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밥 먹었다고 올해는 밥 안먹나?"

교통안전교육, 생명을 지키는 길...사회적 관심과 대책 절실

등록 2008.02.27 11:08수정 2008.02.2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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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경찰 아저씨가 아니라 경찰 언니네~”

“경찰 아저씨는 무서운데, 여자 경찰은 안 무서워서 좋아요.”

 

노트북이 든 큼지막한 가방을 메고 유치원에 들어서면, 어느새 꼬맹이들이 내 주위를 둘러싸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며 종알거린다.

 

유치원, 학교, 노인대학 등 교통약자들이 있는 곳을 방문하여 교통안전교육을 해온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아이들에게 보여줄 만화영화와 그림, 할머니 할아버지께 보여드릴 교육용 드라마 등 흥미진진한 자료들을 어깨에 짊어지고 교육장에 들어서는 발걸음은 언제나 가볍고 경쾌하다. 안전을 위해 교통질서를 꼭 지키겠다며 새끼손가락을 흔들어 보이는 모습을 보면, 세상 어떤 일이 이보다 더 보람되고 가슴 뿌듯할까 매번 웃음 짓게 된다.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어린이와 노인들이 교통사고로 귀한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현재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 5명 중 1명은 노인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노인 교통사망사고의 현 실태는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이미 전체 인구의 8.9%로 ‘고령화사회’를 넘어 ‘고령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고, 노인들이 교통사고에 노출되는 빈도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교통사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에도, 이들을 위한 ‘교통안전교육’을 시덥지 않은 시간 낭비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가끔 놀랄 때가 있다.

 

유치원, 학교, 노인대학 등에 전화를 걸어 경찰관이 직접 방문하여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전달했을 때, 대뜸 “우리 작년에 했어요. 올해는 안 받을래요”라며 손사래를 치는 곳이 적지 않다.

 

그런 통화를 하고 나면 나도 기운이 빠져 “작년에 밥 먹었다고 올해에는 밥 안먹나?”하며 혀를 내두른다. 밥 먹듯 강조해도 모자랄 ‘생명을 지키는 공부’를 우리는 ‘이미 다 아는 것’이라는 이유로 하찮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학창시절 ‘도덕’과목을 열심히 공부했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도덕적인 것은 아니듯이, 교통안전을 위해서는 머리 속에 든 지식과 이론보다 행동으로 질서와 규칙을 지키는 ‘실천’이 중요하다. 어린이나 노약자에게 안전한 행동, 안전한 옷차림 등을 반복 교육하여 실생활에서 몸소 실천토록 하는 것이 그 목적인 교통안전교육은 한 번 듣고 마는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 주기적, 지속적으로 행해져야 하는 평생 교육인 것이다.

 

교통문화를 성숙시킬 충분한 준비기간도 없이 30년 전보다 차량대수가 100배 이상 증가하는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맞이한 지금, 우리의 아이들과 나이 드신 부모님들은 안전의 사각지대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어린이들은 차들이 즐비한 도로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노인들은 종횡무진 달리는 차들 사이로 무단횡단을 한다. 이들에게 아침마다 ‘차 조심하라’고 입버릇처럼 말만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 요령을 알려주고 실제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린이나 학생, 노약자를 교육하는 기관에서는 자체적 혹은 관할 경찰서나 관계 기관의 도움을 받아 정기적으로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여 교통약자들이 교통 규칙을 준수하고,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의 절반가량이 65세 이상의 고령자와 어린이들인 만큼 이들의 교통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책이 매우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 권영미 기자는 경찰서에서 교통안전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008.02.27 11:08ⓒ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권영미 기자는 경찰서에서 교통안전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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