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는 국제문화관광도시 TF팀을 먼저 꾸려야

경부운하는 2013 세계조정선수권대회유치 계획과 정면 상충

등록 2008.02.03 20:00수정 2008.02.03 20:00
0
원고료로 응원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전국적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대운하 건설이 예정대로 추진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운하 건설에 대한 의지가 완강하기 때문에 예정대로 2012년 경부운하를 완공하고, 충주시가 내년 9월 ‘2013 세계조정선수권대회 유치’에 성공하면 한강과 낙동강을 왕래하는 5000톤급 배들이 2013년 세계조정대회가 열리고 있는 탄금호를 시속 30km 속도로 수시로 내달리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충주시는 2013 세계조정선수권 대회유치와 대운하 건설사업을 통해 지역의 관광과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운하 건설은 ‘탄금호 일원을 수상스포츠와 문화체험형 관광 벨트로 구축, 이 일대를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든다’는 충주시의 구상과는 정면으로 상충되는 면이 있다.

 

충주시는 2013 세계조정선수권대회유치 이전, 이미 지난해 10월 ‘제12회 시니어, 제13회 주니어, 제1회 장애인’ 등 ‘2007 아시아조정선수권대회’를 성공리에 마침으로써 2013 세계조정선수권대회유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판단, 2013 세계조정선수권대회유치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충주시는 “2013 세계조정선수권대회유치는 충주를 명실 공히 세계도시로 발전시킬 수 있는 핵심정책과제이다. 세계조정선수권대회를 유치하게 되면 SOC확충은 물론 UN평화공원, 탄금대, 중앙탑공원, 조정경기장 등을 잇는 탄금호 일원은 수상스포츠와 문화체험형 관광 벨트가 구축되어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충주시는 대운하 건설로 인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당선인이 추진 중인 대운하가 건설되면 충주가 옛날처럼 다시 ‘수운의 중심지’로 부상돼 대운하가 지역 발전과 지역경제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가져와 충주가 ‘한반도의 물류 허브도시가 될 뿐 아니라 충주의 관광부가가치도 막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충주시는 “대운하 건설 사업이 본격적으로 수립되고 진행될 경우 우리 충주에 가장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금년 초 대운하 건설 사업을 중점 지원키 위한 ‘경부대운하 건설지원 TF팀’을 구성했다.

 

대운하, 탄금호 일원 수상스포츠와 문화체험형 관광 벨트와도 부조화

 

2013 세계조정선수권대회유치가 탄금호 일원을 중심으로 충주를 세계적 관광명소로 그 입지를 굳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향후 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지난해 ‘2007 아시아조정선수권대회’를 통해 입증됐다.

 

하지만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대운하 건설이 지역 경제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아직 아무런 해답이 없다. 대운하가 건설되면 그저 막연히 충주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만 있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경계할 점이다.

 

2013 세계조정선수권대회유치와 대운하 건설은 충주 지역, 특히 탄금호 일원만을 놓고 볼 때 정면 상충된다. 충주시 구상대로 탄금호 일원을 세계적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한 충주시의 계획과 대운하 건설 중심은 바로 탄금호 일원이다.

 

대운하 중심이 탄금호 일원이 된다는 것은 일면 관광과 경제라는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운하 건설 이후, 2013년 세계조정대회가 열리는 동안 한강과 낙동강을 왕래하는 5000톤급 화물선들이 시속 30km 속도로 수시로 탄금호를 내달리는 부조화가 일어날 수 있다.

 

혹 2013 세계조정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기간 동안, 충주시가 중앙정부나 운하이용업체의 협조를 얻어 화물선 운행을 잠정적으로 중단할 수 있다. 하지만 충주시 구상대로 탄금호 일원을 세계적 관광명소로 만든 뒤, 평상시 탄금호 일원에서 수상 스포츠를 즐기려고 이곳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들은 5000톤급 화물선들이 시속 30km 속도로 내달리는 탄금호에서 과연 마음 놓고 수상 스포츠와 관광을 즐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탄금호 일원을 세계적 관광명소로 만든다는 충주시 구상과 이 당선인의 대운하 건설은 이곳 탄금호 일원에서 정면으로 상충되기 때문에 이도저도 아닌 부조화가 연출될 수 있다. 더구나 2013 세계조정선수권대회지를 결정하기 위해 세계조정연맹 실사단이 내년(2009) 4월 충주를 방문, 탄금호 일원이 세계조정 대회지로 타당한지 그 여부에 대한 현지 실사를 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당선인의 의지대로 내년 초부터 대운하 전 구간에 걸쳐 공사가 진행된다면 과연 현지 실사단으로부터 어떠한 점수를 받게 될지 염려된다. 따라서 충주시가 2013 세계조정선수권대회유치와 대운하 건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지역 관광과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계획에는 무리가 따른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 지역 발전에 기여될 수만 있다면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전력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장기적 안목에서 충주의 관광과 경제를 진정 살릴 수 있는 쪽이 어느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면 대운하 건설 보다는 2013 세계조정선수권대회유치가 바른 선택이라 판단한다. 아직 2013 세계조정선수권대회유치에 대한 성공적 보장은 없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낙관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비관적으로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가능성이 높다 해서 방심할 상황도 아니다. 충주시가 2013 세계조정선수권대회유치에 대해 안이한 자세로 대처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바로 ‘평창의 동계올림픽유치’ 두 번 실패가 그 좋은 사례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2번 실패’와 ‘슬로시티’로 지정된 담양군의 교훈

 

지난해 평창은 ‘2014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했다. 처음이 아니다. 2003년 ‘2010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에 이어 두 번째다. 2010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뒤 평창은 4년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더욱 분발했다.

