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가는 길... 저기 저 아래로 오름들이 보인다...멀리 멀리 보이고...
이명화
영실기암과 비폭포. 비폭포는 ‘한 여름 폭우가 내리고 나면 기암절벽 사이로 폭포가 흘러내려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지금은 물은 마르고 폭포의 흔적만 남아 있는 것이 보인다. 병풍바위, 오백나한을 끼고 계속 올라간다. 병풍바위는 수직의 바위들이 마치 병풍을 펼쳐놓은 듯 하다해서 병풍바위라 한단다. 한여름에 구름이 병풍바위에서 몸을 씻고 간다나 어쩐다나. 산을 오르다 가끔 뒤를 돌아보면 멀리까지 조망되는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탁 트인 조망, 눈길 아래 있는 오름들과 드넓게 펼쳐진 초원지대가 눈길 아래 있다. 병풍바위를 지나고 정상이 가까울수록 숲이 우거지고 길은 평지 같다. 자갈돌 좁은 길이 이어진다. 제주도의 산 역시 돌길은 제주 특유의 돌들로 되어 있다. 여느 산들을 등반할 때와 같이 미끄러운 돌들과 사뭇 다르다. 제주의 산과 들,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제주도 특유의 바다와 돌들이다. 이제 정상이 저 멀리 조망된다. 12시 25분이다.
널판지로 만든 1킬로미터가 넘는 하늘산책로가 이어진다. 어디에도 막힌 곳은 없다. 막힌 담도, 막힌 산도 없이 바람이 맘 놓고 불고, 넓디넓게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다. 아, 여기가 어딘가. 이 길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걸어도 좋을 것만 같다. 하늘은 맑게 개여 청신한 얼굴로 초원 위에 펼쳐져 있고, 그 푸르른 하늘에 흰 구름이 수를 놓고 있다.
널판지 길은 난장이조릿대들과 풀들로 이루어진 광활한 초원길이다. 1600~1700미터 사이에 있는 넓게, 넓게 펼쳐진 초원, 막힘없이 사방이 뚫려 맑은 하늘 아래 저 멀리까지 펼쳐진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어쩜, 이렇게 오묘할 수가. 아주 맑은 날, 구름이 푸르른 하늘에서 여러 가지 그림을 그리며 놀고, 우리는 길게 이어진 초원길을 걷는다. 저기, 바로 저기 한라산 정상, 백록담이 있다. 그런데 이곳에선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을 볼 수 없다.
저기 바로 저기가 백록담인데, 지척에 두고도 그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길을 끊어놓았기 때문이다. 길이 막혀 바로 눈앞에 보이는 정상까지 가 볼 수 없음이 안타깝다. 바로 눈앞에서 돌아서야 하는 마음 애틋해지는 연인처럼 나는 아쉬움 가득한 눈으로 올려다본다. 내가 걷고 있는 이 초원길은 산상의 정원, 선작지왓이라 이름한다. 바로 한라산 선작왓지라고 부르는 초원지대다.
선은 ‘서 있다’, ‘작지’는 ‘돌’을 가리키는 말이고, ‘왓’은 제주 사투리로서 ‘밭’을 이른다‘. 봄에는 돌 틈 사이로 산철쭉, 털진달래가 피어 붉은 꽃 바다를 이루고, 여름에는 하얀 뭉게구름과 함께 녹색의 물결을 이루어 산상의 정원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산상의 정원이다. 한라산 올라오는 길에 약수터가 없더니 산상정원 길에서 약수 ‘노루샘’을 만나 반갑다. 12시 40분이다.

▲한라산 한라산 정상 백록담을 앞에 두고 돌아서야 하는 아쉬움~다시 만나자꾸나...
이명화
바람이 자유롭게 분다. 윗세오름에 도착(해발 1700미터), 12시 50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쉬고 있다. 점심을 먹고 있는 사람, 누워 있는 사람,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백록담이 바로 저기 저 위에 있는데, 금방 닿을 수 있는 길이건만, 길이 막혀 만나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이곳까지 올라오는 동안 그 모든 풍경은 경이롭고도 아름다워서 위로가 된다. 그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백록담을 지척에 두고 이제 내려간다. 1시 10분이다. 그래, 다시 보자, 이 길 아니면 다른 길로 가서라도 만날 수밖에, 내리막길은 올라온 높이만큼이나 조심조심 걷는다. 돌투성이 길에 무릎이 시큰거린다. 영실휴게소에 도착하니 2시 30분이다.
‘대장금’촬영지, 외돌개한라산에 오른 뒤 원래의 계획을 변경시켜 마라도에 가 보기로 했으나 오후 4시가 다 된 시각, 마라도 여객터미널에 도착했지만 지금 들어가면 오늘 중으로 나올 수 없다 해서 돌아오는 길, 가까운 하모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나무그늘에 앉아 아침에 남은 밥과 라면을 끓여 간단하게 점심 겸 저녁을 먹는다. 우린 여행지에서도 경비를 줄이기 위해 준비해 온 간단한 찬거리와 쌀, 코펠을 가지고 다니며 대부분 이렇게 직접 밥을 해 먹는다.

▲하모해수욕장 은빛 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해변...여기서 늦은 점심을 먹고...망중한~
이명화
바다 빛이 얼마나 길고 아름다운지 옥색과 푸른색…. 여러 가지 색깔을 담고 있다. 모래사장 근처 바닷물은 은빛 가루를 가득 뿌려놓은 듯 눈부시게 반짝이며 모래사장을 핥고 있다. 낡은 집들과 대조를 이루고 있는 은빛 해변에서 1시간하고도 30분을 더 앉아 있다가 출발한다. 원래 계획은 동쪽으로 가는 여행 계획이었는데 마라도에 간다고 이쪽으로 온 것이다.

▲외돌개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 외돌개...이곳은 티비 인기드라마 '대장금'촬영지이기도 했다...
이명화
늦은 감이 있지만 일단 가보자. 해안 길 따라 달린다. 오후 늦게 도착한 외돌개에는 여행객들이 제법 있다. 해가 지고 있다. 외돌개는 2003년 최고의 시청률을 올린 TV드라마 <대장금> 촬영지이다. 외돌개는 10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인하여 생긴 바위섬으로 바다 한복판에 외롭게 솟아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외돌개 해안산책로에는 이 저녁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을 본다.
하루가 저문다. 저녁 8시 더풍성한교회 수요예배에 참석한다. 얼마 안 되는 성도들과 학생들, 모두 표정이 밝다. 만나는 사람마다 아주 반가운 얼굴로 처음 보는 우리에게 상쾌한 얼굴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한다. 구김살이 하나 없는 밝은 얼굴들, 제주도의 낮은 돌담만큼이나 마음이 트여 있다. 참 인상적이다. 모두가 한 가족 같은 참 좋은 교회이다.
오늘 하루도 제주도 여행, 그 새로운 경험으로 꽉 찬 하루였던 것 같다.
여행수첩: 한라산 영실코스: 영실휴게소(1,280미터, 10:30)-노루샘(12:40)-윗세오름 대피소(12:50)-하산(1:10)-영실휴게소(2:30)-총 산행시간 4시간*오늘: 어승생악-영실등산로 산행-해수욕장-외돌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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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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