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앞에서 그저 "죄송"할 뿐인 대법관

[국감- 법제사법위원회] "제대로 된 판결이냐" 추궁에 같은 대답만

등록 2008.10.21 12:15수정 2008.10.2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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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21일 오후 3시 20분]
 
여당 의원도 '이건희 판결'에 "양형이 너무 가볍다" 지적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사건' 판결 결과가 일반국민의 양형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이 여당 의원에게서 나왔다.
 
주광덕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대법원 국감에서 이학수 전 부회장, 김인주 전 사장, 최광해 전 부사장에게 벌금형에서 사회봉사명령으로 양형이 낮아진 것을 두고 "돈을 많이 가진 자와 일반 국민의 양형이 다른 것은 사법부 불신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사장은 1심에서 각각 740억원의 벌금형이 내려졌지만 2심에서는 각각 사회봉사 320시간으로, 최광해 전 부사장은 벌금 400억원에서 사회봉사명령 240시간으로 낮아졌다.
 
주 의원은 "2심에서 대용으로 사회봉사를 끼워주는 것 같다"며 "처음부터 사회봉사 명령을 내려야지 이렇게 재벌과 일반 서민의 양형이 달라서 되겠느냐"고 따졌다.
 
주 의원은 "사회지도층 인사와 일반 국민의 양형 편차를 좁혀줘야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양형 편차를 좁혀 법치주의를 확립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은 "양형위원회에서 내년 4월까지 국회에 화이트칼라 범죄 양형과 관련된 1차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여기에 횡령이나 배임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지켜 봐 달라"고 말했다.
 
 
[1신 : 21일 낮 12시]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한 법원행정처장
 
 
a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이 21일 국회 법사위의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이 21일 국회 법사위의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이 21일 국회 법사위의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죄송하다. 말씀드리기 어렵다."

 

법원은 21일 국정감사에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법원의 항소심 판결이 제대로 된 것이냐"는 이춘석 민주당 의원의 추궁에 "죄송하다"는 말만 거듭하며 말문을 닫았다. 심지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질의는 안해줬으면 좋겠다"는 주문까지 내놓았다. 

 

'이건희 불법 경영권 승계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기 때문에 법원의 신중한 답변은 이해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삼성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건 대한 질의 안 해주셨으면..."

 

이춘석 의원은 이날 첫 질의자로 나서 지난 10일 이건희 전 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사건 항소심 판결와 관련 "주범인 이건희 전 회장은 무죄이고 종범인 허태학·박노빈은 유죄인데 이게 제대로 된 판결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김용담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기가 참 어렵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어 이 의원이 "지난 10일 항소심에서 조세포탈만 제외하고는 모두 무죄판결을 내렸다"며 "수조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검찰·관계 등에 로비를 한 것이나 경영권을 불법 승계한 것에 법원이 면죄부를 줬다"며 "재벌을 처벌하지 못한다는 여론이 높은데 이런 판결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납득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김용담 처장은 "죄송하다"고 말한 뒤 "법원행정처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사건을 이야기하면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다는 논란에 휩싸인다"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질의는 안해줬으면 한다"고 답변했다. 

 

또한 이 의원은 "전환사채를 헐값으로 발행하는 것은 회사에 손해라는 게 학계의 다수설"이라며 "이것이 지금까지 대법원이 입장 아니냐"고 물었다.

 

하지만 김용담 처장은 "그런 학설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사건화, 쟁점화된 사안에 대해 말씀드리기 죄송하다"고 또다시 '죄송하다'고 말했다.

 

a  이춘석 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법사위의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사건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질의하고 있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법사위의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사건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이춘석 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법사위의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사건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이에 이 의원이 "이건희 회장의 1·2심 재판부 판결은 학계의 다수학설과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따져물었지만, 김용담 처장은 "구체적인 사건과 관련 '어긋난다'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씀드릴 수 없다"고 언급을 꺼려했다.

 

이 의원은 "항소심 판결에서 재판장이 누누이 법리적 판단이었음을 강조했다"며 "사회적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해놓고 법원이 법리에 맞는 판결을 했다고 하면 국민이 이걸 옳은 판결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하지만 또 다시 "죄송하다"는 말만 돌아온 채 구체적인 답변은 없었다. 김용담 처장은 "학설상 논란이 있는 부분이고, 판례도 딱 떨어진다고 얘기할 수 없다"며 "그 부분은 재판이  진행중이라 대답할 수 없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법원은 그동안 경제발전 기여 등을 들어 재벌의 양형을 가볍게 했는데 이번에 법리적으로 옳다는 새로운 논리를 개발했다"며 "이것이 사법부의 사회적 책임에 맞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용담 처장은 또다시 "거듭 죄송한 말씀이지만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끝으로 이 의원은 "앞으로 재벌이 전환사채를 헐값으로 발행해 경영권을 승계해도 처벌할 수 없게 됐다"며 "대법원의 판결이 남아 있는데 사법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엄격한 판결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a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이 21일 국회 법사위의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관계자와 답변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이 21일 국회 법사위의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관계자와 답변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 남소연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이 21일 국회 법사위의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관계자와 답변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 남소연

 

이춘석 "이용훈 대법원장, 삼성사건 전원합의체에서 빠져야"

 

한편 이춘석 의원은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 전 삼성 에버랜드 1심 재판에서 전환사채 저가 발행이 배임이 아니다라고 삼성을 변론한 바 있다"며 "이는 항소심 재판부의 논리와 같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이 제대로 되겠느냐"며 "전원합의체로 가면 이용훈 대법원장이 빠져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용담 처장은 "전원합의체 협의에서 대법원장이 빠진 전례는 없는 것 같다"면서도 "전원합의로 갈지 미리 예상해서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2008.10.21 12:15ⓒ 2008 OhmyNews
#국정감사 #대법원 #김용담 #이춘석 #삼성 불법 경영권 승계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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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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