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기봉이' 어머니께 큰절하는 우리 아들

잊지 않고 기억하시고 무척 반가워하시는 기봉 어머니

등록 2008.10.07 10:13수정 2008.10.07 10:13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개천절, 주말연휴를 이용해 영화 <맨발의 기봉이> 실제 주인공인 충남 서산 엄기봉씨 고향 집에 다녀왔습니다. 아들과 함께 찾았는데요 일년에 두 번 정도 기봉씨 고향집을 방문합니다. 그곳엔 기봉씨 어머니인 김동순 할머니(84세)가 계시기 때문입니다.

 

기봉씨 새집을 찾은 이날 기봉씨 어머니께서는 한참을 들여다 보시고는,

 

“아이구, 오셨슈. 반갑네.” 하셨습니다. 아주 가끔 들르는데도 다 기억하고 계시는겁니다.

"그런데, 아기 엄마는 왜 안왔슈?"

"네, 젖먹이가 있어 오늘은 큰녀석하고 왔어요."

 

집터, 텃밭 내준 독지가 바로 윗집으로 이사, 이웃 생겨

 

그런데 반가운 소식이 있더군요. 전에 기봉씨 새집 지을 때 집터와 밭농사 지을 수 있게 텃 밭을 내준 독지가 분 있지 않습니까? 그 분이 기봉씨 새집 바로 위로 이사를 오셨더군요. 직선 거리로 100미터 정도 되는데요.

 

아주 가까운 곳에 이웃이 생긴 것입니다. 물론 그 독지가분은 서울에 사셔서 주말이나 시간 있을 때 종종 내려온다고 합니다. 제가 찾은 그날도 연휴라 마침 고마운 독지가분이 내려오셔서 기봉씨 어머니가 그 일행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더군요.

 

올해 여든 넷의 기봉씨 어머니, 건강상태는 아주 좋아보였습니다. 여전히 귀가 잘 안들려 대화하기가 무척 힘들긴 했지만요. 엄청 큰소리로 이야기해야 겨우 대화가 됩니다. 우리 아들녀석을 알아보시고는 “아이구, 이렇게 많이 컸네.”하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흐뭇해하시며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아이에게 챙겨주시는 할머니 모습 보면서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우리 아들 보면서 아마 기봉씨가 많이 생각나셨던 모양입니다. 자녀가 어떻게 되냐고 자꾸 물으셔서 "아들만 둘이에요" 했더니 아주 잘했다고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그저 우리아이 들여다보고 까부는 모습을 들여다보시며 흐뭇해하시는 기봉씨 어머니를 보면서 참 잘 찾아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어머니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외로움이니까요.

 

발길을 돌리면서 아들 녀석이 손을 흔들자 기봉씨 어머니는 정말 눈물을 글썽거리셨습니다. 사람이 그립고 아들이 그립고, 아마 그러하겠지요.

 

발길을 돌리기전 언젠가는 돌아올 기봉씨를 위해 비워둔 방을 살펴 봤습니다. 기봉씨가 최근까지 마라톤을 열심히 하고 있더군요. 올봄에 촬영한 마라톤 사진들과 완주패가 보였습니다. 그런데 기봉씨 어머니는 자신의 배를 손으로 가리키며 아들 건강이 좋지 않다며 그 ‘뜀박질’ 그만 했으면 하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래도 어쩝니까? 뛰어야 사는 착하고 순수한 8살 남자가 바로 맨발의 기봉씨 아닙니까?

 

그나저나 곧 쌀쌀한 바람 불고 겨울이 될텐데, 언제쯤 아들과 함께 따듯한 겨울을 맞이하고 포근한 봄바람을 저 코스코스가 가득한 집앞에서 함께 할 수 있을까요.

 

 코스모스가 한창인 기봉씨 고향 새집앞 전경
코스모스가 한창인 기봉씨 고향 새집앞 전경윤태
코스모스가 한창인 기봉씨 고향 새집앞 전경 ⓒ 윤태

 없던 텔레비전도 생겼습니다. 아들 보고 싶으면 벽에 걸린 액자 사진으로...
없던 텔레비전도 생겼습니다. 아들 보고 싶으면 벽에 걸린 액자 사진으로...윤태
없던 텔레비전도 생겼습니다. 아들 보고 싶으면 벽에 걸린 액자 사진으로... ⓒ 윤태

 아들 새롬이의 재롱에 마냥 즐거워하시는 기봉 어머니.
아들 새롬이의 재롱에 마냥 즐거워하시는 기봉 어머니.윤태
아들 새롬이의 재롱에 마냥 즐거워하시는 기봉 어머니. ⓒ 윤태

 큰절을 올리고 있습니다.
큰절을 올리고 있습니다.윤태
큰절을 올리고 있습니다. ⓒ 윤태

 귀엽다며 등을 토닥거려 주십니다. 음료수와 과자를 내오셨습니다.
귀엽다며 등을 토닥거려 주십니다. 음료수와 과자를 내오셨습니다.윤태
귀엽다며 등을 토닥거려 주십니다. 음료수와 과자를 내오셨습니다. ⓒ 윤태

 헤어지는 이 순간, 기봉씨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또 오라고 하면서 말이죠.
헤어지는 이 순간, 기봉씨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또 오라고 하면서 말이죠.윤태
헤어지는 이 순간, 기봉씨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또 오라고 하면서 말이죠. ⓒ 윤태

덧붙이는 글 | 티스토리 블로그에 있습니다. 

2008.10.07 10:13ⓒ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티스토리 블로그에 있습니다. 
#기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4. 4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5. 5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