인정(이요원 분)은 미로공원에서 수환(김성수 분)을 처음으로 만나 요트에서 사랑을 나누고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자극적인 키스신과 베드신은 화제를 몰고 왔지만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이 드라마는 지나치게 상투적이어서 때로 코믹하기까지 하다.

 

수환이 "나 유부남이다"라고 인정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그래서 진지하게 와 닿지 못하고 웃음을 주고 만다. 속일 만큼 사랑하고 속일 만큼 간절히 원했다는 그의 말은 절절함이 느껴지기보다 그저 뻔뻔스러운 변명밖에 되지 못한다.

 

인정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었다고 해도 너무 자극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 많다. 수환의 아내 주란(김가연 분)은 뻔한 공식처럼 인정을 찾아가 첼리스트였던 인정의 손에 상처를 주고, 그로 인해 인정은 더 이상 연주를 할 수 없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정은 유산을 하게 되고, 인정의 부모님은 교통사고를 당해 누워 있게 된다. 인정은 극단적으로 차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한다. 자신의 보험금으로 부모님이 수술 받도록 하기 위해.

 

가장 공감이 가야 할 여주인공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을 당연하다는 듯이 한다.

 

씩씩하지만 실수투성이인 여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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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월화드라마 <못된사랑>에서 주인공인 인정역을 맡은 탤런트 이요원. ⓒ KBS

KBS 월화드라마 <못된사랑>에서 주인공인 인정역을 맡은 탤런트 이요원. ⓒ KBS

 

가난하지만 씩씩한 여주인공은 언제나 칠칠맞다. 대놓고 어리바리함을 내세우는 캐릭터도 있지만 독하게 일하는 척 하면서도 실수투성이인 여주인공도 있다. 인정은 후자 쪽이다.

 

아버지를 모셔오기 위해 악착같이 닭집을 하고는 있지만 오토바이 배달을 다녀오며 물을 튀기고, 사람이 지나가는지 확인도 안하고 걸레 빤 물을 뿌린다. 차 안에 휴대폰을 두고 내리고, 장 봐온 감자와 양파 따위를 내리막길에 굴리며 심지어 매운탕을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은 채 감기약 기운 탓에 잠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를 모셔 오겠다고 계약한 폐교는 이중계약으로 사기를 당하고 말았다. 인정은 폐교를 계약한 용기에게 찾아가 계약금을 달라며 생떼를 쓴다. 억지란 거 알지만 사정이 급박하다고 핑계를 댄다.

 

그건 당당한 게 아니라 뻔뻔스러운 것이다.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해내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동정 받기 싫다면서 동정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남주인공을 웃게 만들고 사랑을 받는다.

 

돈 많은 재벌가에 반항하고, 방황하는 남주인공

 

용기는 재벌가의 아들이지만 사업과는 거리가 멀게 미술을 한다. 회장인 아버지의 외도로 태어난 탓에 비뚤어지고 싸가지가 없다. 그래도 모든 인간이 그렇듯 심성이 못된 건 아니다.

 

첫사랑인 여자가 손목을 긋고 피 흘리며 죽어간 모습을 본 용기는 우리 사랑한 거 맞냐고 물으며 절규한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자신의 엄마를 지켜주지 못했던 아버지와는 다르고 싶기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겠다고 했었지만, 용기는 결국 조앤을 떠나보냈다.

 

그러한 상처를 겪은 후에 만난 여주인공, 인정과 늘 티격태격한다. 인정을 괴롭히기도 하고, 그녀의 도움을 받아 쓰러진 아버지의 병문안을 가기도 하고, 세상 사람들이 너보다 덜 착해서 부모와 담 쌓고 사는 건 아니란 그녀의 충고를 듣기도 하고, 주제넘게 굴지 말라고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기분에 취해 키스를 하고, 너만 보면 웃음이 난다고 읊조린다.

 

쉽게 채널이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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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사랑> ⓒ KBS

<못된사랑> ⓒ KBS

 

언제나 단골소재로 등장하는 출생의 비밀, 불륜, 돈 많고 싸가지 없는데 알고 보면 상처 많은 남자(용기), 가난하지만 씩씩하고 착한 여자(인정), 야망에 눈 먼 남자(수환), 그런 남자에 집착하는 여자(주란), 그런 남자를 힘들게 하는 엄마. 수환의 엄마는 도박과 사기에 빠져 수환을 괴롭힌다.

 

이처럼 뻔한 인물 설정에 지나친 우연의 반복은 욕이 나오게 만든다. 용기와 인정의 첫 만남부터 서너 번의 우연한 만남까진 그렇다 쳐도 인정이 자살하기 위해 뛰어든 차가 용기에게 아버지나 다름없는 삼촌(김창완 분)의 차였다는 건 어처구니없을 정도이다.

 

용기의 매형인 수환을 다시 보게 된 인정은 기막힌 우연이 현실에서도 존재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정도의 우연은 '드라마'에서도 웬만하면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에서 존재한다면 분명 뉴스거리가 될 것이지만, 드라마에서 존재한다 해도 그런 건 운명이 아니라 억지 설정이 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채널이 돌아가진 않는다. 왜냐하면, 당연한 것처럼 그래도 재미있기 때문이다.

 

권상우의 발음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건들대는 반항아 연기는 정말 최고인 것 같다. 남자다운 체격에 소년의 장난기 가득한 미소, 모성애를 자극하는 눈물까지, 그가 아줌마들에게 사랑을 받는 매력의 소유자임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두 주인공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웃음을 유발하고, 노래 가사 같은 유치한 대사들은 때로 진심으로 와 닿기도 한다. 등장인물의 감정과 생각을 대사로 다 뱉어낼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내레이션으로까지 일일이 설명해 주는 것은 다소 부담스럽지만 말이다.

 

정말로 못된 사랑이란 어떤 걸까?

 

어쨌든 못된 사랑을 그리겠다고 야심차게 시작한 이 드라마는 안타깝게도 기존의 멜로드라마와 별 차이점을 찾을 수 없는 것 같다. 못된 사랑을 그리겠다는 건지 그저 못난 사람을 그리겠다는 건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진부함 속에서도 사람을 웃고 울리는 건 여전한 멜로드라마의 힘인 것 같다. 

 

이제 용기의 첫사랑이었던 조앤과 닮은 박신영이 등장하고, 인정이 용기와 수환의 관계도 알게 되고, 그들의 '멜로'가 본격화 될 것이다. 제발 조금은 덜 진부하게, 조금은 덜 우연적으로 못됐지만 누구도 쉽게 돌을 던질 수는 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길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티뷰기자단

2007.12.12 21:16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티뷰기자단
#못된사랑 #권상우 #이요원 #멜로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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