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위반' 대통령 재신임, 국민투표 부쳐야

[주장] 촛불은 합헌세력, 이명박 정부는 비합헌세력

등록 2008.07.07 10:43수정 2008.07.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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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촛불정국은 미국산 광우병 의심 쇠고기 수입문제로 촉발되었다. 그러나 촛불 관련 시국의 근원에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과 역사인식이 현행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근본 문제가 가로놓여 있다. 문제를 쇠고기 문제에만 가두어 놓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촛불정국은 보수 대 진보의 대립이 아니다. 합헌세력과 비합헌세력의 대립이다. 이명박 정부가 비합헌이고 촛불이 합헌이다. 국민의 머슴인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헌법을 준수할 것을 엄숙히 선서했다. 그러나 그의 국정철학과 역사관, 그리고 행적들은 헌법 전문의 정신에 정면으로 역행해 왔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정철학의 헌법 위반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서의 검역주권 포기, 주일본대사관 누리집에서 독도문제를 삭제한 일, 헌법 전문에 나와 있는 평화통일 원칙에 입각한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에 역행하는 대북정책 등. 그리고 일본의 '근대화정책' 덕택으로 우리의 잘 살게 되었다느니, 일본군 위안부들을 일본정부가 강제로 끌고 간 증거가 희박하다는 등, 마치 일본정부의 역사 왜곡을 변호하는 듯한 뉴라이트 '한국근현대사 대안교과서'를 교육부 장관이 극구 찬양하면서, 현행 헌법의 정신을 담아 정부가 검인정한 현행 역사교과서들을 '좌편향'이라고 국무회의에서 매도하고, 앞으로 나올 교과서에 이를 반영하겠다고 공언하고, 국무총리마저 동조 발언을 한 것은 헌법 정신 위반이다.

뉴라이트의 '대안교과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투쟁을 테러리스트로 표현한 반면, 4.19정신을 폄하하고 역대 독재자들을 찬양했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과 역사관이 절차적 민주주의의 탈을 쓴 독재정권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추론을 가능케 하는 대목들이다.

이런 헌법 위반의 국정철학과 역사관은 거대신문들의 편파보도에 항거하는 인터넷 언론 활동에 재갈을 먹이는 등, 언론자유를 심하게 침범한 구시대적 언론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국정원 직원이 대통령과 관련된 재판 담당판사를 은연중 압박한 일, 경제정책 면에서 국민경제의 균형 발전을 의무화한 헌법 규정을 무색하게 하는 일련의 정책들, 교육의 기회균등을 규정한 헌법조항들을 위반하면서 있는 자들만이 혜택을 보는 정책으로 가난한 자들의 박탈감을 심화시킨 정책, 종교에 대한 편파적 행정을 금한 헌법 규정을 위반한 일, 배후 운운 하면서 시민단체들을 압수수색한 일 등도 구시대적 국정철학과 역사관의 산물이다.

a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쯤 되면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헌법을 준수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 것이 무색하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그러나 국회가 사실상 대통령의 거수기로 전락한 현재의 상황에서 민의의 통로는 거의 막혀있다. 그래서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라는 헌법 제1조의 규정에 따라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이명박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행 헌법과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일치시키려면, 헌법과 정체성이 맞는 인사를 촛불 쪽과 협의하여 내각총리(대통령 권한대행)로 임명하고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고, 헌법 규정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 아래서 6개월 이내에 대통령을 다시 뽑는 선거를 치르는 것이 상책이다. 그것만이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대의정치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정에 국민의 의지를 직접 반영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지 않고 헌법에 역행하는 국정철학의 소유자를 대통령으로 계속 받들어 모시고 있는 불행한 사태를 방치한다면 주권자인 국민이 국가에 대한 도리를 다 하지 못한 '불충'을 저지르는 꼴이 아닐까?


선출된 지 100여 일 밖에 안 된 이 시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을 운운하고 있는 오늘의 사태는 지극히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의 사태는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역사관이 헌법을 위반함으로써 초래된 것임으로, 내각 개편 등 땜질로써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성난 민심을 비폭력으로 달래기 위해서는, 헌법 위반 행위를 자인하고 국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아름답게 퇴진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보는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많은 사람이 대통령을 잘 못 뽑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는 사실이 성난 촛불에 의해서 감지된바 있다.

대통령에 취임한 지 100여일 밖에 안 된 상황에서 사임 압박을 억울하다고 생각한다면, 대의정치가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폭력과 직접민주주의를 일치시키는 길은 대통령 재신임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 그래야만 촛불로 분출한 국민의 힘을 비폭력으로 유도하면서 갈등을 극복하고 합심 협력하는 가운데 복된 나라를 건설하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정체성 위기에 봉착한 대통령은 권력을 주권자인 국민에게 하루 속히 넘겨주고 자리를 떠나는 것이 순리일 수 있다. 유가 폭등 등 심각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정의 안정이 필요하다면, 우리나라는 더욱 더 헌법에 부합되는 대통령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국정이 안정되고 경제의 체질이 강화되고 민생을 올바로 챙길 수 있다. 내가 아니면 나라가 망한다는 식의 아집은 비극과 공멸의 길이다. 대통령의 대국적 결단을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주종환 기자는 동국대 명예교수입니다.

이 기사는 <경향신문>(7월 7일자)에 "길은 '국민투표' 뿐이다" 제목으로 요지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는 '평화만들기'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주종환 기자는 동국대 명예교수입니다.

이 기사는 <경향신문>(7월 7일자)에 "길은 '국민투표' 뿐이다" 제목으로 요지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는 '평화만들기'에도 송고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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