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외교 한 달만에 독도에서 '뒤통수' 맞다

쇠고기·통미봉남 등 곳곳 산 넘어 산... '쓰나미'에 허둥지둥

등록 2008.05.19 18:18수정 2008.05.1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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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에서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독도문제, 대북 식량지원, 한미 쇠고기협상 등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국내 문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외교 문제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은 계속되고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미국하고만 대화하고 남한을 고립시키는 것)을 돌파할 뾰족수가 없는 상황에서 일본과는 독도 문제까지 터졌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18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중학교 사회교과의 신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한국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독도를 "우리나라(일본) 고유 영토"로 명기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와 관련,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은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독도가 우리의 고유 영토라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며 "독도 영유권을 훼손하는 어떤 기도에 대해서도 엄중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유 장관은 19일 오전 시게이에 도시노리 주한 일본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이에 대해 시게이에 대사는 일본 언론에 보도된 것과 같은 방침이 정해진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에 일본측에 진상을 확인하고 사실이라면 시정을 강력히 요구하라"고 외교장관에게 긴급 지시했다고 전했다.

실용외교 한 달만에 독도에서 '뒤통수' 맞다


독도 문제는 늘 한일간 마찰 원인이었다. 일본 정부는 독도를 국제적인 분쟁지역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에서라도 주기적으로 도발을 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일본 정부의 도발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4월 말 이 대통령은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를 만나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자"고 다짐했고 과거사 문제로 일본과 관계가 좋지 않았던 노무현 정권과 대비되는 '실용 외교'의 성과로 자랑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독도 문제를 들고나오니 '뒤통수 맞았다'는 국민 여론이 들끓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 회복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국내 정서와 어긋난 파격적인 발언을 했었다.

이 대통령은 4월 20일 재일동포들과의 리셉션에서 "나는 일본에 대해 만날 사과하라고 요구하지 않겠다"며 "(일본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과를 해야 진정한 사과지, 억지로 한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고 말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한일 과거사 문제를 언급하면서, "그리 멀지 않은 역사속에서 마음 상한 일도 있었지만 과거 마음 상한 일을 갖고 미래를 살 수 없다"면서 "과거는 잊을 수 없지만 과거만 갖고 오늘을 살고 더더욱 미래를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굴욕 외교라며 강력하게 반발했었다. 더구나 당시 이 대통령이 아키히토 일본 국왕을 만나 고개를 푹 숙이고 악수하는 모습의 사진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면서 네티즌들의 공격 대상이 됐었다.

4월 21일 방일중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일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만날 일본에 사과 요구하지 않겠다"더니

이 대통령은 독도 문제 뿐 아니라 이미 광우병 쇠고기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문제는 이제는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물론 보수 진영 안에서조차 비판 목소리가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일방적으로 정부를 옹호하던 <조선일보>는 요즘에는 가끔 비판도 하는데 졸속 쇠고기 협상은 캠프 데이비드 숙박료가 아니었냐(☞ 5월 17일자 [송희영 칼럼] 광우병보다 끔찍한 재앙 )며 공격한다.

쇠고기 협상이 '캠프 데이비드 숙박료'에 불과했다는 비판은 이명박 정권에게는 무엇보다 뼈아픈 공격이다. 캠프 데이비드에 묵게 된 것이 김대중·노무현 정권과 다르게 한미 동맹을 복원된 물증으로 칭송되던 때와는 분위기가 딴판이다.

여기에 미국이 북한에 식량 50만t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한국은 줄 방법이 없어 안달하는 상황이 된 것도 심각하다. 올 2월만 해도 통일부를 없애겠다고 기고만장했고,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북한이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큰소리 치던 기개는 온데간데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 식량 지원을 퍼주기라고 공격하더니 이제는 퍼주기도 미국을 따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명박 외교 정책은 'ABR'(Anything But Roh)

19일 <중앙일보>에 실린 한 정치부 기자의 칼럼([노트북을 열며]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은 이런 사태가 결국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 정책이 'ABR(Anything But Roh·노무현 정부와 반대라면 무조건 괜찮다)'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지적했다.

"이전 정부가 한 것이라고 해서 모두 부인하고 반대로만 가는 건 이념이지 정책이 아니다. 청와대 수석들 인사가 끝난 뒤 이전 정부에서 썼다는 이유로 '로드맵'이란 단어를 안 쓰기로 했다는 브리핑을 한 일이 있다. 단어는 안 써도 된다. 하지만 대북 정책의 로드맵은 지금부터라도 정밀하게 다시 손을 봐야 한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초기에 ABC(Anything But Clinton:클린턴이 한 것 빼고는 다 좋다) 정책을 추구해 결국 대북 정책에서 실패했던 것과 똑같다.

정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외교·안보 문제는 일반 국민들이 잘 몰라서 그냥 넘어가는 경향이 많다"며 "그러나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고 미국과 잘 나가는데 한국이 소외되는 게 일반 국민들 눈에도 분명히 보이기 시작하면 정권 차원에서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도문제 #이명박 #한일정상회담 #대북정책 #외교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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