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한자말 털기 (49) 계속

[우리 말에 마음쓰기 427] '계속 하고', '계속 읽지', '계속 있었나요' 다듬기

등록 2008.09.20 15:12수정 2008.09.2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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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계속 하고 싶으세요

 

.. 이 일 계속 하고 싶으세요? ..  <부서진 미래>(삶이보이는창, 2006) 31쪽

 

한 가지 일을 그치지 않고 죽 이어가는 일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일에는 마음을 쓰지 않고 한 가지 일만 하기란 퍽 수월하기도 해요. 빨래 걱정, 치우는 걱정, 설거지 걱정, 밥하는 걱정 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어느 바깥일 하나에만 마음을 쓴다고 생각해 봐요. 얼마나 수월하고 가뿐할까요.

 

 ┌ 계속(戒屬) : 타이르는 일

 ├ 계속(繫束) = 기속(羈束)

 ├ 계속(繫屬/係屬)

 │  (1) 소속하여 매임

 │  (2) 남의 관리를 받음

 ├ 계속(繼續)

 │  (1) 끊이지 않고 이어 나감

 │  (2) 끊어졌던 행위나 상태를 다시 이어 나감

 │   - 오늘 강의는 지난 강의의 계속이다

 │  (3) 끊이지 않고 잇따라

 │   - 계속 쏟아지는 폭우 / 재판은 열흘 동안 계속 열렸다 /

 │     인구가 계속 감소되는 추세에 있다

 │

 ├ 계속 하고 싶으세요?

 │→ 앞으로도 하고 싶으세요?

 │→ 꾸준히 하고 싶으세요?

 │→ 언제까지나 하고 싶으세요?

 └ …

 

끊이지 않고 어느 일을 하는 모습을 놓고 ‘꾸준하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끊임없이’나 ‘그치지 않고’라 가리킬 수 있고 ‘곧게’나 ‘그대로’로 담아내도 됩니다. ‘거침없이-막힘없이-술술’를 때에 따라 넣어 보아도 어울립니다.

 

국어사전 보기글로 나오는 “지난 강의의 계속이다”는 “지난 강의와 이어진다”라 다듬습니다. “계속 쏟아지는 폭우”는 “쉼없이 쏟아지는 세찬 비”로 다듬어 줍니다. “재판은 열흘 동안 계속 열렸다”라면 “재판은 열흘 동안 열렸다”로 풀어내거나 “재판은 열흘 동안 잇달아 열렸다”로 담아냅니다. “인구가 계속 감소되는 추세에 있다”는 “인구가 나날이 줄어둘고 있다”로 걸러냅니다.

 

그냥저냥 쓸 수 있는 ‘계속’이라고 여기며 그대로 두고픈 분들이 제법 많으리라 봅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때와 곳에 걸맞게 털어내는 분들도 적잖이 있으리라 봅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고, 마음쓰기에 따라 다르며, 몸소 움직이기에 따라 다릅니다.

 

ㄴ. 계속 책을 읽지 않았다

 

.. 엄마는 계속 린드그렌 선생님 책을 읽지 않았다 ..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유은실, 창비, 2005) 30쪽

 

자기는 책을 안 읽으면서 아이들한테만 책을 읽으라는 어버이가 많습니다. 자기는 예절을 조금도 안 지키면서 아이들한테만 예절 타령을 하는 어버이가 많습니다. 새치기 잘하고 쓰레기 아무 데나 버리면서 아이들한테는 ‘착하게’ 살라고 입만 나불거리는 어버이는 또 얼마나 많은지요. 이 나라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나날이 마음이 병들고 몸가짐이 나빠지는 탓은 누구보다도 어버이들, 이 나라 아버지와 어머니들한테 돌려야 한다고 느낍니다.

 

 ┌ 엄마는 계속 책을 읽지 않았다

 │

 │→ 엄마는 그 뒤로도 책을 읽지 않았다

 │→ 엄마는 그때나 이제나 책을 읽지 않았다

 └ …

 

이 자리에 쓰인 ‘계속’은 ‘지난 어느 한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줄곧’을 뜻하는군요. 이런 뜻으로 ‘계속’을 쓸 수도 있지만, ‘그 뒤로도’를 넣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그 뒤로 줄곧’이나 ‘그 뒤로 한결같이’처럼 꾸밈말을 뒤에 붙여도 잘 어울립니다.

 

ㄷ. 계속 이 자리에 있었나요

 

.. 이 나무는 계속 이 자리에 있었나요? ..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이세 히데코/김정화 옮김, 청어람미디어, 2007) 41쪽

 

언제나 한 자리에 있는다면 한결같이 있는 셈입니다. 한결같이 있는 사람은 달라지거나 바뀌는 일이 없이 있는 셈입니다. 달라지거나 바뀌지 않으니 자기 몸이며 마음이며 튼튼하게 추스를 수 있을까요.

 

 ┌ 계속 이 자리에 있었나요

 │

 │→ 줄곧 이 자리에 있었나요

 │→ 늘 이 자리에 있었나요

 │→ 죽 이 자리에 있었나요

 └ …

 

꼭 한 자리에 있는다고 더 우람하거나 훌륭하거나 반갑지는 않습니다. 우리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부지런히 옮겨다니면서 애쓰고 어깨동무하고 힘쓸 수 있어요. 한편으로는 비바람이 몰아치건 눈보라가 몰아치건 흔들림이 없이 제자리를 지킬 수 있는 한편, 따순 바람이 분다고 해서 그곳으로 이끌려 가지 않고 다소곳하게 제자리를 껴안을 수 있어요.

 

도움이 된다고 해서 꼭 그리로 가지 않고 도움이 안 된다고 해서 꼭 그곳을 떠나지 않는, 이런 한결같은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보아 주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알아주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하는 일을 꾸밈과 거짓과 허튼 욕심이 없이 가꾸어 갈 수 있다면, 그 모습 그대로 서로한테 좋을 수 있다고 느껴요. 우리가 날마다 쓰는 말 한 마디와 두 마디부터.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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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0 15:12ⓒ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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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말 #한자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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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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