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있는 지도그룹 500명을 조직하자"

[촛불정국 어디로 가야하나]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장 최규엽 인터뷰

등록 2008.07.05 14:42수정 2008.07.0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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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최규엽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장

최규엽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장 ⓒ 민종덕

최규엽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장 ⓒ 민종덕

 

촛불정국이 2개월 동안 지속되고 있다. 처음 여중고생들로부터 발화된 촛불이 6월 10일 1백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항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요구인 재협상은 받아들이지 않은 채 말로만 뼈저린 반성을 한다고 했다.

 

대통령은 반성한다는 담화를 발표한 지 3일도 못되어 태도를 바꿔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폭력으로 진압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마침내 6월 28일 서울광장에 설치되어있는 광우병대책회의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천막을 강제 철거하고 대책회의 관계자들을 구속, 수배했다. 이 뿐만 아니라 서울광장도 경찰차로 막아버리고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무차별로 폭행, 연행했다.

 

이에 6월 30일에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나서 시국미사를 개최함으로써 서울광장을 되찾고 촛불집회를 새로운 양상으로 바꿔놓았다. 천주교의 시국미사에 이어 기독교, 불교의 시국 종교행사가 이어졌다.

 

촛불집회는 또다시 7월 5일 1백만 명이 모이는 대규모 항쟁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촛불정국이 과연 어디로 갈 것이며 어떻게 정리되어야 하는가? 그 해답을 듣고자 최규엽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장을 만나보았다.

 

a  7월 2일 촛불집회에 참가한 최규엽소장

7월 2일 촛불집회에 참가한 최규엽소장 ⓒ 민종덕

7월 2일 촛불집회에 참가한 최규엽소장 ⓒ 민종덕

 

다음은 일문 일답

 

-안녕하십니까? 요즘 촛불정국에 대해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 소장 개인 입장을 듣고 싶어서 왔습니다. 우선 요즘 촛불정국의 원인과 양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네, 잘 오셨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번 5, 6월 촛불집회의 첫 봉화를 올린 것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여학들이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들은 미친 소, 미친 교육을 비판하면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여기에 누리꾼들이 참여하고 시민사회단체가 받았습니다."

 

-왜 여중고생들이 앞장서 촛불을 들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은 그렇지 않아도 입시위주의 교육에 짓눌려 있는데 여기에다 4.15교육정책을 발표하자 이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4.15 교육정책이 뭡니까? 0교시 부활, 우열반 편성, 야간 자율학습, 영어몰입 교육 등 우리 학생들을 무자비한 경쟁으로 몰아넣고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하고 과외비만 더 늘어나게 하는 교육정책 아닙니까?

 

우리 중고생들은 이러한 정책을 펴는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이 많았습니다. 여기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라는 굴욕적인 협상을 함으로써 젊고 예민한 학생들은 미친 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덮친 것이지요. 그들은 인터넷 공간을 통해 광우병에 대해 과학적 인식을 하게 된 것이지요.

 

여학생들의 문화는 평소 온라인 공간을 통해 소통을 하는 집단소통에 익숙해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 공간을 통해 집단소통, 쌍방소통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인식을 확대하고 조직을 확대해 나갑니다. 이것이야말로 집단지성이라 말할 수 있지요.

 

이러한 집단지성은 온라인에서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바로 행동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너나 먹어 미친 소” “이 나이에 생명을 걱정해야 하냐” “이명박 탄핵”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광장으로 나온 겁니다."

 

a  초기에 참여했던 촛불소녀

초기에 참여했던 촛불소녀 ⓒ 민종덕

초기에 참여했던 촛불소녀 ⓒ 민종덕

 

-여중고생들이 이렇게 나서기까지 진보 진영에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었나요?

"진보진영에서는 초기 촛불집회에 모이는 인원이 1000여명 모이면 많이 모일 거라고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첫날 만 여명이 모인 겁니다. 진보진영이 예측하지 못한 것이지요. 진보진영은 부랴부랴 5월 6일 17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를 발족하고 촛불을 전국적으로 확산 시키며 청계광장 촛불집회를 주관 해 온 것이지요.

