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서 죽을 순 없다"

전국 농민 1만여명 분노 폭발... 촛불문화제 합류 결의

등록 2008.05.22 18:52수정 2008.05.22 18:52
0
원고료로 응원
 농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쇠고기 협상 무효! 한미FTA 반대! 농민생존권 쟁취!' 전국농민대회에서 한미FTA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농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쇠고기 협상 무효! 한미FTA 반대! 농민생존권 쟁취!' 전국농민대회에서 한미FTA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농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쇠고기 협상 무효! 한미FTA 반대! 농민생존권 쟁취!' 전국농민대회에서 한미FTA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농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쇠고기 협상 무효! 한미FTA 반대! 농민생존권 쟁취!' 전국농민대회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농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쇠고기 협상 무효! 한미FTA 반대! 농민생존권 쟁취!' 전국농민대회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농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쇠고기 협상 무효! 한미FTA 반대! 농민생존권 쟁취!' 전국농민대회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공원. '광우병 쇠고기', '정운천 장관 해임', '쇠고기 졸속 협상' 등이 걸린 모형소 네 마리가 활활 타올랐다. 전국에서 상경한 1만여명의 농민들은 일제히 "쇠고기 협상 무효! 한미FTA비준 반대!"를 외쳤다.  

 

이날 여의도 공원에서 모인 농민들은 입을 모아 이명박 대통령과 농림수산식품부를 성토했다.

 

전남 장흥에서 올라온 김순례(45)씨는 "국민을 섬기겠다던 대통령은 어디 갔냐"며 "농민은 국민도 아닌가보다"고 긴 한숨을 토해냈다. 그의 목소리는 이미 여러 번 구호를 외쳐 쉬어있었다.

 

그러나 정부를 규탄하는 발언이 나올 때마다 그는 더욱 힘주어 "쇠고기 협상 무효"라고 외쳤다. 김씨는 "소라도 길러서 쌓여있는 빚 조금씩 갚아나가곤 했는데 이제 오히려 소 때문에 빚이 늘어나고 있다"며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농민 다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김천에서 올라온 박 아무개(56)씨는 대뜸 욕설부터 내뱉었다. 박씨는 "단 한 번도 농민에게 정부가 잘해준 것은 없다"며 "농사짓는 사람은 무지렁이라고 무시하는 게냐"고 거칠게 말했다. 그는 "부지깽이도 일어나서 일 거들어야 하는 농번기인데 이만큼이나 사람들 온 거 봐라"며 "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전국농민대회에 모인 농민들의 분노는 크고 깊었다.

 

a  농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쇠고기 협상 무효! 한미FTA 반대! 농민생존권 쟁취!' 전국농민대회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농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쇠고기 협상 무효! 한미FTA 반대! 농민생존권 쟁취!' 전국농민대회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농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쇠고기 협상 무효! 한미FTA 반대! 농민생존권 쟁취!' 전국농민대회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광우병 쇠고기, 농민의 문제만이 아닌 국민 모두의 문제"

 

무대 위에 오른 농민단체 대표들도 피가 끓는 목소리로 투쟁을 외쳤다.

 

지난 4월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을 성토했던 한국한우협회 남호경 회장은 "이제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광우병 쇠고기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고, 다들 거리로 촛불을 들고 나온다"며 "이제 이 문제는 축산농가, 농민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 회장은 "미 쇠고기를 팔기 위해 미국 정부가 총력전을 기울이는 것을 보고 참 부러웠는데 우리는 대통령이고 농식품부 장관이고 앞서 미국소를 선전하는 꼴"이라며 "이제 이명박 정부는 확실히 농민으로부터 떠났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달 만에 오늘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 아닌 사과를 했지만 좀 더 열심히 투쟁해서 쇠고기 협상 무효화를 이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의규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회장은 "새 정부는 우리에게 잘 사는 농촌을 보여준다고 했지만 미친 소가 밀물같이 밀려오는 더러운 꼴을 보게 만들었다"며 "여러분은 지금 이 순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변했다.

 

박 회장은 "그동안 많은 농민들이 이 세상을 한탄하며, 대한민국의 농민임을 한탄하며 생을 마감했다"며 대한민국 농민의 아픔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동안 '이제는 잘 살아보겠지', '대접받는 날이 오겠지', '정권이 바뀌면 또 달라지겠지' 기대를 했지만 얻은 것이 없다. 내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우리 농민들 우직하고 무식해 참고 기다리는 것은 잘하니 정부가 잘못해 만들어 낸 농가부채만이라도 확실히 해결해달라고 했었다. 그런데 결과는 무엇인가. 이제 미래가 없다. 희망이 없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다."

 

"정부 관료들 낯짝이 있으면 사죄해야 한다"

 

 농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쇠고기 협상 무효! 한미FTA 반대! 농민생존권 쟁취!' 전국농민대회에서 한미FTA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농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쇠고기 협상 무효! 한미FTA 반대! 농민생존권 쟁취!' 전국농민대회에서 한미FTA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농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쇠고기 협상 무효! 한미FTA 반대! 농민생존권 쟁취!' 전국농민대회에서 한미FTA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책임지지 않는 정부 관료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경북 의성에서 올라온 김해영(53)씨는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을 비롯한 협상책임자들을 향해 "염치도 없는 인간들"이라고 쏘아붙였다. 김씨는 "낯짝이 있으면 사죄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며 "농민들도 걔들이 영어 해석 잘못했다는 것 정도는 안다"고 말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거들어가며 정 장관에 대한 욕설이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한도숙 전국농민연맹 의장은 "정운천 장관은 국민 앞에 엎드려서 사죄하고 잘리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맞는데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전국 45개 시군의 군수와 시장이 정운천 장관 해임 말라고 서명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의장은 "모 시의 시장에게 왜 서명했냐고 따져 물으니 '나는 내용을 모르고 서명했다'고 하더라"며 "이 사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 촛불을 들고 청계천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촛불문화제 참가를 종용하기도 했다.

 

이날 농민들은 "청계광장으로 가자"는 구호에 연신 "옳소"를 외치며 촛불문화제 참가의사를 속속 밝혔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도 이날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농민 중 1천명 이상이 촛불문화제에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전국농민대회 참가자 일동은 ▲한미 쇠고기 협상 전면 무효화 및 재협상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 및 협상책임자 처벌 ▲광우병 안전 특별법 제정 ▲한미FTA 국회비준 즉각 중단 ▲화학비료보조금 재시행 ▲GMO 옥수수 수입 전면중단 ▲AI 피해농가에 대한 보상 및 지원자금 확충 ▲식량자급률 법제화 총 10가지 결의안을 정부에 요구했다. 

2008.05.22 18:52ⓒ 2008 OhmyNews
#광우병 쇠고기 #농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2. 2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5. 5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