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와 한 마음이 안 되면 경호가 안 됩니다"

태안 기름유출 현장에서 만난 권영길 후보 경찰 경호팀 하만진씨

등록 2007.12.16 10:33수정 2007.12.2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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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후보와 함께 해야지요 경찰청 경호팀 하만진 경위도 후보와 같이 하루 종일 기름띠 제거 자원 봉사를 펼쳤다.

후보와 함께 해야지요 경찰청 경호팀 하만진 경위도 후보와 같이 하루 종일 기름띠 제거 자원 봉사를 펼쳤다. ⓒ 신문웅

▲ 후보와 함께 해야지요 경찰청 경호팀 하만진 경위도 후보와 같이 하루 종일 기름띠 제거 자원 봉사를 펼쳤다. ⓒ 신문웅
태안 기름 유출 사고 현장에 연일 자원 봉사자들도 몰리지만 대선을 코앞에 둔 후보들의 발길도 계속되고 있다.

 

다른 후보들이 대개 30분에서 2시간 사이로 형식적인 방문에 그치는 반면 15일 태안 기름유출 사고 현장을 찾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오전 10시 태안군청에 들러 간단히 설명을 듣고 관계자들을 격려 한 뒤 곧바로 소원면 의항리 해변 한쪽 구석에 자원 봉사를 시작했다. 

 

점심도 대우조선 노동자들과 함께 하고 이어 오후 4시경까지 하루 종일 기름띠 묻은 자갈을 닦고 해변의 기름띠를 제거하는 봉사를 펼쳤다.

 

기자는 후보와 똑같은 모습으로 자원 봉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당연히 수행원이거나 당원일 것이라는 생각에 수고한다는 말을 건네며 대화를 시작하는데 자신은 당원도 수행원도 아닌 경찰청에서 파견된 후보 경호팀이라고는 말해 놀랐다.

 

이에 기자는 취재 계획을 아예 수정했다. 권영길 후보보다도 경찰청에서 파견된 후보 경호팀이 자원 봉사를 펼치고 있는 모습이 색달라 보였다. 그동안 태안을 거의 모든 유력 후보들이 다녀갔지만 후보와 같이 하루 종일 기름띠 제거 작업을 펼치는 모습을 못 보았기 때문이다.

 

권 후보 경호팀 하만진(39) 경위는 “저 말고도 10명의 경호팀이 권 후보와 동행을 하는데 모두 후보와 같이 자원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권 후보님은 너무 인간적입니다”라고 첫 말 연 하 경위는 “어제는 생일이라고 저희들에게도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하나씩 주시는데 놀라습니다. 후보님과 80일째 다니면서 전국에 안 가 본 곳이 없는데 오늘 현장에서는 너무나 화가 나네요. 이처럼 망친 절경을 언제 다시 복구하지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개인적으로 환경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하 경위는 경호원 선출 과정을 애기해 주었다. 경찰청에 선발된 110명의 경호원들이 각 후보들의 경호를 맡는데 권 후보의 경우는 이중에 자원자들 10명으로 구성이 되었단다. 그런데 다른 후보들에 비해 워낙 많이 다니시고 민생 현장을 많이 다니다 보니 경호도 힘들고 육체적으로도 힘든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a 기름 제거 작업을 하고 있는 권영길 후보 15일 소원면 의항리에서 권영길 후보가 하루 종일 기름띠 제거 작업을 펼쳤다.

기름 제거 작업을 하고 있는 권영길 후보 15일 소원면 의항리에서 권영길 후보가 하루 종일 기름띠 제거 작업을 펼쳤다. ⓒ 신문웅

▲ 기름 제거 작업을 하고 있는 권영길 후보 15일 소원면 의항리에서 권영길 후보가 하루 종일 기름띠 제거 작업을 펼쳤다. ⓒ 신문웅

“후보와 한 마음이 안 되면 경호가 안 됩니다”. 후보를 마음으로부터 경호해야 한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는 경호론도 밝힌 하 경위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에게 권 후보는 우상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고 “어제는 아들이 권 후보님께 편지를 썼다며 전해 달라”고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후보가 전국 민심 대장정에 나셨을 때 20일간 집에 못 들어갔지만 아들과 집에서 권 후보를 경호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자랑스럽게 생각해 주어 힘이 되었다는 하 경위.

 

비록 다른 후보 경호원들보다 힘들지만 권 후보와 같이 다녔던 농촌, 어촌, 공장 등 민생의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은 앞으로 남은 경찰 생활에 유익할 것 같다고 한다.

 

“사실 경호팀에 자원하기 전에 민주노동당과 경찰 하면 어쩐지 간격이 존재하는 것 같았는데 후보를 수행하면서 후보의 생각과 연설을 듣고 당직자들과 많은 애기를 나누며 서로 간에 존재하던 간격을 상당히 좁혔다”라고 말하는 하 경위는 “선거를 마치고 본연에 임무로 돌아가도 권 후보님이 그리워질 것 같다”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후보를 경호하면서 사람과의 관계는 시간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서로를 이해한다면 비슷비슷 할 것 같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는 하 경위. 그는 “권 후보가 삶의 애환이 있는 현장을 찾아다니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인다”며 “다른 후보들도 그랬으면…” 하고 말 꼬리를 흐렸다.

 

사람이 같이 다니면 같아진다는 이야기가 새삼 실감이 나는 짧고도 긴 만남이었다.

2007.12.16 10:33ⓒ 2007 OhmyNews
#태안반도 기름유출 #권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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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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