 

또 5월 22일 이 대통령이 첫번째 국민담화에서 재협상을 거부하자, 5월 24일 누리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처 나갔습니다. 대책회의가 엉거주춤 판단을 하지 못하고 청계광장을 박차고 나가지 못하고 있을 때 이들은 과감하게 길거리로 청와대를 향해 뛰었습니다.

 

이때부터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져 연행자들이 속출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경찰의 탄압과 협박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닭장차 투어를 외치며 스스로 연행당하는 등 당당하고 용기있게 대응함으로써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경찰의 탄압을 무력화시켰습니다.

 

대책회의가 신뢰를 받기 시작한 것은 5월 29일 쇠고기 고시를 강행한다고 하자 5월 31일 깃발을 들고 청와대 진입에 앞장서기 시작한 때부터입니다. 이어 6월 5일 밤부터 진행된 '72시간 릴레이국민행동'을 성공리에 마치자 누리꾼들은 대책회의에 신뢰와 지지를 보낸 것입니다."

 

-이번 촛불집회의 두드러진 특징이랄까 이전 70, 80년대 투쟁과 다른 양상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번 촛불집회 특성은 참으로 많지요. 가장 큰 특징은 대중의 자주성입니다. 집단지성의 특성이기도 한 대중의 자주성이 있었기에 이것이 동력이 되어 헌신성, 치열성이 나온 것입니다. 온라인상에서 말하는 “배운 여자”라는 뜻이 다름 아닌 자신의 지혜와 지성을 공익을 위해 행동하는 여자를 가리키는 말에서 보듯이 이들은 온라인상에 머물지 않고 광장으로 나와 행동하는 것입니다.

 

대중의 자주성에 기초해서 이들은 조직력, 홍보력, 기획력, 전투성, 정보력, 기동력을 갖추게 된 것이지요. 82쿠키 같은 곳은 순식간에 회원이 13만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놀라운 조직력입니다. 그 밖에도 예비군이 나오고, 유모차 부대가 나오고, 탄핵사이트 블러그 등을 통해 행동하고, 모바일, 카메라를 이용해 홍보함으로써 빠른 확산을 가져 온 것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온라인 생중계 채널만 해도 2만개가 되고 접속자 숫자가 800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가히 아이티 강국의 위력을 보여준 것이지요."

 

- 이렇게 발달된 온라인과 광장을 통해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말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직접민주주의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대의제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겠지요. 이번 촛불정국에서 보듯이 국민이 대통령을 잘 못 뽑아놓고도 잘 못된 대통령을 소환할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국민소환제를 이참에 얻어내야지요. 이와 더불어 국민발안권, 중요한 정책에 대해 국민투표제, 국민참여예산제 등을 제도화 해야지요.

 

그리고 이번 집회에서 느꼈듯이 집시법이 현실적이지 않아요.헌법정신에서 많이 벗어나 있어요, 현행 집시법에 의하면 국민들의 정당한 주장이 법률 위반으로 됩니다. 그러니까 야간 집회 허용이라든지 하는 내용을 현실적으로 반영해서 집시법을 고쳐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경찰 중립화 방안입니다. 경찰이 정권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기 위해서는 경찰 독립이 되어야 합니다. 만약 이번에 경찰독립이 되어 있었다면 싸움은 벌써 끝난 것입니다. 그런데 경찰이 독립되지 않고 권력의 도구로 사용되니까 국민과 경찰이 대립하게 된 것이지요. 경찰서장 등 주요간부는 외국처럼 주민이 직접 선출해서 경찰통제를 주민자치 영역에 둬야 합니다."

 

-이번 촛불집회 투쟁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살리기 주술’에 속았던 국민들이 취임 100일만에 이 정권이 정확히 ‘극소수 천민자본 ’을 위한 정권이라는 것을 간파해 버린 것이 큰 성과라면 성과지요.

