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
'공동성명'도 없이 끝나... 뭘 남겼나?

[현지보고] '대언론설명자료'만 배포... 청와대 "구체적인 합의는 다음 회담에서"

등록 2008.04.20 06:10수정 2008.04.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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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내가 운전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D.C  북쪽 메릴랜드주 미 대통령 공식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 조지 부시 대통령을 옆자리에 태운 채 골프 카트를 운전해 이동하고 있다.

"내가 운전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D.C 북쪽 메릴랜드주 미 대통령 공식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 조지 부시 대통령을 옆자리에 태운 채 골프 카트를 운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캠프데이비드=최경준 기자]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9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첫 정상회담을 열고, 한미동맹 강화와 북핵 공조, 한미 FTA 등 양국간 주요 현안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양국 정상은 회담 직후 캠프데이비드 헬기장에서 간략한 공동기자회견만 진행했을 뿐 협의 내용을 확정하는 공동성명이나 공동발표문은 채택하지 않았다. 대신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을 '대언론 설명자료'라는 보도자료 형식으로 공개하는 데 그쳤다.

청와대는 그동안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캠프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연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따라서 공동성명 조차 채택하지 못한 채 끝난 이번 정상회담에서 얻은 성과가 무엇이냐는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3년 5월 15일 첫 정상회담을 가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동맹관계를 구축하고 북핵의 평화적 해결원칙을 확인하는 등 4개 조항으로 된 '공동의 가치, 원칙 및 전략'이라는 이름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논의는 많이 했는데... 합의는?

a 함께 나오는 한미 정상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D.C  북쪽 메릴랜드주 미 대통령 공식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 마중나온 조지 부시 대통령과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함께 나오는 한미 정상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D.C 북쪽 메릴랜드주 미 대통령 공식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 마중나온 조지 부시 대통령과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부시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캠프데이비드에 방문한 첫 번째 한국 지도자"라고 소개한 뒤, "별명이 '불도저'"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어 "이 대통령은 '컴퓨터가 있는 불도저'라고 했다"며 "그 이유가 커다란 도전을 안고 장애물이 있다고 해도 절대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친분감을 과시했다.

우선 부시 대통령은 방위협력 체제와 관련 "현재 한반도에 있는 미군 수준을 유지하는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했다"며 "이것은 양국에 이익이 되는 것이고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국 국방장관이 이 문제를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어제 한국이 비자면제프로그램에 필요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며 "이 대통령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의제인 것 같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시간을 들여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자면제 프로그램은 이전 정부에서부터 추진해왔던 사안이라,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부시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해 완전한 신고를 해서 검증 가능하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한 뒤, "이 대통령과 나는 북의 인권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 역시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이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한국 시장에 미국 쇠고기를 개방해준데 대해 감사드린다. 이것은 한국 소비자에게도 좋고, 미국 생산자에게도 좋은 소식"이라며 "어제 만찬에서 우리는 좋은 미국산 쇠고기로 식사를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이 대통령이 과연 한미 FTA 비준안이 (미 의회에서) 통과될지 우려해서 제가 '미 행정부의 가장 우선 과제가 FTA를 통과시키는 것이고, 계속 미 의회에 압력을 가하겠다'고 말했다"며 "한국과의 FTA를 올해 안에 비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규제에 대한 한미 간의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한미 FTA 비준안의 의회 통과를 위한 중대한 장애물이 사라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쇠고기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 의회에서는 한국시장의 개방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미 FTA 처리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민주당의 대선주자들도 한미 FTA로 일자리 감소를 염려하는 노동자들을 의식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국제 기후 문제에 대해 양국이 대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역시 원론적인 수준의 합의라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로 보기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도 "부시 대통령 부부와 미국 국민의 따뜻한 환영에 감사드린다"며 "이렇게 따뜻한 환영받을 줄 알았으면 더 빨리 올걸 그랬다"고 농담을 던지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과 관련 "부시 대통령과 나는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의 가치와 신뢰를 바탕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예상됐던 '한미 동맹의 미래 비전'에 대한 합의문 등은 없었다. 이 대통령은 대신 "한미동맹에 대한 미래 비전을 앞으로 더욱 구체화하고, 다음에 부시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할 때 구체적인 것을 얘기하겠다"고 말해, 다음 정상회담을 기약했다.

이 대통령은 대북 문제와 관련 "북한이 모든 핵무기 프로그램을 조속히 폐기하도록 6자회담을 통해서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거나 "양국은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사가 없으며, 북한이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 주민의 삶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모았다"고 말했다. 역시 원론적인 수준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미 FTA 문제에 대해서도 "부시 대통령과 나는 한미 FTA가 경제 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촉진제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조속한 비준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합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본인은 부시 대통령 내외가 금년 여름에 한국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며, 부시 대통령이 로라 여사와 함께 반드시 한국을 방문해주시기로 흔쾌히 수락했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의 답방 약속이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라면 성과인 셈이다.

두 번째 정상회담 기대?... 부시 임기 끝나는데

청와대측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문이나 공동성명서가 채택되지 못한 것에 대해 "2단계 전략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신뢰 회복에 의미를 두었고, 구체적인 양국 현안에 대한 합의는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 정상간 두번째 회담이 이르면 7월경 열린다고 해도,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거의 끝나간다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합의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캠프데이비드까지 가서 부시 대통령을 만나 과연 어떤 성과를 내왔느냐에 대한 논란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공외교 #부시 대통령 #한미정상회담 #이명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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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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