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안산 선부2동 무지개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지역아동 복지발전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장윤선
김선자 안산시 단원구청 주민생활지원과 가정복지 담당계장은 "요즘 관내 경로당 5군데가 잇달아 털리고 있다"며 "퇴학한 중학생들이 집에도 가기 싫고, 그룹홈도 가고 싶지 않으니, PC방 떠돌다 돈 떨어지면 잠잘 곳을 찾아 경로당을 뜯고 들어오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김 계장은 "털린 동네 경로당이 문단속을 좀 더 세게 하니까 도시가스 배관을 타고 2층 문을 딴 뒤 그 길로 내려와 혹여 발을 잘못 딛다가 엉뚱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가 가슴을 한두 번 쓸어내린 게 아니다"며 "제도권 밖을 전전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줄 곳은 지역아동센터 뿐인 것 같다"고 당부했다.
한윤희 안산시청 가족여성과 아동담당 계장은 "전국의 지역아동센터 가운데 안산시가 가장 많다"며 "보건복지가족부에도 안산은 특수지역이기 때문에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고 당부해두었다"고 전했다.
한 계장은 "최근 빈발하는 아동살인범죄 등과 관련해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경기도가 2학기부터 다기능학교를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며 "한 학교당 3개의 교실을 리모델링해 매일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교사나 보모가 아이들을 돌보며 학습도 지도하고, 식사도 제공하는 휴식처 개념의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다기능학교는 맞벌이 저소득층 자녀를 위해 학교와 학원, 가정기능까지 통합한 24시간 보육시스템이다. 이 개념은 안양 어린이 살인사건을 계기로 지난 4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는 이 사업에 21억8천만원을 쓴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작 살해된 어린이들이 다녔던 안양 명학초등학교는 '다기능학교'를 신청하지 않았다. 이유는 학교시설이 노후하고 늦은 밤까지 학교가 운영됨에 따라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는 데다 '어린이 살해 사건'에 따른 학교이미지 등을 고려한 조처로 알려졌다.
사정은 안산도 비슷하다. 학교들이 거의 희망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유도 비슷하다. 노후한 학교시설에서 특별한 프로그램도 없이 아이들을 24시간 보육한다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교사들에게는 직무부담으로 연결되고, 학교도 24시간 체제로 가동돼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인력 등이 만만치 않다는 게다.
안산 선일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늦은 밤까지 지내야 한다는 것은 견디지 못할 것"이라며 "아이들은 학교보다는 좀 더 따뜻하고, 정겨운 놀이가 있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윤희 안산시청 계장도 "안산시내 학교 가운데 '다기능학교'를 희망하는 학교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공교육의 연장으로 생각하기 쉬워 여러 학교들이 부정적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토할 때까지 먹는 아이, 그리고 아동보호의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