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FTA 처리해 시대적 사명 다해야"
손학규 "쇠고기협상, 대통령이 사과해야"

2시간 단독 회동 '예고된' 합의 결렬... 17대 국회서 한미FTA 처리 사실상 불가능

등록 2008.05.20 12:40수정 2008.05.2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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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명박 대통령과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20일 오전 여야 영수회담장인 청와대 백악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20일 오전 여야 영수회담장인 청와대 백악실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박창기

이명박 대통령과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20일 오전 여야 영수회담장인 청와대 백악실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박창기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20일 단독 회동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 및 한미 FTA 비준 처리 문제를 논의했지만, 예상대로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평행선을 달렸다.

 

특히 손학규 대표는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한미 쇠고기 협상과 관련) 잘못된 점을 사과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도높게 압박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부가 밝힐 보완대책을 언급하며 "손 대표가 야당 대표로 있는 17대 국회에서 FTA가 타결 된다면 '정치인 손학규'가 시대적 사명을 다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득에 나섰지만, 손 대표는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반대할 것은 단호히 반대하는 야당을 하겠다"고 선언한 뒤, 등을 돌렸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회동에서 합의가 사실상 결렬됨에 따라 23일로 임기가 끝나는 17대 국회 회기 내에는 한미FTA 비준안 처리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이명박 정부에 '신뢰'의 위기가 왔다"

 

이날 두 사람의 회동은 오전 7시 30분부터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당초 이 대통령이 야당을 방문하려고 했으나, 손 대표가 직접 청와대를 방문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이날 회동은 청와대에서 열렸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회동 분위기는 매우 격의없고 화기애애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손 대표에게 "전형적으로 소신을 가진 정치인"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하는 등 신뢰감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손 대표가 작심한 듯 쏟아낸 말 속에는 '야당 대표'로서의 결연함이 묻어났다.

 

우선 손 대표는 "조류독감이나 광우병 사태 등 이와 같은 일들로 (이명박 정부에) 신뢰의 위기가 왔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특히 중고생들이 촛불 시위에 나서고 광우병 괴담이 나오는 것은 장래에 대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며 "학교 자율화 조치로 인한 아이들의 압박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단연 쇠고기 협상 문제가 화두로 올랐다. 손 대표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30개월 미만이라도 특정위험부위(SRM) 수입은 안된다"며 '국민정서법'을 강조했다. 그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 못지 않게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미국 도축장에 대한 철저한 감시·감독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이날 발표될 추가 협의 내용을 꺼내 들었다. 이 대통령은 추가 발표와 관련 "사실상 야당과 국민이 우려하는 부분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는 사실상의 재협상에 준하는 내용"이라고 강조한 뒤, "특히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실질적으로 수입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미 쇠고기 수입 업자들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겠다는 자율 결의를 했다"며 "지금 협상이 진행중인 일본, 대만과 형평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혹시 그런 일이 생기면 수정·보완을 요구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손 대표가 리더십 발휘해서 협상 마무리 해달라"

 

이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한미FTA 비준안 처리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우선 "이번에 17대 임시국회가 총선 이후인데도 열린 것은 헌정사상 처음있는 일로 참으로 감사하다"고 치하했다. 그는 이어 "17대 회기가 4~5일밖에 안남은 만큼 손 대표가 리더십 발휘해서 협상을 마무리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당선자 시절 만나서 FTA가 타결되면 정부의 최대 업적이라고 밝혔다"는 것을 상기시킨 뒤, "FTA 비준이 17대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17대 국회의원 임기 중에 마무리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거듭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나는 일관되게 경기도지사부터 FTA 비준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혀왔다"면서도 "지금 쇠고기 협상 때문에 FTA 문제를 꺼내기가 어렵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잘못된 점을 사과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손 대표의 대국민 사과 요구에 대해선 가부를 밝히지 않고, 대신 "국민과 소통이 일부 부족한 점이 있다는 지적은 받아들인다"면서 "그러나 거듭 밝히지만 오늘 발표될 추가 내용으로 국민 불안이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손 대표가) 국민정서법을 얘기하지만 지도층이 열정을 갖고 국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손 대표를 압박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끝내 17대 회기 내 한미FTA 비준안 처리에 대한 약속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우려를 피력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손 대표는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차원을 넘어서 6.15정상회담, 10.4 정상회담 등 김대중.노무현 두 정권의 긍정적인 정책을 인정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우리가 꽉 막힌 것이 아니라, 지금은 새 정권이 들어선 이후 조정기일 뿐"이라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문제 등에 대해 (북한과) 물밑으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이번에 미국이 북한에 대해 50만톤의 쌀 지원에 나선 것은 한국측의 노력도 들어가 있다"면서 "미국과 흔히 '통미봉남'을 얘기하지만, 우리는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회동을 마치면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반대할 것은 단호히 반대하는 야당을 하겠다"며 이명박 정부의 '화합과 통합'을 거듭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서민에게 구체적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을 더 강화하겠다"고 얘기하고,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하자"고 주문했다.

 

"대통령, 쇠고기 문제 마무리 되면 입장 발표할 것"

 

한편 손 대표가 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것에 대해 청와대는 "구체적으로 사과를 요구했다고 보기 어렵다.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며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쇠고기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분들이나 협상의 실무 책임을 맡은 분들이 대부분 계속 정부에서 같이 일해온 분들 아니냐"며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좀더 친절하게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부분이 있었으면, 오해나 우려가 덜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지, 사과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이 대통령이 '적절한 기회에 쇠고기 문제가 마무리되면 한미FTA 문제에 대해 국민적 협조를 당부하는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며 "다만 이것이 사과의 뜻을 담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2008.05.20 12:40ⓒ 2008 OhmyNews
#이명박 대통령 #손학규 대표 #광우병 쇠고기 #한미FTA #영수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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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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