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을 위한 동화] 팬더는 평화를 꿈꿨다

팬더는 평화의 상징으로서 동물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등록 2008.10.15 10:25수정 2008.10.1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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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습격에 위협을 느낀 숲속 동물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합니다. 촌장인 염소가 그간 피해현황을 설명하고 동물들의 의견을 구합니다.

 

“우리도 이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 우리가 호랑이를 먼저 공격 합시다.”

 

마을에서 다혈질이라고 소문난 황소가 이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흥분된 어조로 불만을 토로합니다.

 

“옳소. 우리가 선봉을 설 테니까 여러분은 우리만 믿고 따라만 와요.”

 

얼룩말이 황소의 의견에 맞장구를 칩니다.

 

“우리 같은 동물들은 가더라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텐데...”

 

토끼가 팬더와 원숭이, 거북이, 다람쥐 등을 보며 사자의 의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그런 나약한 자세부터 고쳐야 해. 마을을 지키는데 조금의 희생은 감수해야지. 벌써부터 뒤로 물러서려고? 그러니까 호랑이가 우릴 우습게보고 자꾸 마을에 나타나는 거야.”

황소가 한심한 눈초리로 토끼를 봅니다.

 

“우리도 나서고 싶지만 너 보다 힘이 없는 걸 어떡해?”

얼마 전에 호랑이에게 친구를 잃고 펑펑 울었던 토끼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습니다.

“아마 나는 함께 가지도 못할 거야. 너희들을 따라 잡을 수도 없을텐데 뭐.”

거북이가 고개를 푹 숙입니다.

 

“그럼 어떡하자고? 우리가 죽든 말든 너희들은 모두 여기 있겠단 말이야?”

황소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며 씩씩 거리며 콧김을 내뿜습니다. 숲속 동물들이 황소의 기세에 잔뜩 주눅이 듭니다.

 

“그게 아니라 내말은 우리가 호랑이를 물리치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는 거지. 사실을 이야기 한 것뿐인데...”

거북이가 황소의 눈치를 보면서도 할 말은 다 합니다.

“말 같지도 않는 소리는 하지를 말어.”

 

얼룩말이 토끼와 거북이를 냉소적인 눈초리로 봅니다. 팬더는 자신과는 상관없는 듯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대나무를 씹으며 얼룩말을 봅니다. 얼룩말이 못마땅한 듯 고개를 돌립니다.

“자! 자! 서로 싸우지 말고 희생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는지 생각해 봅시다.”

염소가 다소 격앙된 분위기를 진정시킵니다.

 

“촌장 어른! 싸우긴 누가 싸워요. 우리가 토끼랑 거북이하고 싸운다는 게 말이 되요?”

황소가 마을 어른인 염소에게까지 화를 내자 영악한 원숭이가 더 이상의 분란을 막기 위해 화제를 바꿉니다.

“그럼 호랑이와 싸우지 않고 원만하게 지내는 방법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동물들이 원숭이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웁니다.

 

“그러니까 내말은 한 마리씩 정기적으로 호랑이에게 제물로 바치면 좋겠다는 거지”

황소와 얼룩말이 원숭이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떡입니다. 동물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합니다.

 

“그건 너무 비윤리적이야. 만약 본인이 제물이 된다고 생각해 봐? 또 어떻게 순서를 정해?”

토끼가 강하게 반발합니다. 동물들이 토끼의 말이 맞다는 듯 또 고개를 끄떡이며 원숭이를 봅니다.

“하나의 의견이잖아. 모두들 왜 그렇게 과민 반응을 해?”

원숭이가 못 마땅해 합니다.

 

“자자 조용히 하고. 이왕 원숭이가 말을 꺼냈으니 방법도 생각했을 거 같은데, 방법도 이야기 해 봐요.”

염소가 원숭이를 진정시킨 뒤 의견을 묻습니다.

“내 말은 모두들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 살기 보다는 호랑이와 계약을 맺고 우리 중 한 마리를 제물로 바치고 편하게 사는 게 좋다는 거지. 희생없이 평화는 있을 수 없다고. 그런데 선정 방법은 잘 모르겠어.”

