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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반 표지 김남순 가야금산조 음반(신나라) 표지 ⓒ 신나라
▲ 음반 표지 김남순 가야금산조 음반(신나라) 표지
ⓒ 신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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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 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두 줄은 구비 구비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鶴)처럼만 여위느냐."
위는 정완영 시조시인의 '조국'의 일부이다. 시인은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두 줄은 굽이굽이 애정인데…"라고 가야금을 노래한다. 가야금(伽倻琴) 곧 토박이말로 '가얏고'라고 하는 이 악기는 사부(絲部)에 속하는 현악기로, 청아하고 부드러운 음색은 오늘날 가장 대중적인 국악기로 인기를 끈다.
이 가야금이란 악기로 산조를 만든 것은 19세기 말 가야금 명인 김창조인데 이후 발전, 계승되어 온 유파는 강태홍류, 김병호류, 김윤덕류, 김죽파류, 사공철류, 성금련류, 함동정월류 등이다.
이 가운데 김병호류 가야금 산조는 대표적인 판소리 더늠의 산조로 농현과 시김새, 장단 등이 다른 산조에 비해 매우 독특하다는 평을 받는다. 따라서 김병호류 산조는 깊은 농현과 다양한 시김새, 복잡한 장단 때문에 다른 산조에 비해 조금 어려운 느낌이 있어 그 깊은맛을 즐기기엔 약간의 시간이 걸리지만 그 질박하고 오묘한 맛은 인간의 속마음에 호소하는 산조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한다.
그 김병호류를 올곧게 이어온 부산대 김남순 교수가 가야금산조 음반을 신나라(회장 김기순)를 통해서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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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년의 소리 올 3월 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가야금연주단(단장 김남순) 제4회 정기연주회 "가야금 천년의 소리" 소책자 표지 ⓒ 부산가야금연주단
▲ 천년의 소리 올 3월 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가야금연주단(단장 김남순) 제4회 정기연주회 "가야금 천년의 소리" 소책자 표지
ⓒ 부산가야금연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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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일반적으로 듣던 가야금산조와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글쎄 무엇 때문에 이렇게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게 할까? 음반은 다스름으로 시작해서 휘모리, 단모리로 끝나는 김병호류 긴산조가 녹음되어 있고, 진양조로 시작해서 역시 단모리로 끝나는 김병호류 짧은 산조가 들어 있다.
거문고와 해금의 명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김영재 교수는 김남순의 산조를 이렇게 말한다.
"김남순 교수의 연주는 김병호류 산조를 가장 올곧게 이어받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일반적인 가야금 산조와는 달리 터치가 강하고 야무지면서도 농현이 깊은 것은 물론 굴곡이 심하고 박자를 넘나드는 그런 연주다."
여기에 더하여 전통음악 음반기획자 양정환 탑예술기획 대표에게도 김남순 가야금 산조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2세대 이후 가야금 연주자들이 대부분 여성 연주가인 탓이어선지 그동안 산조 연주 소리를 들으면 잔가락 위주의 섬세한 맛 일색이어서 좀 아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데 김남순 교수가 가야금 여섯 바탕을 모두 녹음할 때 들었던 소리는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김병호류에 걸맞게 남성적인 맛이 우러나면서 시원하게 탄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그와 함께 여성스러운 맛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기막힌 연주라는 생각이 들어 녹음이 끝난 뒤 나는 일부러 기다렸다가 덕담을 들려줄 수밖에 없었다."
역시 그 맛이었구나. 김남순의 소리에선 김병호의 음악을 그저 답습한 것이 아니었다. 김병호의 음악을 제대로 해석하고 그것을 자신의 음악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그것도 김병호 음악의 남성적인 맛에 김남순만이 해낼 수 있는 여성스러움을 적절히 조화시킨 기막힌 작품이라는 양정환씨의 말은 중성적인 연주라는 뜻은 분명히 아닐 터이다.
이제 나는 김남순의 김병호류 가야금산조를 음반이 아닌 실제 연주로 듣고 싶은 간절한 욕망이 생긴다. 김남순에게 실제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쁨을 달라고 간청해볼까? 많은 이가 단순한 가야금산조가 아닌 김남순만의 기막힌 연주를 들어볼 것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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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순 김병호류 가야금산조 음반을 낸 김남순
ⓒ 김영조
▲ 김남순 김병호류 가야금산조 음반을 낸 김남순
ⓒ 김영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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