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등산, 나를 만나는 시간

내 이메일 아이디 10주년... 10년 전의 단상

등록 2008.04.24 18:22수정 2008.04.2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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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25일이 내 이메일 아이디의 10주년이 되는 날인 것을 며칠 전에야 알았다.

 

아이디를 개설할 때 무엇으로 할까 생각한 끝에 d980425를 생각해 냈던 것이다, 어찌보면 그 날이 무슨 특별한 날도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기억하고 싶은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1998년, 그 해는 부모님이 많이 편찮으신데다 회사 일도 바쁘기도 했기에 직장일과 가정 사이에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이러다가 내가 공중분해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1주일에 한나절만이라도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가져야 되겠다고 다짐하고 토요일 오후는 무조건 광주의 무등산을 오르기로 하고 실행하고 있었다.

 

1주일 마다 만나는 무등산은 늘 정겹고 항상 변하고 있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봄이오니 이파리가 돋아나는 모습이 더 없이 나를 가까운 친구로 맞이해 주었다. 항상 다닌 코스는 산장(원효사)에서 늦재-바람재-약수터-토끼등을 거쳐 증심사로 하산한다.

 

4월 25일 그 날은 1시 정각에 퇴근을 하고 토끼등에서 방향을 바꾸어 동화사터로 올랐다. 새소리가 들리고 다람쥐들이 나뭇가지를 흔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가파른 길을 한참 오르니 사양능선이 나왔다. 능선을 따라 가는 길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오후에 내리쬐는 따사로운 햇빛에 감사의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상하다!  항상 보는 햇빛인데 오늘따라 이렇게도 황홀하고 신비롭기까지 한 햇빛은 내 마음속에 걱정거리들을 한 순간에 녹여버리는 마력으로 다가와 내 온몸을 비추어 주었다.

 

능선을 따라 계속 가다보니 중봉이 나왔다. 가끔 가던 중머리재에서 가까운 거리였지만 그래도 처음 가본 중봉에서 한 눈에 보이는 광주시가지와 천왕봉을 바라보는 경치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만개한 철쭉속에 얼굴을 묻고 열심히 사진도 찍었다. 다시 길을 따라 방송국 송신소가 있는 곳까지 갔다가 해가 기울어 입석대와 서석대는 멀리서만 바라보고 직선거리를 통해 다시 산장으로 하산. 산수동 오거리에서 내려 중봉에서의 아름다운 경관에 취함을 안은 채 작은 서점에 들러 기념으로 책도 한 권을 사기도 했다. 

 

그동안 메일을 열 때마다 그 날 무등산 능선에서 받았던 햇빛의 고마움이 생각났다. 황홀했던 정경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여유 있고 편안해졌지만, 주말 일정이 별도로 있어서인지 등산 갈 시간이 안난다. 아침에 일어나 동네 산자락 가끔씩 산책하는 일 외에는….

 

무심코 맞이하는 하루하루지만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라 생각하고 항상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야겠다.

 

2008.04.24 18:22ⓒ 2008 OhmyNews
#D9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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