 

황소가 좋은 생각이 낫는지 얼굴에 화색을 띄며 끼어듭니다.

“숲속 마을에 얼마나 기여 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비중이 있는지 여기 나와서 발표하고 다수결로 제물을 정하자고. 그러면 공평하잖아.”

“황소가 방금 의견을 냈는데 여기 이의 있는 동물 있습니까?”

염소가 동물들을 둘러보며 의견을 구합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는데. 분명 말발 센 동물이 살아남을 건데. 나도 말해 볼까? 아니야 내가 말하면 다른 동물들이 비웃을지도 몰라. 그래. 가만있자 가만있으면 50점이야. 내가 언제부터 나섰다고. 지금껏 안 나서고도 잘 살아왔잖아. 침묵이 제일이야.“

팬더가 입안에 말이 돌다가 그만 체념합니다.

 

“그럼 이견 없는 줄 알고 진행토록 하겠습니다. 다시한번 분명히 이견이 없었고 결정되면 모두들 결과에 승복하기로 동의했습니다. 자 그럼 한 동물씩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누구부터 할까요?”

 

황소가 번쩍 손을 들더니 단상으로 올라갑니다.

“난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이 마을에서 가장 힘이 셉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지요?”

황소가 동물들을 둘러보며 의기양양하게 내려 옵니다. 다음으로 얼룩말이 번개처럼 단상위로 올라갑니다.

 

“보시다시피 난 숲속에서 제일 빠릅니다. 유사시 뒷발치기도 강력하고 그 외에도 많지만 생략하겠습니다.”

얼룩말이 단박에 바닥으로 뛰어 내려옵니다. 토끼가 한 계단씩 사뿐사뿐 올라갑니다.

“난 누구보다 소리를 잘 듣습니다. 솔직히 나의 이 뛰어난 청각 덕분에 호랑이의 기습으로부터 여러분도 많은 도움을 받아 왔습니다. 인정하시죠?”

 

동물들은 너무나도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잘 말했습니다. 이윽고 소심하기로 소문난 다람쥐가 올라갑니다. 팬더는 숲속에서 가장 작고 힘없는 다람쥐가 걱정 되었지만 그것보다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자 더욱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이윽고 다람쥐가 축 처진 어깨로 단상에 힘없이 올라갑니다.

 

“우린 너무 작아요. 호랑이한테 가봐야 간식꺼리도 안돼요. 살려 주세요.”

다람쥐가 눈물로 호소합니다. 동물들이 다람쥐의 눈물어린 호소에 고개를 끄떡입니다.

“우리가 없으면 나무에 있는 열매는 누가 수확하지요? 또 우리 마을에서 나처럼 머리 좋은 동물도 없습니다. 오늘도 이 의견 내가 낸 거 아시죠?”

원숭이가 거들먹거리며 내려옵니다.

 

팬더는 자신의 차례가 오자 온 몸에 식은땀이 흘러 내렸습니다. 평소 다른 동물에게 피해를 준적도 없고 조용히 지냈던 터라 팬더는 긴장은 되었지만 누구도 자신을 미워할 동물이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최대한 온화한 미소를 띠며 단상에 올라갔습니다.

 

“나는 지금껏 마을의 평화를 위해 항상 웃는 얼굴로 지내왔고요. 여러분에게 폐 끼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조용히 살아가도록 할게요.”

팬더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마치고 내려옵니다. 거북이가 팬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단상위로 올라갔지만 다른 동물들이 보기에 너무 느려 매우 안타깝게 보였습니다. 보다 못한 얼룩말이 그냥 발표하지 말고 내려오라고 다그칩니다. 염소가 풀죽은 거북이를 격려하며 단상위에 올라갑니다.

 

 팬더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내려오는 거북이가 첫 번째 제물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거북이에게 동정의 눈빛을 보냅니다. 이윽고 마지막으로 염소가 조상대대로 마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자신의 집안을 거론하며 앞으로 마을을 위해 더 헌신적으로 일하겠다며 포부를 밝혔습니다.

