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전날 '땅 부자' 사퇴... '줄사퇴' 신호탄?

이춘호 "투기 비판 수용 못하지만, 새 정부 걸림돌 안 되겠다"

등록 2008.02.24 21:09수정 2008.02.2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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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사의를 표명했다.

 

이명박 정부 장관 후보자 가운데 첫 사퇴자이다. 문제는 이 후보자의 사퇴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이것이 '줄사퇴'의 서곡인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이춘호 후보자는 24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힘차게 출발해야 할 이명박 정부의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물러나겠다"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명박 새 정부에 어두움 드리운 '땅 부자' 장관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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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사의를 표명한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자료 사진).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24일 사의를 표명한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자료 사진).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그는 자신의 부동산 과다 보유와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제가 소유한 부동산의 대부분은 선대로부터 상속받았거나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고, 저는 일생을 바르게 살아왔고 국민을 위해 일해왔다고 자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저로서는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전 물밑 교감이 없었다'는 인수위측 해명과는 달리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한 사퇴임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울먹이면서 "대통령 당선인의 부름에 준비되지 못한 제가 부끄럽고 죄송스럽다, 저의 사임으로 국민 여러분의 박수 속에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의 사퇴는 국민들의 비판에다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까지 "검증이 완벽하지 못해, 문제가 있다면 청문회 전이라도 바꿔야 한다"며 문제가 지적된 후보자들의 교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대변인 "국민께 걱정 끼쳐 죄송" 사과

 

그러나 이명박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 전날 저녁에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다는 점에서, 새 정부에는 적지 않은 어두움이 드리워졌다.

 

동시에 농지불법매입 의혹의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강경대북관과 가족 국적 문제가 논란이 된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 논문 표절 문제에 휩싸인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 등의 거취에도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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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내정자(자료 사진).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내정자(자료 사진).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내정자는 "이명박 당선인은 이 후보자의 사퇴에 대해 직접 언급은 없었으나,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라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이 내정자는 "상당 부분 본인의 자발적 결심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사전 물밑 교감은 없었다"며 "경위야 어떻든 조각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후임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숙의해서 결정할 문제"라면서 "후임자가 결정되면 최대한 빨리 인사청문회가 추진될 수 있도록 야당 측에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춘호 후보자, '땅 부자 내각'의 대표 사례

 

사의를 밝힌 이 후보자는 본인과 아들 명의로 전국 각지에 아파트·주택·오피스텔·점포·공장·대지·전답·임야·도로·주차장 등 40건의 부동산(약 45억원)을 신고해 '땅 부자 내각'의 대표적 사례로 꼽혀왔다. 그는 물려받은 재산이라고 해명했으나, 본인이 직접 매입한 부동산도 서초동 오피스텔 2채 등을 포함해 6건에 달했다.

 

또 장남에 대해선 국회에 상속세와 납세 명세를 제출하지 않아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고, 큰딸과 둘째 아들의 재산 내역 신고는 거부했다.

 

그는 의혹에 대해 해명하면서, 서초동 오피스텔 구입 경위에 대해 "유방암 검사 결과가 좋게 나와 기쁜 마음에 남편이 선물했다"고 말해, "오피스텔이 길거리 붕어빵이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후보자의 사퇴에 대해 우상호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당연한 결과"라며 "문제가 있는 다른 후보자들도 스스로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밝혀 검증 공세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민주당이 교체 대상으로 지목한 4명 '줄사퇴' 이어질까?

 

우 대변인은 이에 앞서 박은경, 이춘호, 남주홍 후보자와 박미석 내정자 등 4명을 즉각 교체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이것이 정쟁을 줄이고 축복 속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는 지름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김영삼 정부 출범 당시에도 장관-수석 내정자를 발표한 이후 언론 검증을 통해 전병민 정책기획수석이 3일 만에 물러난 것으로 시작으로 김상철 서울시장이 7일, 박희태 법무장관이 10일 만에 물러난 바 있다.

 

또 조각은 아니지만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안동수 법무장관이,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2, 3일 만에 물러난 바 있다.

2008.02.24 21:09 ⓒ 2008 OhmyNews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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