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근 관동대 교수
김병기
"경부운하 싸움? 우리가 싸우기는 한 건가. 원사이드한 게임이었다."
"경부운하가 첨단IT산업? 운하에 실어나르는 물품이 벌크화물이다.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 채워넣는 형상이다."
"10년 동안 연구한 100명의 학자가 있다고? 적어도 토목분야에서는, 그리고 환경과 경제분야에서 경부운하를 연구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들어보지 못했다. 실체 없는 공약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환경운동연합 물하천센터 소장)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적어도 '경부운하 싸움'이라고 표현하려면 찬반 양측의 주장이 어느 정도 팽팽해야 하는 데, 그간 일방적으로 반대논리가 우세했다는 얘기다. 반대 의견이 압도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반영한다는 것.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경부운하 공약이 '17-18세기형 토건 공약'이라는 뭇매를 맞자, "운하는 첨단 IT 산업"이라고 반박해왔다. 하지만 박 교수는 "배를 수직상승시키는 도크에 첨단장비를 끼워넣어 가령 20분 만에 올릴 것을 10분 정도 단축한다면, 물류 입장에서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는지 의문"이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 기술이 없으니까 국민 세금을 투여해 네덜란드나 독일 등 운하 선진국에서 수입한 제품을 끼워넣을 텐데, 그게 우리 미래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고 일축했다.
"찬성론자들과 토론하다 보면 낯부끄러울 정도"이 후보 측은 경부운하에 대해 '10년 동안 연구한 100명의 학자'가 있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박 교수는 그들의 수준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지난해 경부운하 공약이 발표된 뒤에 아직까지 남아서 이를 뒷받침하는 교수는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정동양 한국교원대 교수 등 2명 정도다. 하지만 이들과 같이 토론을 하다 보면 낯부끄러울 지경이다. 가령 15m되는 댐을 건설하면 댐 상류 지역은 수몰될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 이를 부인한다. 오히려 홍수 피해를 조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삼척동자에게 물어봐도 웃을 얘기를 아주 천연덕스럽게 공개석상에서 주장한다."
그는 이어 "박석순 교수 등은 운하를 건설하면 10억톤의 '주운용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데, 발전전용댐이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 배가 다닐 수 있는 수심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주운용수는 식수는 물론,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는 물"이라면서 "이런 간단한 개념조차도 무시하고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또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경부운하에 설치될 보의 평균 높이는 15m인데, 국제적으로 이 높이는 '대형댐'으로 분류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찬성론자들은 '소규모 보'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그간 경부운하 토론회의 단골 초청 인사였다. 단순히 학술적 토론회가 아니라 대권 유력후보의 '얼굴'격인 제1공약에 대한 논쟁의 장이었기에 정치적으로 민감했고, 게다가 토목학계는 보수적인 분위기. "술자리에서는 대부분 '말도 안되는 공약'이라고 혀를 찼지만 막상 나서기를 꺼려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그가 토목학계를 대표해 공론의 장에 선 것이다.
"이제 와서 '제1 공약' 슬쩍 가리다니... 국민이 바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