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간은 살아있다

[새책] <시각문화교육관점에서 쓴 미술교과서>

등록 2008.09.22 10:43수정 2008.09.2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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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시각문화교육관점에서 쓴 미술교과서

시각문화교육관점에서 쓴 미술교과서 ⓒ 휴머니스트 출판사


지금도 다를 바 없지만 한 때 '학교는 죽었다'라는 말이 떠돌았다. 제도교육이 체제유지에 매달리면서 인간교육, 민주시민교육을 외면하면서 받은 은유였다. 정치의 변화와 함께 대안 교육운동이 일어나고 그 성과는 일부 다양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미술교육도 오랫동안 기능과 형식주의에 집착하면서 예술로써 궁극적인 교육 목표를 잃고 모순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이를 건져내고 살려내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1990년 기능 중심의 미술교육에 문제를 인식한 현장 미술교사들이 ‘삶을 위한 미술교육’을 걸고 '전국미술교과모임'을 발족시켰다. 이들은 지금까지 <신나는 미술시간>회지를 정기적으로 발간하면서 살아있는 미술수업을 실천해오고 있다. 이들은 감동과 행복이 숨쉬는 살아있는 수업사례들을 회지에 담고 연수를 통해 발표, 토론, 분석, 평가, 검증을 하며 확산 시켜왔다. 그리고 한편, 미술시험 때만 잠깐 들추는교과서가 아닌 실제로 수업전반에 운용될 수 있는 살아있는 미술교육철학과 이를 교과서에 담는 일을 모색해왔다.


2002년이었다. 세계화, 교육시장화, 경쟁이 들먹였다. 알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미술교육이 위기다. 미술교육은 필요한가? 무엇이 문제인가?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전국미술교과모임과 문화연대 시각문화분과위원회 소속 평론가, 미학자, 교수 등과  미술교육을 위한 대응과  대안미술교과서를 위한 공동연구를 하게 되었다.

전미교와 문화연대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주관한 주제발표와 토론회는 수십여 차례에 이른다.그리고 6년 세월이 흘렀다. 그 결과 '시각문화교육관점에서 쓴 미술교과서'(휴머니스트 출판사)가 빛을 보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미술교육문제를 '시대와 사회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심미주의와 기능주의에 집착함으로써 예술교육으로써 할 일을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대안으로 세가지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단순한 시각체험을 넘어 모든 감각을 살려 자연과 더불어 자유로운 삶에 가치를 느끼도록 한다. 둘째, 시각이미지들의 다양한 표현과 이해를 통해 소통능력을 높이려 한다. 세째, 시각이미지들이 생산, 유통, 소비되는 맥락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이 밖에 기존 미술교과서에서 볼 수 없는 두드러진 관점은 분류법이다. 다소 생소하고 어려운 듯 보일지 모르지만 '체험, 소통, 이해'로 접근하는 시각문화교육이다. 핵심은 삶을 중심으로 놓고 있다. 삶은 살았있는 공간이며 3차원이다. 그 속에 시각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넓고, 높고, 깊다. 시각문화를 자연과 더불어 살아 있는 생명체로 보고 그 구조를 체험, 소통, 이해로 만져보고 꼬집어 보고 껴안아 보려고한다. 이 세가지 구성요소는 각각의 위치에서 보다 섬세한 '체험, 소통, 이해'를 꿈꾼다. 이를 다시 종횡으로 나누면서 입체 구조속에 자리잡게 된다. 이것은 기존 회화, 조각, 디자인, 감상 따위의 장르 중심의 형식과  평면적인 관점에서 나누던 공허함을 깨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다.

뒷담화로 이책의 집필과정을 놓칠 수 없다. 오랜 시간 만큼 수많은 전문가들이 논의와 토론 지키고, 너무 힘들어 나가기도 하고 새로 들어오기도 했다. 초중등술교사, 미술대학교수, 미학, 평론가, 미술교육관련 활동가 등이 책임연구, 수업연구, 공동연구를 분담하고 독특한 연구과정을 펼쳐왔다. 경험적인 방식과 연역적인 방식을 넘나들면서 은유와 잡담 등 독특한 사고와 교정, 편집 과정을 거쳐서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문제는 교과서다. 교과서는 수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미술교사들이 미술교육 현장에서 학생들과 더불어 수업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데 촛점이 마추어져 있다. 과연 그럴까? 좋은 시나리오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살아 숨쉬는 교육 현장은 교사와 학생이 순간순간 주도하는 분위기에 좌우된다. 교과서는 교과서일 뿐 수업에 영혼을 불어 넣는 힘은 결국 교사의 교육철학과 사랑이요, 학생의 흥미와 동기유발이요, 교사, 학생, 학부모를 위한 교육정책이 뒷받침 될 때 가능한 일이다.

최근에는 신자유정책에 따라서 수업시수가 줄고 선택교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현재, 미술교육은 공교육에서 다른 예술교과와 함께 사느냐 죽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미술교과의 평가 방법이 다른 교과와 달리 성적에 반영하지 않는 서술형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평가방법의 옳고 그름에 앞서 입시위주의 교육 풍토에서 미술교과의 숨통을 막는 일이라는 것은 학생들이 먼저 알고 있다.


이런한 교육 현실에서 이 책의 생명력이 어느정도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미술수업은 죽지않는다는 확신과 희망은 짙은 감동으로 담겨있다. 이 감동이 풍전등화일지 아니면 들불 같은 마음으로 번질지는 교사, 학생, 학부모가 판단할 몫이다. 가격은 2만 원 일반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가능하다.

시각문화교육 관점에서 쓴 미술교과서

전국미술교과모임.문화연대 지음,
휴머니스트, 2008


#시각문화교육 #미술교과서 #전미교 #문화연대 #신나는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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