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8.04.28 16:04수정 2008.04.28 21:54
우리가 통상적으로 의사소통수단으로 삼고 있는 언어와 문자는 지시적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이고 추상적이다. 그러므로 그것의 의미는 경우에 따라서 애매모호 할 수도 있고, 협의적이기 보다는 광의적일 수도 있다. 그것에 비해서 좀 더 친절한 사진은 지시적이고 언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한 감정의 흐름이나 일상적인 현실을 표현하는 데 매우 적합하다. 그리고 특정한 현실에 대한 개인의 사적인 감정과 주관적인 세계관을 드러낼 때도 유용하다.
그외에도 동 시대의 특정한 문화적인 현실을 기록하고 작가의 견해를 표현 할 때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현대미술에서 사진이 주목받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그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한 회화나 조각이 표현 할 수 없는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대의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화현상이나 사람들의 삶을 표현하는 데 적합한 매체라고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진의 매체적인 특성 그 자체가 현대성을 상징한다.
이번에 기획한 'Looking in the world'전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동 시대의 여러 사회문화적인 현실 속에서 자신들의 지성과 감성을 자극하는 특정한 사물과 사회적인 현상 혹은 공간을 자신들이 선호하는 표현방식으로 기록하고 표현하였다.
간지는 우연히 유럽을 여행하면서 평소에 늘 자신이 관심을 가져온 여러 상품광고이미지들을 만났다. 그래서 작가는 사냥꾼이 포획하듯이 자신의 감성을 흔드는 그 이미지들을 카메라를 이용하여 수집하였다. 그런데 그 최종 결과물들은 실제보다 좀 더 보는 이들의 감각을 자극한다. 그것은 작가의 표현의도에 의해서 작품을 구성하는 특정한 공간과 이미지가 재구성되어져서 주제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보는 이들은 작가의 정체성과 관심사를 명료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레아는 삶 자체가 언어의 영역 밖에 있다. 그래서 작가가 관심을 갖는 표현대상들도 언어나 문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그 어떤 현실들이다. 작가는 자신의 감정을 자극하는 특정한 공간과 사물을 가장 사진적인방식으로 재현한다. 작가가 보여주는 최종결과물들은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사물과 사물이 어우러져서 또 다른 언어와 조형을 생성한다. 그 결과 작가도 미처 깨닫지 못한 기억 밖의 기억과 무의식의 세계가 미묘하게 드러난다.
이민영은 한국사회의 특정한 문화적인 현실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중립적인 태도로 기록하는 사진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도시의 일상적인 생활공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시대인들의 삶의 모습을 통하여 변화된 문화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표현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그 결과물에서는 작가의 의식 속에 내재되어 있는 세계관과 미적인 감수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다양하면서도 유형화된 동시대인들의 삶과 문화가 느껴지는 도시풍경이다.
이영동은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특정한 사회현실에 대한 자신의 주관을 드러내는 사진작업을 해 왔다. 이번에도 그 연장선상에서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급속 하게 빠른 속도로 자본주의화, 시장경제화, 글로벌화 된 중국의 풍경을 기록하였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 자본주의 사회의 상징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입점해 있는 모습이 생경하게 느껴진다. 글로벌화 된 동시대의 또 다른 경제적인 풍경이다.
정영숙은 도시의 번화가를 산책하듯이 거닐면서 자신의 감성과 이성을 자극하는 특정한 현실과 공간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그런데 작가가 감정을 좀 더 극대화해서 보여주기 위하여 극단적인 로우키톤으로 현실을 재구성 하여서 보는 이들은 도시 자체의 초현실성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작가의 세계관과 감성을 바탕으로 표현대상 자체의 사회문화적인 의미와 독특한 표현방식이 어우러져서 또 다른 의미의 현실세계가 펼쳐진다. 그래서 보는 이들은 작가의 내밀한 감정의 흐름과 특정한 이미지들이 얽혀서 생성된 현실속의 또 다른 현실공간을 발견하게 된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외부세계에 대한 자신들의 미적인 주관과 철학을 지극히 사적인 시각으로 드러내는 사진 찍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래서 최종결과물에서 작가로서의 독창성과 개성을 명료하게 느낄 수 있다. 표현매체로서의 사진의 특성과 스트레이트(straight) 사진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전시회이다.
덧붙이는 글 | 전시기간:2008년5월7일(수) - 13일(화)
전시장소: 아트비트 갤러리
초대일시:2008년 5월7일수) 오후6시
2008.04.28 16:04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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