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회화는 매체적인 특성상 구분을 하지만 그 원초적인 뿌리는 동일하다. 특히 사진작품의 표현대상 중에는 과거에 회화에서 오랫동안 다루어온 소재와 주제가 많이 있다. 하지만 최종 결과물의 외형적인 느낌은 전혀 다르다. 그것은 소재가 회화에서 다룬 것과 공통적인 것이 많이 있지만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이 전혀 다르고 사진의 메커니즘적인 특성 때문에 차별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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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유의 이미지-4_라이트젯 프린트_150×120cm_2008 ⓒ 신완용

‘정물’은 회화에서 오랜 세월 표현대상으로 삼아온 소재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사진에서 다루는 ‘정물’은 회화와 소재가 겹치기도 하지만 외면적으로 드러나는 느낌과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에서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사진으로 표현된 정물은 화화적인 느낌을 줄 때도 있지만 카메라렌즈의 광학적인 특성으로 인하여 언어로는 형언할 수 없는 극사실적인 결과물이 생산되기도 한다. 그리고 회화와는 다르게 결과물 자체가 좀 더 현대성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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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유의 이미지-1_라이트젯 프린트_150×120cm_2008 ⓒ 신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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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유의 이미지-2_라이트젯 프린트_150×120cm_2008 ⓒ 신완용

정물은 광고사진에서 많이 다루어온 소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예술로서의 사진에서도 1930년대 모더니즘 사진가인 에드워드 웨스턴에서부터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작가인 잰 그루버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가들이 표현대상으로 삼아 왔다.

정물은 작가의 개인적인 감정과 내면세계를 상징하는 수단으로서 이용되어 왔다. 그리고 특정한 시대의 문화적인 현실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만큼 작가의 표현의도에 따라서 다양한 주제를 드러내는 소재가 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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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유의 이미지-3_라이트젯 프린트_150×120cm_2008 ⓒ 김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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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유의 이미지-5_라이트젯 프린트_150×120cm_2008 ⓒ 신완용

신완용은 버려진 화분과 꽃병 그리고 조화(造花) 등 자신의 감성을 자극하는 사물들을 소재로 삼아서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과 내밀한 의식의 흐름을 표현하였다. 작가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서 표현대상을 꾸며 찍기도 하고 또 다른 소품을 이용하기도 한다. 감각적이면서도 사진적인 표현방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자신의 감정과 세계관을 표현하는 것이 작가가 시도하는 사진 찍기의 가장 큰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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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유의 이미지-6_라이트젯 프린트_150×120cm_2008 ⓒ 신완용

작가는 특정한 사물을 카메라 메커니즘을 이용하여 동과 정이 어우러지게 재구성하였다. 그래서 최종 결과물의 느낌이 시각적으로 낯설게 다가오기도 하고 보는 이들에게 감각적인 자극을 주기도 한다. ‘낯설게 보이기’를 통하여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그 결과 작가가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은 세련된 카메라 테크닉과 컬러 감각이 어우러져서 주제를 명료하게 드러내고 있다. 표현 대상의 외형적인 느낌과 작가의 사진적인 감각 그리고 철학적인 사유가 상호의미 작용하여 순도 높은 최종 결과물이 생산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