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점검하고 한계주식은 '손절매'하라

단기 충격 불가피... 유럽·남미 주식도 와르르

등록 2008.09.30 09:25수정 2008.09.30 09:25
0
원고료로 응원

블랙 먼데이였다. 모든 사람들이 쇼크를 받았다. '2008 긴급경제안정법'(EESA)에 따라 월가에 7천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의 구제금융법안이 미 하원에서 부결됨으로써 미국 증시가 사상 최대의 하락을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777P(6.97%) 내린 1만365P로 마감을 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99P(9.14%) 내린 1983P를 기록해 2000선이 무너졌다. 대형주 위주의 S&P 500지수는 106P(8.79%) 하락한 1106P를 나타냈다.

 

유럽·남미 주식시장도 폭락

 

지금의 하락폭은 지난 1987년 10월 19일 블랙먼데이 때의 508p, 9·11테러 이후 2001년 9월 17일 기록했던 684P의 하락폭을 능가한 것이다. 이날 폭락으로 다우지수 기준으로 1조2000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S&P500 지수 기준으로도 7천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날아갔다

 

마음 편안하게 기대고 있던 벽이 무너져 버린 형국이다. 증시 폭락은 7천억 달러라는 구제금융법안이 부결되면서 시장의 신뢰가 떨어져 불확실성과 불안이 가중되면서 투매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안전자산의 선호 현상으로 채권 금리가 급등을 하고 있다. 이른 시일 안에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시장은 더욱 악화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시뿐 아니라 유럽 증시도 폭락했다. 영국 증시는 브래드포드앤빙글리의 국유화 발표에 금융주가 폭락하면서 FTSE100지수가 5.3% 하락했고, 프랑스 CAC40지수는 4.5%, 독일 DAX지수는 4.1% 하락했다. 남미증시도 미국의 구제금융법안이 부결되자 폭락했다. 브라질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는 장중 12% 폭락해 잠시 거래가 중단되는 우여곡절 끝에 9.4%폭락했다. 멕시코 볼사 지수는 6.4%급락했다.

 

미 하원은 구제금융 법안을 놓고 실시한 표결에서 찬성 205표 반대 228표로 법안을 부결시켜 그동안 기대했던 많은 시장 참가자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민주당 의원들은 140명이 찬성표를 던지고 95명이 반대했고 정부안에 반발해 온 공화당 의원들은 65명만이 찬성표를 던졌고 3분의 2인 133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미 증시는 투표하기 전 하원을 통과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으로 한 때 700P 떨어졌다가 법안통과가 부결된 뒤 낙폭을 줄이기도 했으나 장마감을 향해가면서 다시 낙폭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는 현재의 상황에서 동원 가능한 모든 자금을 동원하여 위기를 수습해야 한다. 당초 부시 행정부는 이날 하원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고 다음달 1일 상원 표결을 거쳐 법안이 승인되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금융권에 구제금융을 투입할 예정이었다.

 

<뉴욕타임즈>는 새로운 구제금융법안이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마련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CNBC는 의회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새로운 구제금융법안이 아무리 일러도 목요일 전에는 처리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민주·공화 양당이 금융위기의 심각성을 모두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르면 주 후반쯤 재합의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소한 1주일 정도는 소요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에 패닉 상태에 빠져드는 시장을 미 정부가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융시장에 돈이 돌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 채권까지 매수해서 시장을 정상화하려 했던 미 정부는 이제 악성 종양을 터트리고 그래도 살아남을 수 있는 대형 금융기관만이라도 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미국의 정치도 동네정치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퇴임을 4개월 앞둔 부시 행정부의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여당인 공화당이 상당수 반대표을 던졌고 다수당인 민주당 지도부도 소속 의원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지도력에 한계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에서도 경제가 핵심 쟁점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계기업주식 보유했다면 손절매해서 차후 대비

 

국내 증시도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지난 금요일에 이어 29일 또한 장중 40p가 넘는 변동성을 보이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전주곡이었는지도 모른다. 구제금융법안의 통과를 기대하면서 그동안의 낙폭을 만회하는 시점에서 터진 부결이라는 소식과 폭락 소식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장중 저점인 1366p을 지켜줄지 관심사다.

 

한편으로는 미국발 금융악재가 국내의 경제기반과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낙폭이 제한적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글로벌 경기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한국으로서는 일단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점진적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으나 갑작스런 폭락 소식에 투자심리의 회복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 저점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으나 기술적인 접근으로 판단하기엔 심리 요인이 너무 크다고 볼 수 있다. 전적으로 미국이 새로운 구제금융법안을 이른 시일내에 만들어서 자금을 투입하거나 인플레이션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하고 금리를 인하하는 조치를 취해야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1500p가 구제금융법안의 기대감과 낙폭의 과대에 따른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의 일시적인 반등장세)의 고점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떨어지더라도 지난번 저점을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를 했으나 갑작스러운 미국발 악재로 이제는 박스권 하단을 한단계 하향 조정하고 그 조정 기간 또한 길어질 것으로 내다봐야 한다. 전 저점에 대한 기대보다는 1300p를 심리적인 1차 지지선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중 국제수지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47억 1000만 달러 적자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월 단위로 가장 큰 적자를 나타냈다. 올 들어 8개월간 집계된 경상수지 적자만 126억 달러에 달한다.

 

이렇게 경제기반과 기업 실적이 하향 조정되는 등 하반기로 가면 갈수록 악화되는 한국경제에 이번 구제금융법안의 부결은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불안을 떨치지 못한 시점에서 돌발 악재로 인해 시장의 투자심리는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너무 시장의 상황에 휩쓸리기보다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보고 경제기반에 큰 변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냉정한 판단을 해야할 것이다. 다만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 주식이 한계기업군에 속해 있다면 과감하게 손절매라도 해서 차후를 대비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멜라민 파문 확산과 종부세 비판 여론 등으로 사회가 불안한 가운데 미국발 돌발악재가 국민들의 불안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다각적인 안정화 대책 또한 필요하다. 바닥이라고 말하면 그 밑에 지하실이 있다는 말이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지하실에서 빠져 나오려면 상당한 힘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2008.09.30 09:25 ⓒ 2008 OhmyNews
#증시전망 #구제금융법안 #패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군산 갯벌에서 '국외 반출 금지' 식물 발견... 탄성이 나왔다
  2. 2 20년만에 포옹한 부하 해병 "박정훈 대령, 부당한 지시 없던 상관"
  3. 3 남자의 3분의1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고?
  4. 4 광주 찾는 합천 사람들 "전두환 공원, 국민이 거부권 행사해달라"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두려움에 떨고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