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소상히 알아야 인간을 옳게 사랑할 수 있다

[서평]2007 아마존 베스트북 <미친별아래집>

등록 2008.09.11 16:01수정 2008.09.1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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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 어두운 과거를 소상히 알아야 인간을 옳게 사랑할 수 있다.

어두운 과거를 소상히 알아야 인간을 옳게 사랑할 수 있다. ⓒ 미래인

▲ 책 어두운 과거를 소상히 알아야 인간을 옳게 사랑할 수 있다. ⓒ 미래인

홀로코스트는 세상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참사입니다. 불과 70년 전에 있었던 인류가 만든 지옥, 우리 안에 있는 어두운 본능을 믿고 싶지 않은 이들도 있을 겁니다. 지금 잘 먹고 잘 사는데 왜 굳이 ‘과거’를 들쑤셔서 귀찮게 하냐고 말입니다. 

 

‘과거에 대해 눈을 감는 자는 결국 현재에도 눈먼 자가 되는 것’이라는 말은 유대인이나 전쟁 피해자가 한 얘기가 아닙니다.

 

진정한 용서를 통해 화합을 원하는 독일의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독일 대통령의 국회연설문입니다. 과거를 모르기에 다른 모습의 홀로코스트는 오늘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세르비아에서, 르완다에서, 이라크에서, 관타나모에서, 그리고 한국 이곳저곳에서. 

 

<미친 별 아래 집>(2008, 미래인) 칭찬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아마존 best book of 2007을 받았고 2008 오리온북 어워드를 수상했습니다. 뛰어난 작가이자 박물학자인 다이앤 애커먼이 다큐멘터리와 소설 형식을 섞어서 재현한 역사 논픽션입니다. 세계 2차 대전 당시의 폴란드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경계 없는 글쓰기’로 교훈과 재미를 함께 줍니다. 

 

주인공 얀과 안토니나 자빈스키 부부는 폴란드인으로서 기독교도였고, 동물들을 보살피는 동물원 사육사였습니다. 이들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의 끔찍한 인종말살정책에 충격을 받아 위험을 무릅쓰고 300명이 넘는 인명을 구합니다.

 

지은이는 안토니나의 일기와 여러 가지 자료를 토대로 ‘동물원장의 아내’로서 가족과 동물, ‘손님’들을 돌보는 안토니나의 당시 생활을 꼼꼼하게 표현합니다. 

 

그들이 ‘손님’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비밀리에 활동하는 지하운동조직원과 유대인 도망자였습니다. 특히 유대인 중 상당수는 얀이 바르샤바 게토에서 직접 빼내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얀이 게토에서 유대인을 빼오는 장면들은 정말 긴장하게 됩니다. 유대인을 숨겨주는 것은 물론 이를 알면서 신고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사형에 처해지는 상황에서 벌인 일입니다. 과연 나라면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요? 되묻게 됩니다. 

 

‘경계 없는 글쓰기’라 하는 게 폴란드 저항운동과 게토 이야기만 나오는 게 아닙니다. 동물원에서 살다보니 여러 독특한 동물들이 등장하여 웃음을 지어 냅니다. 두 주인공의 아들 리시가 동물들과 어울리는 장면이나 동물들의 감성에 반응하는 안토니나의 모습은 감동을 줍니다. 이러한 상황들은 독일의 폭격과 전쟁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만행과 비교가 되며 사람에 대한 희망을 전합니다. 

 

지하운동조직원들은 동물원을 암호명으로 ‘미친 별 아래 집’이라고 불렀습니다. 괴상한 사람들과 동물들이 뒤범벅 되어 요행이 들키지 않고 살아가는 이상한 곳이라는 의미였습니다. 그들이 살았던 ‘미친 별’, 지금 우리는 다른 별에서 살고 있는지요? 이 별은 그동안 얼마나 달라졌는지요? 책을 덮으며 세상을 둘러보게 됩니다.

2008.09.11 16:01ⓒ 2008 OhmyNews

미친 별 아래 집 - 어느 동물원장 부부의 은밀한 전쟁 이야기

다이앤 애커먼 지음, 강혜정 옮김,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2008


#미친별아래집 #홀로코스트 #히틀러 #나치 #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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