 

동물들의 발표가 끝난 후 누구를 첫 번째 제물로 바칠 지 상의했습니다. 많은 동물들이 말도 하지 못한 거북이와 가장 힘없는 다람쥐 가족을 제물로 바치자고 조심스럽게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팬더는 이건 정말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똑똑한 동물들도 많은데 자신이 이야기 해 봐야 바뀔 것도 없을거라 생각하며 조용히 있었습니다. 다람쥐는 동물들의 바지자락을 부여잡고 한번만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습니다.

 

거북이는 모든 걸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다람쥐의 눈물어린 애원에 동물들은 마음이 약해졌습니다. 말도 하지 못한 거북이도 불쌍해 보였습니다. 팬더는 다람쥐와 거북이에게 다가가 어쩔 수 없는 결과라며 함께 슬퍼하며 위로했습니다. 그때 동물들이 일제히 팬더를 봅니다.

 

동물들이 모두 자기를 보자 팬더는 다람쥐와 거북이를 더욱 슬픈 얼굴로 바라보며 평화의 상징으로서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쟤는 뭐야? 자기가 뭐 천사인줄 아나 봐! 마을을 위해 한 것도 없잖아. 자기의견도 없고. 항상 중립이지. 너무 비겁해 안 그래?”

 

황소가 동물들을 모아놓고 팬더를 보며 쑥덕거리더니 염소에게 말합니다.

“제물은 팬더가 좋겠습니다. 사실 매일 실없이 웃기만 하고, 숲속 나무들이나 축내고. 덩치도 크고 하니까 호랑이도 만족할 것 같은데. 촌장님 의견은 어떻습니까?”

 

팬더는 얼굴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염소가 팬더를 물끄러미 봅니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아까 제물로 바친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 말하려고 했는데. 이런 식은 정말 잘못 됐어. 애초부터 말도 안돼.”

팬더가 불만을 토로합니다.

“그럼 처음에 방식을 이야기 할 때는 왜 아무 말 하지 않았나요?”

염소가 팬더를 다그칩니다.

“그때는 그때는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내가 될 줄은 몰랐지요.”

팬더가 우물쭈물 궁색한 답변을 합니다.

 

“여기 동물들이 모두 거기에 동의를 하고 진행했습니다. 분명히 우리 누군가에게 피해가 갈 줄 알면서도 당신은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제시하지 않았어요. 다른 동물들은 열심히 자기 의견을 피력했구요. 나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한 당신에게 문제가 있어요. 정말 안타깝지만 당신을 제물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염소의 말에 동물들이 고개를 끄떡입니다.

 

“다들 왜그래? 내가 화내는 거 봤어? 난 평화주의자라고. 내가 너희들한테 피해 준 거 없잖아. 난 항상 조용히 있었다고. 너희들 하자는 대로 했고.”

팬더가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자 황소가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반박합니다.

 

“난 너가 너 주장을 이렇게 강하게 이야기 하는 거 처음 봐. 막상 자기한테 불행이 닥치니까 이야기 하는구나. 맞어. 넌 우리한테 화 낸 적도 없고 피해를 준 적 도 없어. 그런데 말이야 우리도 몰랐지만 돌이켜보니 넌 마을 공동의 일에는 무관심 했어. 항상 웃는 얼굴로 있어서 우리가 잘 몰랐을 뿐이지.”

 

“맞아 맞아! 너가 하루종일 편안하게 대나무 먹고 웃는 얼굴 하고 있는 동안 우린 호랑이를 막기 위해 귀를 세우고 보초를 서고 마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어. 평화! 우리도 평화 좋아해. 근데 평화는 웃는 얼굴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노력해야 얻어 지는 거야. 넌 지금껏 우리한테 무임승차 한 거야. 그러니 이제 우리를 위해 봉사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보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토끼가 동물들을 둘러보며 동의를 구하자 모든 동물들이 고개를 끄떡입니다. 며칠 후 팬더는 호랑이 밥이 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침묵이 언제나 바른 선택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2008.10.15 10:25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침묵이 언제나 바른 선택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성인 #동화 #팬더 #호랑이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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