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르고 펀드 손해보고 환율까지"
얇아지는 서민지갑... 탈출구 안 보인다

스태그플레이션에 금융시장 패닉... 악순환 시작되나

등록 2008.08.26 18:22수정 2008.08.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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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폭등해, 1100원선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폭등해, 1100원선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 남소연


금융시장이 패닉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가는 계속 하락하고, 환율은 연일 폭등하고 있다. 게다가 물가 상승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손에 쥐는 돈보다 밖으로 새는 돈이 더 많다.

주택을 담보로 하는 금리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서민 중산층을 옥죄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사람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소비위축은 결국 내수침체를 가속화시키면서, 한국판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을 더욱 앞당기고 있다.

[환율] 200억불 날리고 외환시장 손놓은 정부

26일 외환시장은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 날도 원달러 환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5일보다 10.5원이나 올랐다. 1달러에 1089.4원에 거래가 마감됐고, 3년 9개월만에 최고치다.

이미 환율 방어에 200억불 이상을 날린 외환당국은 더이상 시장에 개입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 쪽에서 나서도 (환율 상승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환시장에 대해 말하기가 부적절하다"면서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고만 말하고, 더이상의 언급 자체를 꺼렸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차장은 "외환 당국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면서 "워낙 달러 매수세가 높아 당국이 나서도 원화가치 하락(환율상승)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환율 상승에 대한 압력이 강해서 달러당 원화값이 110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도 사실상 외환시장 개입에 손을 뗀 상태다. 25일과 26일에 일부 외환당국이 달러를 내다 팔면서 개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전과 같은 대규모 개입은 없었다. 시장에선 외환당국의 움직임을 거의 미미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물가] 지난 5·6월 초유가, 추석 앞두고 몰려온다면?

문제는 물가다. 이미 빨간불이 켜진 물가는 '환율 폭등'이라는 복병을 만나 다시 휘청거리게 생겼다. 물가는 이미 3% 목표치를 훨씬 뛰어넘어 지난 7월에 6%에 육박했다. 8월에는 7%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하락세를 보인 국제유가는 현재 물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약 2~3달에 걸쳐 물가에 나타나기 때문에 지난 5·6월께 배럴당 150달러에 달했던 유가가 현재 물가에 반영되는 꼴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한달새 유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이것이 물가에 반영되려면 시간이 걸린다"면서 "지난 5·6월 초고유가가 8월 물가에 반영될 경우 소비자물가는 7%를 넘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이 1090원대까지 육박한 것도 물가에 큰 부담이다. 일부 수출 대기업 입장에선 이익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해외에서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하는 기업들 입장에선 그렇지 않다. 수입단가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소비자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환율이 1%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는 0.07% 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한달 반만에 90원 가까이 오른 것을 감안하면 0.5% 포인트 이상 물가 상승 요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 펀드 대박은 옛말... 13조원 자산 사라졌다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의 여의도의 한 증권사 매장에서 주식 투자자들이 주식 시세판을 보고 있는 모습.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의 여의도의 한 증권사 매장에서 주식 투자자들이 주식 시세판을 보고 있는 모습. ⓒ 선대식


주식시장도 좀처럼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6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1.86포인트(0.79%) 떨어져, 1490.25로 끝났다. 1년 내내 계속되는 미국발 금융불안에 국내 주식시장은 여전히 맥을 못추고, 외환시장까지 불안해지면서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주식시장의 하락과 함께 펀드 수익률도 거의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주식에 투자해온 수많은 사람들은 자산이 매일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회사원인 정상윤씨(38)는 "1년전에 퇴직금 일부를 정산해서 1500만원을 펀드에 넣었다"면서 "현재 남아있는 돈은 9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면서 허탈해 있다. 정씨는 "주변 회사 동료 가운데 대부분 펀드에 돈을 넣고 있지만 수익률이 마이너스 20·30%를 보이면서 입금을 중단하거나, 환매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행의 자료를 보면, 1분기 말 현재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투자금액(직접투자+간접투자)은 모두 350조4000억원이다. 이는 작년 말보다 13조원 줄어든 금액이다.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그만큼 재산이 사라진 것이다.

여기에 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은행에 돈을 넣어둔 사람들의 경우는 물가가 크게 올라 사실상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상태다. 대신 시중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계속 올리면서, 대출자들의 부담도 더욱 커지고 있다.

정씨는 "얼마 전에 미분양 아파트를 사려고 금리를 알아봤지만, 일부 중도금 혜택을 주더라도 이자가 9% 가까이 돼서 포기했다"면서 "장기전세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는데, 당분간 집을 사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물가폭등→소비위축→내수침체...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결국 물가폭등과 주식 등 자산가치 하락 등으로 다수의 서민중산층의 지갑은 더욱 얇아질수 밖에 없다. 이는 다시 소비위축과 감소로 이어지게 되고, 내수침체의 악순환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정부의 잇따른 경제실정으로 인해 서민 중산층의 삶은 더욱 힘들고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이미 한국경제는 경기침체에 따른 물가상승이 계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이며, 지속될 경우 심각한 위기로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a  설을 앞둔 지잔 1월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11동 원당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당선인이 생선을 파는 김성림(67)할머니가 장사가 어렵다고 울며 하소연하자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설을 앞둔 지잔 1월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11동 원당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당선인이 생선을 파는 김성림(67)할머니가 장사가 어렵다고 울며 하소연하자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외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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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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