 

첫째, 자주적이며 창조적이고 창발성으로 넘치는 ‘집단지성’들의 출현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무궁한 발전과 민주주의의 전진에 커다란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

둘째, 촛불집회를 통해서 어쨌든 대운하강행을 일단 저지시켰고, 공기업 민영화, 물 가스 전기 민영화, 의료보험 민영화 등을 약화시킨 성과가 분명히 있습니다.

셋째,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노래가 촛불항쟁의 주제가가 된 것에서 보듯이 이번 촛불항쟁을 통해서 우리 국민들의 주인의식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

앞으로 정치권력의 어떠한 횡포와 억압에 대해서도 언제든지 저항권을 행사해서 바로잡을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갖추었다 할까요? 이거야말로 최고 최대 성과가 아닐까요 ?

 

넷째 아쉬운 것은 정치권과 진보진영의 무능입니다. 용기와 헌신, 조직력 등 모든 부분에서 누리꾼들의 집단지성에 비해 떨어져 있습니다. 6월 28일 대책회의 실무자가 구속되고 시민들에 대한 파쇼적 탄압이 전면화 될 때 진보진영의 비타협적인 용기와 헌신이 필요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물쭈물 하다가 앞으로 전진 돌파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 버리고 어쨌든 5월 24일 전 단계 촛불방식으로 후퇴한 현상입니다."

 

a  경찰의 물대포에 맞서는 시민

경찰의 물대포에 맞서는 시민 ⓒ 민종덕

경찰의 물대포에 맞서는 시민 ⓒ 민종덕

 

-이제 천주교 신부님들을 비롯해 종교계에서 나서 촛불집회를 이어가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물론 신부님들이 사람을 모으고, 빼앗긴 광장 찾을 수 있게 해 준데 대해서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방식만이 최선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6월 28일 경찰의 강경진압을 겪고 그 다음 날 시청광장을 빼앗긴 채 시위를 앞장섰던 누리꾼들은 나름대로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 가면서 창의적인 투쟁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즉 경찰의 폭력에 어떻게 맞서고 어떤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싸울 수 있는가에 대해서 논의하고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우리가 일시적으로 고립될 수도 있고, 밀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 투쟁은 점점 더 진화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촛불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갈 수만 있다면 촛불은 청와대로 가야합니다. 가서 이명박 대통령한테 재협상을 하든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든지 양자택일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 상황을 돌파하고 장기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할 수 있는 책임 있는 대책회의 공동대표 500명을 조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책회의 이름을 ‘ 고시철회와 이명박 심판을 위한 범국민투쟁본부’로 바꾸고 누리꾼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주동자다. 우리 모두를 구속하라'고 외칠 수 있는 책임있는 지도그룹 500 -1000명이 나서줘야 합니다.

 

대책회의 실무자 3명이 구속되고 박석운 집행위원장 등 간부 7 명이 수배되었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진보진영의 비타협적인 용기와 헌신 그리고 전투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공동대표 500명을 모으는 것인데, 재야의 신망 있는 어른이 앞장서야 합니다. 이럴 때 돌아가신 문익환 목사님 같은 분이 계신다면 가능할텐데. 문 목사님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

-청와대 간다고 다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지 않나요?

"청와대까지 갈 수 있는 것과 못 가는 것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지요. 우리가 우리 힘으로 청와대까지 갈 수만 있다면 이건 엄청난 상징성이 있는 겁니다. 이명박 정부는 퇴진한 것이지요. 사실 6월 10일 최선을 다했어야 했는데 너무 무기력했습니다. 책임지는 지도단위도, 돌파할 수 있는 핵심대오도, 치밀한 전략전술도 모두 아쉽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a  70만이 운집한 6월 10일 촛불집회

70만이 운집한 6월 10일 촛불집회 ⓒ 민종덕

70만이 운집한 6월 10일 촛불집회 ⓒ 민종덕

 

2008.07.05 14:42ⓒ 2008 OhmyNews
#촛불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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