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인정한 직지와 한글 우리도 사랑하자

등록 2008.10.08 18:23수정 2008.10.0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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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상 수여식 2007년 청주에서 거행된 유네스코 직지상 수여식에서 청주시장이 그해 수상자인 체코 국립도서관 담당자에게 직지상을 수여하고 있으며 옆에는 유네스코의 담당관이 함께 서 있다. ⓒ 구은희


외국인이 떠올리는 한국의 이미지

외국인들에게 ‘한국’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부지런한 사람들’이라거나 ‘정이 많은 사람들’ 등의 긍정적인 답변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국 전쟁’이나 ‘입양’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미국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국’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반가워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6.25 한국 전쟁에 참가했던 유엔군이었다거나 친척 중에 한국 아이를 입양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다행히 요즘에는 한류의 영향으로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 제목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한국 연예인의 이름을 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학교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본교의 학생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글’과 ‘직지’를 떠올릴 것이다. 한국어를 전혀 배운 적 없는 학생들은 처음 본교를 찾은 뒤 한국어 기초1반 첫 시간에 ‘한글’에 관한 영상을 보고, 두 번째 시간에는 ‘직지’에 관한 영상을 본다. 이 둘의 공통점은 바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고, 각각의 이름으로 유네스코에서 ‘세종대왕상’, ‘직지상’을 수여한다는 점이다.

세계인도 인정한 한글의 우수성

‘한글’에 관한 영상을 본 학생들은 대부분 그 독창성과 과학성, 논리성에 놀람을 금치 못한다. 특히 그 영상을 보고 적어온 감상문에서는 한글 자모의 창제 원리가 얼마나 과학적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곤 한다.

‘ㄱ’의 음가를 발음할 때의 구강 구조를 본떠 ‘ㄱ’이라는 글자를 만들어냈고 ‘ㄴ’의 음가를 발음할 때의 혀의 모양을 본떠 ‘ㄴ’의 모양을 생각해낸 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도 감히 따라가기 힘든 발상이다. 또한, 기본 글자에 획을 하나 더 하여 격음을 만들어내고 복모음을 만들어내는 원리로 인해 학생들은 쉽게 한글 자모를 익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주에 보는 ‘직지’ 영상은 다시 한 번 외국 학생들로 하여금 한국문화의 우수성에 탄복하게 한다.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가 한국에 있지 않고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으며 맘대로 볼 수도 없다는 내용을 접한 후에는 ‘왜 한국 정부에서는 가만이 있느냐?’, ‘직지는 한국 것인데 당연히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면서 흥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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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홍보 영상을 보고난 어드로이트 칼리지 학생들 두 번째 시간에 직지 홍보 영상을 보고나서 직지 홍보물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구은희


이 두 보물의 또 다른 공통점은 안타깝게도 한국의 가장 훌륭한 문화 유산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에게는 별로 사랑 받지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글을 가르치다 보면 외국 학생들은 ‘ㅔ,ㅐ’의 차이, ‘왜, 웨, 외’의 차이 등을 구분하려고 노력하는데 반해 한국에 사는 학생들은 점점 복모음을 제대로 발음하지 않고 단순화하여 단모음처럼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귀’라고 해야 하는데 ‘기’라고 하고 ‘쥐’를 ‘지’로 발음하곤 하고 ‘ㅔ’와 ‘ㅐ’의 차이 조차 구분하지 못 하면서 오히려 그 차이를 묻는 외국 학생들에게 두 개의 발음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고 한다.


‘직지’가 발견되기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여겨졌던 쿠텐베르크의 성서의 의미를 중세 유럽에서 근대 유럽으로 옮겨가게 한 점에서 찾는 것을 볼 수 있다. ‘직지’ 또한 한글이 빠른 시간 안에 퍼져 나갈 수 있도록 하였던 매개체의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다. 당시 책을 보지 않았던 상민들이나 여인네 등에게도 한글이 쉽게 전파될 수 있었던 것은 금속활자의 발명으로 인하여 쉽게 책을 인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훌륭한 한글의 발명과 더불어 금속활자의 발명은 우리 나라의 문화적 우수성뿐만 아니라 세계의 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한글과 직지에 대하여 좀 더 관심을 갖고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10월 9일 한글날과 더불어 9월 4일 직지의 날 또한 우리의 후손들이 자랑스럽게 기억할 수 있는 날들이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어드로이트 칼리지는 실리콘밸리 지역에 위치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학교입니다. 더 많은 '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국어 교실 이야기'는 산문집 '한국어 사세요~!'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본 기사는 '조선일보'에도 간략하게 게재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어드로이트 칼리지는 실리콘밸리 지역에 위치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학교입니다. 더 많은 '어드로이트 칼리지 한국어 교실 이야기'는 산문집 '한국어 사세요~!'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본 기사는 '조선일보'에도 간략하게 게재되었습니다.
#한글 #직지 #한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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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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