 

2003년 첫 실패 이후, 4년간 평창은 물론 강원도와 중앙정부 전문 인력 80여명까지 발 벗고 나서서 ‘2014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전력을 다 했지만 또 실패했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8년 동안 고생했지만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평창은 ‘2018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전담 부서를 만들어 다시 뛰고 있다.

 

평창의 이러한 사례는 2013년 세계조정선수권대회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충주시에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으며, 또한 탄금호 일원뿐 아니라 충주를 세계적 관광명소로 만든다는 충주시의 구상에 대해 금년 초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담양군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슬로시티 국제연맹은 금년 1월 1일 전남 담양군 창평면을 ‘슬로시티’로 국제 인증했다. 국제연맹이 아시아권에서 슬로시티를 인증해준 것은 담양군이 처음이다. 담양군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슬로시티로 지정받은 것을 계기로 담양군 지역의 고유한 전통자원과 자연경관을 세계적 브랜드화해 전 지구인이 담양을 찾을 수 있도록 담양을 보존해 나갈 계획이다.

 

슬로시티 국제연맹은 슬로시티 지정시 ‘환경, 도시기반 정책, 자생종 보호책, 친절 등 6개 부문 55개의 평가 항목 중 <마을의 자연-문화 환경이 어떻게 살아남아 있는가>하는 점을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즉 개발과 파괴로 인한 인위적 환경이 아닌 전통과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얼마나 잘 보존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 우선시된다.

 

국제관광전문가들에 따르면 ‘관광, 식품산업 등에서 슬로시티의 국제적 친환경 브랜드 효과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상 이상이다. 한국에 슬로시티 도시가 지정되면 당장 일본 관광객을 불러올 수 있는 큰 자원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2013 세계조정선수권대회유치’인가? ‘대운하 건설’인가?

 

그렇다면 2013 세계조정선수권대회유치를 통한 탄금호 일원을 세계적 관광명소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대운하 건설을 통해서인가? 있는 그대로의 자연 경관을 활용, 세계조정선수권 대회유치를 통한 지역의 고유한 자원들을 전 세계에 알려 충주를 세계적 관광명소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른 선택일까? 아니면 대운하를 건설해 자연 경관이 파괴된 인위적인 대운하 부속물로 전락한 탄금호에서 시속 30km 속도로 질주하는 5000톤급 화물선들과 더불어 수상 스포츠를 즐기도록 만드는 것이 바른 선택일까?

 

‘둘 다’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되짚어봐야 할 점이 있다. 이 당선인은 2005년 10월 13일 관훈토론회에서 “(독일 운하에서는) 바지선이 화물을 싣고 왔다갔다 한다. (우리나라) 5대강을 연결하면 5천톤 바지는 수심이 3~4미터면 돼 하상을 정리만 하면 된다. 10톤 500대분이 화물선을 타고 갈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시만 해도 운하를 통한 관광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운하 건설에 따른 관광 산업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운하의 비경제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진 지난해 초부터 관광이라는 말이 대운하 건설에 슬그머니 끼워졌다. 과연 짐을 가득 실은 바지선을 타고 관광한다는 자체가 가능하기나 할까? 바지선이 아닌 관광유람선을 만들어 운영한다 해도 볼거리도 없는 무미건조한 강 양쪽을 바라보며 19개의 갑문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과연 무슨 관광을 즐길 것인가?  

 

또한 친환경을 통한 관광 개발을 말한다.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개발에는 친환경이란 없다. 개발 자체는 이미 원형을 훼손시키는 것이다. 친환경 개발은 그저 듣기 좋은 말일 뿐, 개발이란 말 자체가 지니고 있는 의미는 파괴를 뜻할 뿐이다. 친환경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대운하를 건설하여 선조들이 물려준 ‘금수강산 한반도’를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 또한 대운하 건설로 탄금호 일원의 원형도 더 이상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

 

그 답은 충주시가 말하고 있다. 충주시는 “그동안 우리 충주는 외형적으로는 문화관광도시라고 많이 불려왔지만, 실제 관광매력도나 대외 이미지는 그리 내세울 만한 것이 부족하고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고 인정하면서 “탄금호 주변은 우리가 활용해야 할 큰 자원이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충주시는 탄금호 일원을 파괴하는 ‘경부대운하 건설지원 TF팀’을 구성할 것이 아니라 국제문화관광도시 TF팀을 구성해 ‘탄금호 일원을 수상스포츠와 문화체험형 관광 벨트로 구축, 이 일대를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든다’는 구상이 바람직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나우리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2.03 20:00ⓒ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나우리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재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새벽 3시 편의점,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휴대폰 대신 유선전화 쓰는 딸,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