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보내달라" 행정심판 청구 전경 '식음전폐'

"구타·가혹행위에 성추행범 누명까지... 진실 위해 싸울 것"

등록 2008.07.12 16:47수정 2008.07.1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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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존엄한 국민의 권리를 외치고 있는 지금, 그 광경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목격하면서도 그 권리로부터 가장 소외되어 있는 이들이 바로 전경이다.

이러한 가운데 "전경 복무가 원했던 군복무와는 많은 차이가 있고 의사와 관계없이 최근 정치적 상황에 개입하고 있다"면서 지난 6월 12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육군 재배치 행정심판을 청구한 현역 전경 이계덕씨(22)가 전화인터뷰로 심경을 고백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606전투경찰대 소속 이씨는 행정심판 청구 이후 외부와의 소통이 금지된 채 용산경찰서에 감금됐다. 이씨는 6월 24일 '근무태만' 등의 이유로 영창 15일의 징계를 받았고, 7월 8일 출감한 이후엔 상관의 폭력과 폭언에 시달리고 있다.

상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제도에서 비롯된 폭행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상관의 사과를 받은 후 그에 대한 폭행죄 고소를 취하한 이씨는 7월 9일 부대 중대장으로부터 2개월 간 외박과 외출, 면회, 인터넷 사용을 금지한다는 제재 내용을 통보 받았다.

이씨는 지난 7월 2일 어청수 경찰청장, 한진희 서울경찰청장, 부대 중대장 등을 명예훼손 및 감금행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으며, 현재 이란대사관에서 근무하며 행정심판과 고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지난 7일 '전의경제도 폐지를 위한 연대(가칭)'가 꾸려져 이씨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며 공동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앞으로 전∙의경제도의 부당함을 알리는 캠페인뿐 아니라 전의경제도 폐지를 위한 법적 대응 등도 준비하고 있다.

전의경제도 폐지 연대에는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인권실천시민연대, 전쟁없는세상, 천주교인권위워회, 평화인권연대, 강의석, 구종우(한의사), 박노자(오슬로대 한국학 교수), 박석진(전의경제도 헌법소원 당사자), 임종인(변호사, 전 국회의원), 이재승(건국대 법대 교수), 한홍구(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다음은 이계덕씨와의 전화통화 내용(박스 참조).

"억울한 누명 벗기 위해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

"2008년 7월 12일 낮 12시부터 향후 2개월 동안 부대의 지속적인 인권 침해에 항의하기 위한 금욕, 금식, 금수... 씻지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 저항을 시작합니다.

경찰에서 지속적인 징계와 불이익으로 나를 식물인간으로 만들고 구타를 방조하고 매도하는 인권침해를 계속한다면 나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또 경찰이 덧씌운 억울한 누명으로 인하여 내 주장과 전의경 인권의 진정성이 훼손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항할 수밖에 없으며 이미 보여진 바와 같이 전경대에서 전경대장이 대왕과 같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인권침해를 하면서도 법의 통제가 전혀 되지 않고, 수사기관인 경찰마저도 인권침해에 동조하는 상황에서 일개 대원이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의식주 중에 의와 식을 포기하는 것, 즉 자신을 희생하는 방법말고는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이 방법이 안 된다면 나는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서 또 전의경 인권이란 대의와 진정성을 지키기 위해서 마지막에는 내가 죽을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경찰과 606전경대에서 원하는 것이 진정 내가 잘못되기를 원하는 것이라면 나는 성추행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사실상의 식물인간으로 살아가기보다는 나의 진정성을 지키고 죽는 것을 택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정 잘못하는 게 누구인지 또 경찰조직이 스스로에 무리하게 하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 역사가 말해주고 심판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2개월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 저항을 한다고 해서 근무를 기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기 때문에 근무에는 계속 임할 것이고, 다만 모든 진료행위를 거부할 것입니다.

내가 쓰러지는 것이 먼저인지 부대의 인권침해 중단이 먼저일지 끝장을 보고자 합니다. 이미 각종 징계와 불이익을 이미 받았고, 구타와 인권침해가 이미 있었고 현재도 이같은 불이익이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전경대장이 징계를 할 것이라며 징계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리라 생각되지 않고 또 가만히 있다고 보복성 징계는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최후 수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저를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2008년 7월 12일 원치 않는 전경대로 차출된 이가 제606전경대에서 드리는 내용입니다."

첨부파일
lee.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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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덕 #전경 #육군전환 #강의석 #식음전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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