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시공간을 재구성하여 보여주다

[리뷰] 난다 사진전 '모던걸의 경성 순례기'

등록 2008.10.05 18:51수정 2008.10.0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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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만나면서부터 작품의 제작과정과 사진미학의 기본적인 개념에 큰 변화가 왔다. 전통적인 아날로그 사진은 사진가가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이나 현실에서 발생한 특정한 사건들 중에서 작가 자신의 감성과 교감하는 사물이나 사건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서 암실작업을 통하여 시각화한 최종 결과물이다. 즉 아날로그 사진은 현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사진은 현실에서 특정한 사물과 사건을 카메라 앵글에 담은 이후에 디지털프로그램에서 재구성하기도 하지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도 창조하기도하고 디지털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현실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재구성하여 새로운 내러티브를 창조하기도 한다. 사진이 '현실의 거울'이라는 전통적인 미학적 관념과는 그 거리가 한참 멀어진 최종 결과물이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최근 현대사진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애매모호해지고 다른 시각예술과의 구분도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디지털 사진을 제작하는 표현방식과 작가의 작품제작태도는 소설가 소설을 쓰거나 영화감독이 영화를 제작하는 태도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작가가 명확한 컨셉트를 바탕으로 내러티브를 창조한 결과물이 디지털시대의 사진작품인 것이다. 디지털 사진작품의 내부를 살펴보면 현실을 재료로 하여 작가가 자신의 미적감수성과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개입 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작가 매기 테일러와 다니엘 리의 작품에서 그것이 잘 드러나고 있다. 현대미술의 여러 표현매체 중에 하나가 사진이다. 사진은 예술가가 자신의 표현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도구인 것이다. 그러므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한 사진작품제작 방식의 변화가 사진의 기본적인 개념과 미학에 변화를 가져왔지만, 전통적인 사진제작방식을 고수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제작방식을 수용하느냐는 작가의 주관에 의해서 선택해야하는 표현방식 일뿐이다. 디지털사진의 특성 자체가 현대성이다.

 난다_촬리씨의 호객행위_디지털 프린트_110×110cm_2008
난다_촬리씨의 호객행위_디지털 프린트_110×110cm_2008 난다

이번에 인사동에 있는 가나아트 스페이스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한 젊은 작가 난다도 전통적인 모더니즘 사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사진 찍기를 하고 있다. 작가는 그 동안 영화 촬영 세트장에서 작가 자신이 특정한 행위를 연출하고서 디지털프로그램에서 마치 소설가가 소설을 쓰듯이 특정한 컨셉트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여 새로운 내러티브를 창조한 디지털영상이미지를 발표하였다.

이번에도 그 연장선상에서 일제 강점기에 서양문화가 인위적으로 수용되든 시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세트장에서 마치 영화배우나 뮤지컬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것과 같이 특정한 행위를 펼쳐 보이는 작가 자신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이후에 디지털프로그램에서 재구성하여 특정한 시대의 문화를 풍자하는 최종 결과물을 생산하였다.

 난다_녹색이 좋아요_디지털 프린트_110×110cm_2008
난다_녹색이 좋아요_디지털 프린트_110×110cm_2008 난다

 난다_무랑루즈2_디지털 프린트_110×110cm_2008
난다_무랑루즈2_디지털 프린트_110×110cm_2008 난다

작품 한 장 한 장을 살펴보면 난다는 자기 자신을 구한말 개화기나 일본식민지시절 개화한 신식여성의 패션으로 자신을 꾸미고서는 조금은 유치하고 과장되게 느껴지는 포즈를 취하는 스스로를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는 디지털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자기 자신을 여러 번 복제하여 마치 수십 명의 쌍둥이가 모두 똑같은 행위를 하는 것 같이 보이는 최종 이미지를 생성하여 보여준다. 그 결과 현실과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새로운 현실이 창조되어 작가의 미적인 감수성과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다. 작품의 배경과 작가의 행위가 유효적절하게 조화된 결과이다.


 난다_위장된 풍경_디지털 프린트_110×195.8cm_2008
난다_위장된 풍경_디지털 프린트_110×195.8cm_2008 난다

 난다_여우털군단_디지털 프린트_100×222cm_2008
난다_여우털군단_디지털 프린트_100×222cm_2008 난다

우리나라의 근대화는 주체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서구 제국주의 국가와 일본제국주의자들에 의해서 강제로 진행되었다. 그래서 비판적인 태도로 선별하여 서구의 문화를 수용한 것이 아니라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어 그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성숙한 문화를 만들어나가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번에 난다가 전시하는 작품들은 그러한 우리사회의 근대화과정의 특정한 단면을 인위적으로 과장하고 가공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관람객들은 동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지난 근현대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시간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는 점도 있다.

 난다_콩다방_디지털 프린트_80×100cm_2008
난다_콩다방_디지털 프린트_80×100cm_2008 난다

작가는 자신의 주제를 명료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주제와 부합되는 공간을 선택하고 그곳에서 스스로 특정한 행위를 하면서 사진을 찍은 이후에 디지털 프로그램에서 적극적으로 내러티브를 창조하여 강렬한 느낌의 최종 결과물을 생산 하였다.


그런데 일부 작품은 작품 속의 작가가 행한 포즈가 지나치게 요란하고 유치하여 오히려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작품의 외형에 치중하기 보다는 좀 더 밀도 있는 콘티와 그에 따른 연출이 필요했든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전시회는 성공적이다. 그것은 작가가 작업을 하는 매우 진지한 태도와 동 시대의 문화와 역사를 바라보는 인문학적인 소양이 최종 결과물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즉 작가적 고뇌가 관람객들을 감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세련되고 성숙한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2008_1001 ▶ 2008_1007
가나아트 스페이스_GANA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3층
Tel. +82.2.734.1333


덧붙이는 글 2008_1001 ▶ 2008_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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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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